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강행시 수십조원 규모 주식매수청구권 부담 느낀 듯소액주주연대 대표 '현명한 결단' 환영"공정 평가 통해 동등한 수준 나오면 합병 찬성"재추진 관건은 셀트리온제약 '기업 가치'
  • ▲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셀트리온그룹
    ▲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셀트리온그룹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의 글로벌 종합제약사 도약 꿈이 좌초됐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통합에 성공한 이후 셀트리온제약과도 추가 합병을 추진했지만 일반주주의 거센 반대에 부딪쳐 다음 기회를 노릴 전망이다.

    16일 셀트리온그룹에 따르면 셀트리온·셀트리온제약 양사 이사회가 현 시점에서 합병을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오윤석 셀트리온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셀트리온그룹의 이 같은 결정에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오 대표는 "회사가 합병을 강행했으면 소액주주들의 큰 저항에 직면했을 텐데 주주들의 의견을 객관적으로 합리적으로 판단해 합병 중단을 결정한 데 대해 아주 현명한 결단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사회 결정에 앞서 '셀트리온·셀트리온제약 합병 추진 여부 검토 1단계 특별위원회(특별위원회)'는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14일까지 양사 합병에 대해 주주들의 의견을 확인하는 '주주 설문조사'와 회계법인의 외부평가, 글로벌 컨설팅사가 참여한 내부평가 등을 검토했다.

    주주 설문조사에서 셀트리온 일반주주는 합병 여부에 대해 찬성 8.7%, 반대 36.2%, 기권 55.1%의 의견을 냈다. 셀트리온은 사전에 찬반 다수 의견에 대주주 지분을 합산한다는 원칙을 정했는데 이를 반영하면 최종 반대 비율은 70.4%로 추산됐다

    반대 의견을 낸 주주들의 세부 의견으로는 현재의 양사 합병비율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입장이 58%, 자회사로 합병할 때 실익이 부족하다는 판단이 21%였다. 합병을 추진할 경우 주요 선결조건으로 '합병 비율에 대한 재검토'를 꼽았다.

    ◆ 합병 드라이브시 재무 건전성 '빨간불'

    만약 셀트리온이 주주들의 반대에도 합병을 추진했다면 반대주주들이 행사하는 주식매수청구권에 재무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을 공산이 크다.

    지난해 말 기준 셀트리온 소액주주들이 보유한 주식은 1억3491만5271주(61.24%)로 지난 14일 종가 기준 26조2545억원에 이른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8.7%만 찬성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24조원가량의 주식매수청구권이 행사됐을 가능성도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에는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 합병이 무산됐지만 향후 셀트리온제약의 기업가치가 보다 높아지면 양사 합병을 재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 당장은 아니지만 재추진, 셀트리온제약 기업가치 제고가 관건  

    셀트리온그룹은 양사가 합병했을 때 바이오와 케미컬 기술을 융합함으로써 R&D 역량을 강화하고 CMO(위탁생산) 사업 확장을 통한 포트폴리오 강화, 생산비용 절감을 통한 효율화 등에서 시너지가 날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면서 '현 시점에서' 합병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표현을 사용하며 추후 합병 재추진 여지를 남겼다.

    셀트리온 소액주주연대도 셀트리온제약의 기업가치가 높아진 상황에서라면 셀트리온과 합병을 굳이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오 대표는 "셀트리온 주가가 30만원에 도달하고 공정한 평가를 통해 셀트리온제약이 셀트리온과 동등한 가치를 보일 때에는 합병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가총액 대비 셀트리온제약의 영업이익률 등의 지표가 셀트리온과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게 오 대표의 주장이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별도기준 매출 1조8734억원, 영업이익 6385억원을 올려 영업이익률 34.1%를 기록했다. 셀트리온제약은 지난해 매출 3888억원, 영업이익 360억원을 거둬 영업이익률 9.3%를 기록했다.

    ◆ 서정진 회장의 목표, '3사 합병' 가능할지 촉각 

    서정진 회장은 바이오의약품 개발사 셀트리온과 의약품 유통사 셀트리온헬스케어, 합성의약품 개발사 셀트리온제약을 하나로 통합해 글로벌 종합제약회사로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2020년부터 3사 합병을 추진해 왔다.

    지난해 9월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합병 계획을 알리는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서 회장은 양사 합병을 완료한 뒤 6개월 안에 셀트리온제약과 합병을 추진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서 회장은 "합병은 진정한 글로벌 빅파마로 성장하기 위한 도약 기반이 될 것이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