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이어지는 폭염에 농산물값 급등세정부의 물가 안정 총력전에도 농산물 물가 9%대 상승원재료 상승에 식품 가격도 올라… 외식업계도 가격 인상
  • ▲ 한 마트에서 손님이 장을 보고 있다 ⓒ뉴데일리DB
    ▲ 한 마트에서 손님이 장을 보고 있다 ⓒ뉴데일리DB
    최근까지 이어진 폭우에 더해 전국에 극심한 폭염 등으로 농산물 물가가 요동치는 '히트플레이션(heat+inflation)'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부 외식업체들도 설탕과 소금 가격 상승 영향으로 제품 가격을 올리면서 물가 상승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전일 기준 배추 한 포기당 소매가격은 5445원으로 전달(4417원)보다 23% 올랐다. 시금치(100g) 소매가는 41% 오른 1806원, 수박 1개는 37.7% 오른 2만8197원이다.

    정부에선 배추, 사과, 무 등 비축 물량을 시중에 푸는 등 물가 안정에 총력전을 나서고 있지만 농산물 물가는 쉽게 잡히지 않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물가를 보면 전체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2.6% 올랐다. 4월(2.9%)부터 상승률은 2%대를 이어오며 안정된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농산물(9.0%)은 이를 크게 상회했다. 

    사과(39.6%), 배(154.6%) 등 과일류부터 생육주기가 짧아 기상 영향을 많이 받는 상추(57.2%), 시금치(62.1%), 배추(27.3%) 등 채소류도 크게 올랐다. 

    축산물은 2.2%로 소폭 올랐지만 이달 들어 폭염으로 가축 30만 마리가 폐사하면서 축산물 수급에도 '빨간등'이 켜졌다. '밥상물가'와 직결되는 조개류, 채소, 과실 등 기상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변동이 큰 품목들을 나타내는 신선식품지수는 7.7% 상승했다.

    원인으로는 폭염으로 농산물 수확이 감소하면서 물가 상승을 일으키는 현상, 이른바 '히트플레이션' 때문이다. 폭염은 농산물 수급 영향은 물론 더위 피해를 입는 가축의 증가로 이와 관련된 산업에도 큰 영향을 끼치며 물가 영향은 도미노처럼 번질 수 있다.

    한국은행의 '기후변화가 국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폭염 등 일시적으로 기온이 1도 오르면 농산물 가격은 0.4~0.5%포인트(p),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0.07%p 높아진다.

    농산물뿐만 아니라 설탕, 소금 등 식품 원재료 가격도 일제히 올라 8월 물가 불안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전달 설탕과 소금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44.56, 174.73으로 전년 동월보다 17.6%, 14.8% 올랐다. 12개월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이다. 초콜릿(10.1%), 떡볶이(5.9%), 음료류(0.4%), 간장(7.2%), 빵(0.2%), 비스킷(0.2%) 등도 높아졌다.

    원재료 상승으로 외식업계는 가격을 인상 중이다. 롯데리아는 8일부터 버거 제품 20종의 가격을 평균 2.2% 인상하기로 했다. 1년 6개월 만이다. '리아 불고기', '리아 새우'는 단품 기준 100원 오른 4800원, 세트는 200원 오른 7100원이다. 스타벅스코리아는 2일부터 그란데(473㎖), 벤티(591㎖) 사이즈의 음료를 각각 300원과 600원 올렸다. 홀빈 11종과 VIA 8종은 각각 2000~3000원, 700~1000원씩 올렸다.

    전문가는 이상기후에 따른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선 기후에 영향을 받지 않고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스마트팜 확대나 정밀한 기후 모니터링 예측에 따라 수급량 사전 조절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지난 10년간 폭염 강도가 강해져 식물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은 낮아지고 피해 면적은 커지고 있다"면서 "온실가스 저감이 가장 중요하지만 기후 변화에 따른 농산물 작황을 감지할 수 있는 모니터링 기술, 스마트팜 확대 도입, 피해 작물을 대체할 수 있는 대체 작물 생산 등 정부 차원에서의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