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주도주 엔터 섹터, 올해 내내 주가 추락대장주 하이브 36% 급락…'MSCI 편출' JYP 주가 반토막실적 부진·잇단 구설수가 주가 발목…하반기도 '글쎄'
  • 지난해 2차전지와 함께 증시 상승을 주도했던 엔터테인먼트 섹터의 주가가 올 들어 고전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앨범 판매량 피크아웃(정점 통과) 우려가 퍼진 가운데 실적 부진의 늪에서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 엔터사 시가총액 빅4는 올해 들어 꾸준히 우하향하며 처참한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26만1000원을 기록했던 엔터 시총 1위 하이브의 주가는 지난 19일 기준 16만8400원으로 35.5% 급락했습니다. 그나마 대장주인 하이브는 사정이 나은 편인데요. 

    JYP의 주가는 8개월 새 반토막 났습니다. 연초 10만1300원이던 주가는 19일 기준 49.8% 하락률을 기록했습니다. 연초만 해도 코스닥 시총 10위권 내 안착했던 JYP는 이날 기준 21위로 추락했습니다. 

    JYP 주가를 끌어내린 건 외국인입니다. 한때 외국인 지분율이 44%에 육박하며 외국인이 사랑하는 엔터주로 불렸던 JYP의 지난 19일 기준 외인 지분율은 16% 수준으로, 지난 2월 MSCI 지수 편출 이후 거세진 외국인 매도세는 주가에 큰 타격을 줬습니다. 

    에스엠과 와이지엔터테인먼트도 연초 대비 각각 29.2%, 30.9% 하락하는 등 엔터주의 사정은 비슷합니다. 중소형 엔터사인 큐브 역시 8개월 새 26%가량 주가가 내린 상황입니다. 

    지난해만 해도 2차전지 섹터 못지 않은 강세를 보였던 엔터주를 주저앉힌 건 실적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종료 이후 앨범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올 들어서 주요 아티스트의 앨범 판매량 급감에 따른 역성장 우려감이 퍼졌었죠. 지난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이 우려가 현실이 된 가운데 2분기 실적마저 시장의 기대치를 크게 밑돕니다.

    와이지엔터테인먼트는 2분기 영업이익은 적자로 전환해 11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하이브와 에스엠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37%, 31% 줄었습니다. JYP엔터테인먼트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무려 80% 감소하면서 시장의 실망감도 커졌습니다. 

    여기에 인적 리스크 또한 엔터주에 대한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대장주인 하이브는 이른바 '민희진 사태'에 이어 방시혁 의장 사생활로 구설에 올랐고, 소속 아티스트인 BTS의 슈가의 음주운전까지 겹악재에 발목을 잡힌 상황입니다. 에스엠은 카카오가 인수하는 과정에서 시세를 조종했다는 혐의를 받고 수사가 진행 중인데요. 실적 부진도 답답한데 엔터주 특유의 인적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주주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복장이 터질 노릇입니다.

    하이브 종목토론방의 한 개인 투자자는 "소속 아티스트, 경영진 사생활 논란까지 이제 더 터질 악재가 있을까 싶으면서도 노심초사하는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면서 "주가가 이미 처참하게 하락한 상황에서 회사가 최소한의 주가 방어 노력조차 하지 않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애타는 주주들을 생각하면 이제 좀 주가가 좀 올라야 할 텐데, 증권가에선 엔터주의 올 하반기 실적 반등 모멘텀을 제한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최근 엔터주의 실적 부진은 기존 아티스트들의 활동 공백과 신사업 초기 비용 집행, 신인 아티스트 투자 비용 등의 증가 탓이 큰데, 당분간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죠. 때문에 주요 증권사들은 엔터주의 목표주가를 낮춰잡고 있는데요.

    하이브는 게임 등 신사업들의 비용 부담이 손실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삼성증권은 신사업 수익성 하락을 반영해 목표주가를 25만5000원으로 6% 하향 조정했습니다. 한화투자증권은 에스엠의 지속되는 수익성 부진을 이유로 목표주가를 12만원에서 10만원으로 내렸습니다.

    주요 수익 주체였던 블랙핑크 공백 타격이 큰 와이지엔터 전망 역시 우울합니다. 하나증권은 와이지가 단기적으로 적자 흐름이 이어질 것을 감안해 목표주가를 4만9000원으로 16% 하향 조정했습니다. 매출이 고연차 아티스트에 집중된 JYP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미래에셋증권은 원가율 증가를 반영해 목표주가를 기존 8만5000원에서 7만5000원으로 12% 낮췄습니다.

    주가 하락으로 엔터주의 밸류에이션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하반기에는 신인 아티스트들의 등장과 글로벌 전략 등이 부각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김민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소속 아티스트의 글로벌 성과가 두드러지고, 본업에 대한 성장성에 의심이 없는 상황인 만큼 엔터 4사의 밸류에이션 매력도가 높다"면서 "저연차 IP의 글로벌 고성장세, 신인 및 현지화 그룹의 데뷔, 신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부각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는 만큼 단기간 실적 부진보다는 IP, 신사업 등의 성과에 따라 주가 반응이 민감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