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 확대 정책에 글로벌 원전 규모 급증 예고中 2030년 최대 보유국 예상… 탈원전 기조 벗는 유럽전문 인력 유출에 구인난, 원전산업 지속 가능성 우려↑
  • ▲ '화룽1호' 원자로를 쓴 푸칭 원자력발전 5호기. 신화=연합뉴스. ⓒ연합뉴스
    ▲ '화룽1호' 원자로를 쓴 푸칭 원자력발전 5호기. 신화=연합뉴스. ⓒ연합뉴스
    세계 각국이 원자력발전 확대 정책으로 방향을 선회하며 신규 원전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원전업계는 글로벌 원전 규모가 현재 396GW(기가와트)에서 2050년에는 916GW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이를 지원할 원자력 인력은 점차 감소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인력 부족이 계속될 경우 원전 산업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21일 주요 중국 언론에 따르면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지난 19일 국무원 상무회의를 주재하고 총 5개의 원자력 프로젝트와 11기의 원전 신규 건설안을 승인했다.

    승인된 프로젝트에는 장쑤성의 3기 원전 건설을 포함해 광둥성, 산둥성, 저장성 등지에 총 11기의 원전을 짓는 내용이 포함됐다. 전체 투자액은 약 2000억위안(약 37조원)에 달한다. 중국은 현재 56기의 원전을 운영하고 있으며, 미국과 프랑스에 이어 규모 면에서 세계 3위다. 이번 승인으로 중국은 2030년까지 프랑스와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원전 보유국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탈(脫)원전 기조를 보였던 유럽 국가들도 변화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지난달 14일 35년 만에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10년 이내에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를 가동할 계획이다. 이탈리아는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1990년부터 원자력 발전소를 폐쇄한 바 있다.

    프랑스는 2040년까지 최대 14기의 원전을 건설할 계획을 밝혔으며, 영국은 올해 1월 2050년까지 원자력 발전 용량을 현재의 4배로 확대하기 위한 민간 원전 로드맵을 발표했다. 스웨덴도 지난해 향후 20년간 최소 10기의 원전을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슬로바키아, 폴란드, 스웨덴, 튀르키예 등도 신규 원전 건설을 검토 중이다. 이들 국가의 공통된 이유는 탄소 중립과 인공지능(AI) 개발 경쟁에 따른 안정적인 전력 공급의 필요성이다. 탄소 배출이 적고 경제적인 원전은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 원전 건설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한 원전 업계는 전문 인력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원전 산업의 인력 수요는 4만명으로 예측되지만 공급은 3만7000명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2030년에도 인력 수요가 5만1500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공급은 4만7000명에 그쳐 4500명이 부족할 것으로 봤다.

    원전 산업의 위축으로 기존 인력이 감소하고 신규 공급도 줄어들고 있다. 한국원자력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원전 업계의 인력 수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에 3만7261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2021년에는 3만5104명으로 감소했다.

    특히 한국수력원자력의 원자력 분야 인력이 탈원전 정책 기간 크게 유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비례‧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이 한수원에서 제출받은 자발적 퇴직자 현황에 따르면 문 정부 5년간(2017~2021년) 자발적으로 퇴직한 467명 가운데 74.3%인 347명이 원자력 관련 인력이었다.

    원전 1위 국가인 프랑스도 상황은 비슷하다. 프랑스원자력산업협회에 따르면 2040년까지 최대 14기의 원전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원자재 생산에 2만명, 운영과 유지 보수에 1만명을 포함해 총 3만명을 채용해야 한다.

    하지만 프랑스 원자력 산업은 최근 10여 년간 자격을 갖춘 전문 인력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어왔으며, 많은 인재가 항공우주, 신기술, 자동차 등 분야로 진출하면서 인력을 충원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도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10년 넘게 신규 원전 건설을 중단해 기술과 인력 부족 우려가 커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 정부와 기업은 적극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장겸 의원은 "체코 원전 수주는 기쁜 일이지만 이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무너진 원전 생태계를 복원하고 미래 산업을 키우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기존 원자력 인력 양성 체계의 건전성과 인력 공급의 적정성 관리를 통해 안정적인 원자력 인력 확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