최근 달러 대비 엔화 강세 지속…2개월 반 만에 엔화 강세 수준일본은행 다음 주 금리 인상 전망…미‧일 금리차 축소 기대감 반영'엔화 상승 베팅' ETF 자금 몰려…마이너스 수익률 극복할지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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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안 지속됐던 이른바 '슈퍼 엔저' 현상이 회복될 조짐을 보이면서 엔화 반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관련 금융상품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아울러 엔화 약세 장기화로 줄곧 울상을 보였던 '일학개미'들은 바닥 탈출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모습이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5일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06.41원에 거래를 마감, 전일 대비 11.3원 상승했다. 원‧엔 재정환율은 당일 장중 100엔당 910원까지 육박하는 등 급등세를 보이기도 했다.

    엔화가 장중 900엔대를 넘어선 것은 지난 4월 16일(900.89원) 이후 석 달여 만이다. 장중 910원을 웃돈 것도 지난 2월 1일(912.82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와 엔화는 직접 거래되지 않는다. 그러나 기준 환율인 달러를 이용해 간접적으로 계산해 재정(裁定)환율을 낸다. 실제 지난 25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51.9엔을 기록하며 약 두 달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그간 엔화는 최저치로 폭락한 이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약 2주 전만 해도 달러당 엔화 환율은 160엔을 넘겨 약 37년 만의 최약세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일본의 집권 자민당 주요 정치인들이 오는 30일 일본은행(BOJ)의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앞두고 금리 인상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엔화 강세에 힘을 실었다.

    차기 총리 후보군에 포함된 집권 자민당의 모테기 도시미쓰 간사장은 지난 22일 강연에서 "단계적인 금리 인상 검토를 포함해 금융정책을 정상화할 방침을 더욱 명확히 내놓을 필요가 있다"라며 금리 인상을 촉구한 바 있다. 

    여기에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반영, 미‧일 간 금리차가 축소될 거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엔화를 매입하고, 달러를 매도하는 움직임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아울러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엔화 약세는 미국에 매우 불리하다"라고 말한 것 또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엔화가 강세 조짐을 보이면서 엔화 가치 상승에 따른 환차익 수혜를 노렸던 국내 금융상품도 재차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B자산운용의 'RIS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합성 H)'에는 최근 한 달간 126억 원의 순매수가 유입됐다. 이는 미국 30년 국채에 투자하며 저평가된 엔화 상승에 베팅할 수 있는 상품으로, 최근 3개월간 6.7%의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미국30년국채엔화노출액티브(H)'에도 57억 원의 개인 순매수세가 몰렸다. 

    국내 유일 엔화에 직접 투자하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일본엔선물'에는 기관 투자자들의 자금이 유입됐다. 최근 한 달간 기관은 해당 ETF를 52억 원어치 사들였는데, 이 기간 수익률은 3.43%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엔화 강세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일본 정부는 이번 달에 약 6조엔(384억 달러) 규모의 외환시장 개입을 한 것으로 추정한다"라며 "이달 말 통화정책 회의를 열 예정인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데, 근본적으로 미일 금리차 확대가 엔화 약세를 일으킨다"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미 연준(Fed)의 7월 깜짝 금리 인하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는 점도 과도한 엔화 평가 절하를 방어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다만 엔저 추세의 완전한 전환이라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이다.

    김 연구원은 "BOJ 금리 인상 우려로 인해 캐리 트레이드(낮은 금리의 통화로 고수익을 내는 다른 자산을 매입하는 거래) 자금 청산 압박이 커진 점도 엔화 강세 요인"이라면서도 "다만 본격적인 캐리 트레이드 언와인딩(청산)은 글로벌 자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박수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내수 경기와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아직 일본은행이 섣불리 금리 인상을 단행하기 어렵다고 본다"라며 "엔화 절상의 키가 여전히 미국에 있다고 판단한다"라고 분석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또한 "일본은행이 정치권의 긴축 압박에 직면했지만, 이달 예정된 통화정책 회의에서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시장 컨센서스"라며 "다만 이번 회의에서 금리 동결이 결정되더라도 추가 금리 인상 시그널을 내비칠 여지는 충분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