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간담회·고소 등으로 양사 감정대립 고조블라인드에서도 양사 임직원 간 다툼 벌어져오너3세 라이벌, KDDX 사업 패배 시 궤멸적 타격 소모적 대립, 양사는 물론 K방산에 부정적 영향
  • ▲ 왼쪽부터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뉴시스
    ▲ 왼쪽부터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뉴시스
    한화오션과 HD현대가 총 7조8000억원 규모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선정을 두고 극심한 대립을 벌이고 있다. 

    KDDX는 ▲개념설계 ▲기본설계 ▲상세설계·초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된다. 개념설계는 한화오션, 기본설계는 HD현대가 수주했다. 

    상세설계와 초도함 건조 선정을 두고 양측의 입장이 엇갈렸다. 한화오션은 ‘공정하게 경쟁입찰’을, HD현대는 ‘기존 관례에 따라 수의계약’을 주장하고 있다. 

    양사 간의 갈등은 HD현대 직원 9명이 KDDX 관련 군사기밀을 빼돌린 혐의로 지난해 11월 유죄판결을 받은 것을 계기로 더욱 악화됐다. 

    여기에 한화오션은 올해 3월 기자간담회를 열고 “HD현대 직원 외에도 임원이 개입했다”고 주장했고, HD현대는 한화오션을 허위사실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며 맞대응했다. 

    최근에는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공고한 대형 해상시험선 사업 선정을 놓고도 충돌하면서 분위기는 더욱 험악해진 상태다.

    블라인드에서도 양사 임직원들 간 다툼이 벌어졌다. ▲“HD현대가 한화오션 것을 커닝하다 적발했는데 KDDX에 선정된다고?” ▲“상대방이 커닝해서 벌점 받았는데도 못 이긴 한화오션이 문제다” 등을 비롯해 ▲“애사심이 지나치다” ▲“주식 물렸냐?” 등 감정적인 반응들이 속출했다. 

    심지어는 ‘모 회사가 이례적으로 (대관 목적으로) 대통령실 출신 인사를 영입했다’는 출처 불명의 소문이 떠돌기도 했다. 
  • ▲ 양사 대립의 근본원인은 김동관-정기선의 대리전으로 지목된다. ⓒ각 사
    ▲ 양사 대립의 근본원인은 김동관-정기선의 대리전으로 지목된다. ⓒ각 사
    양측이 ‘사생결단’의 싸움을 벌이는 이유로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간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기준 재계순위를 보면 한화그룹 7위, HD현대 9위다. 올해 한화그룹은 7위를 유지했지만 HD현대는 8위로 한 단계 올라섰다. 

    재계 서열을 두고 두 그룹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그룹 승계를 위해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김동관-정기선, 오너 3세 입장에서는 KDDX 사업 패배는 심각한 타격을 의미할 수 있다. 

    KDDX 사업의 주무부처인 방위사업청은 기밀 탈취 사건과 관련한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오면 최종 결정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양측의 격렬한 대립이 이어지면서 최종 선정이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문제는 이런 소모적인 감정싸움이 한화오션과 HD현대는 물론 K-방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K-방산은 올해 수출 200억 달러(약 27조원)를 돌파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만큼 국제적으로 국내 방산업체들의 경쟁력이 인정받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나 양사의 다툼으로 인해 K-방산의 신뢰도 하락과 경쟁력 약화를 불러올 수 있다. 미국, 호주 등 해외 수주전에서도 양사의 갈등은 경쟁 업체들에게 빌미를 줄 뿐이다. 

    양사 모두 소모적 대립을 중단하고 선의의 경쟁, 상호존중의 정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소탐대실(小貪大失)의 끝은 결국 공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