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울진의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3·4호기의 건설이 재개된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문재인 정부 당시 건설이 중단된 이 사업을 허가하면서 원전 사업 부활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원안위는 12일 열린 회의에서 신한울 3·4호기 건설허가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2016년 건설 허가를 신청한 지 8년 만이다.
원안위는 "선행호기 안전성 심사 경험을 토대로 안전성을 확인했으며, 최신 기술기준을 적용한 데 따른 선행 원전과 설계 차이 등을 중점 심사했다"고 밝혔다.
원전 건설은 △정부 전력수급기본계획 반영 △정부 실시계획 승인 △원안위 건설 허가 △사업자의 건설 △원안위의 운영 허가 △시운전 및 준공 등의 과정을 거친다.
국내에서 신규 원전 건설을 허가한 것은 2016년 6월 새울 3·4호기(당시 신고리 5·6호기) 건설허가 이후 8년 3개월 만이다. 신한울 3·4호기가 완공될 경우 전국에서 가동될 원전 수는 30개로 늘어난다.계획에 따르면 신한울 3·4호기 건설 사업은 2032∼2033년까지 경북 울진군 북면에 전기 출력 1400㎿(메가와트)급 가압경수로형 원전(APR1400) 2기를 짓는 프로젝트로 약 11조7000억원의 공사비가 투입된다. 신한울 3·4호기가 들어설 부지 터닦기는 이미 작년 6월 시작돼 작업이 대부분 완료됐다.
한수원은 13일부터 신한울 3·4호기의 본관 기초 굴착과 함께 본격적인 공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공사는 착공일로부터 약 115개월간 진행된다. 원전이 건설되는 기간 동안 약 720만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탈원전 정책 폐기, 원전 생태계 복원의 상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신한울 3·4호기 사업은 문 정부에서 추진된 에너지 전환 로드맵에 따라 2017년 10월 관련 허가 절차가 중단된 바 있다. 이후 윤 정부에서 2022년부터 재추진됐다.
-
정부는 신한울 3·4호기를 넘어 신규 원전 건설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공개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실무안은 대형 원전 최대 3기, SMR(소형모듈원자로) 1기 등의 신규 발전 설비 필요성이 제시됐다. 전기본에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이 들어간 것은 2015년 이후 9년 만이다.
나아가 정부는 원전 생태계 복원에도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원전 정상화 정책으로 온기가 돌고는 있지만 여전히 탈원전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고리 1호기 영구 정지를 시작으로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단, 2018년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2019~2020년 고리 2호기 계속운전 정지 등으로 원전의 비중을 줄이며 탈원전 정책을 고집했다.
이로 인한 원자력 이용 감소에 따른 피해액도 상당했다.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가 지난해 5월에 발표한 탈원전 정책의 비용 평가에 따르면 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른 2017~2030년 피해액이 총 47조4000억원으로 추산됐다.
2017~2022년 기간 원전용량 감소에 의해 14조7000억원, 이용률 저하로 8조2000억원의 비용이 발생했으며, 2023~2030년에는 원전용량 감소로 19조2000억원, 계속운전 지연으로 5조3000억원의 비용이 발생된다고 봤다.
이에 원전 산업 지원 근거를 담은 원전산업지원특별법(가칭 원전산업법) 제정을 본격화한다. 원전 산업이 정권의 성격에 영향을 받지 않고, 흔들림 없이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관가와 국회 등에 따르면 정부·여당은 원전 산업법을 이르면 연내 발의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원전산업법에는 중장기 원전 정책 방향이 담길 예정이다.
5~10년마다 원전 건설 및 운영에 대한 비전과 목표를 담은 원전 정책 중장기 로드맵을 세우고 이를 바탕으로 위원회, 특별 회계(기금), 연구개발(R&D) 등 원전산업을 지원할 법적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9일 정부 출범 2주년을 맞아 "신한울 3·4호기 원전 건설을 재개하고 신속한 일감 공급과 금융지원을 통해 무너진 원전 생태계도 복원됐다"라며 "원전 생태계의 복원은 우리의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수백 조 원에 달하는 국제 원전 시장 진출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신한울 3·4호기 건설허가로 원전 생태계 복원과 국내 공급망이 살아나는 데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2050년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원자력을 대략 3배 정도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는 지금의 원전 전력 수급 계획은 어려울 것 같다.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