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국 제약바이오협회 부회장, 오픈이노베이션 시너지 높일 펀드 조성 등 제언협회 차원 오픈이노베이션 가속화 지원 계획도 밝혀이승규 바이오협회 부회장, 정부 역할 재정립 필요성 피력
  • ▲ 이재국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부회장.ⓒ한국제약바이오협회
    ▲ 이재국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부회장.ⓒ한국제약바이오협회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성분 레이저티닙, 미국 제품명 라즈클루즈)'가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 출시될 전망이다.

    국내 기업이 개발한 항암신약 중 처음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들을 넘었고 의약품 시장 중 가장 큰 폐암 치료제 시장을 공략한다는 점에서 업계는 이를 계기로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에 '봄날'이 찾아올지 내심 기대하고 있다.

    렉라자 성공 전략 요인으로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이 꼽히고 있는데 이재국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부회장과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에게 오픈이노베이션의 국내 현황과 향후 과제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오픈이노베이션은 신약 개발에 외부의 아이디어와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전략을 말한다. 혼자보다는 둘, 둘보다는 셋이 힘을 모으면 신약 개발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접근법으로 이미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신약 개발을 위한 필수 전략으로 자리잡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도 렉라자의 FDA 승인 이후 "우리 제약바이오 산업계는 지속적인 오픈 이노베이션의 확산과 과감한 R&D 투자 확대, 정부와 민관협력 강화 등을 통해 제2, 제3의 미국 FDA 승인 신약을 탄생시키고 나아가 세계 6대 제약바이오 강국 도약의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이재국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렉라자와 같은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오픈이노베이션 가속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 부회장은 "오래 전부터 오픈이노베이션이 이뤄지고 있지만 실질적 성과는 부족한 상황이다"면서 "협회 차원에서 쌍방향 협업 시스템과 동영상 기술소개서(SMK) 구축 등을 통해 '한국 신약개발 가속화 협력 플랫폼(K-스페이스)'의 기능을 고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K-스페이스는 국내외 제약바이오기업의 신약 후보물질을 등록해 파트너링 매칭 등의 기회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2200여개의 신약 후보물질이 등록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해외 네트워크 구축에도 힘쓰며 제약바이오 기업의 오픈 이노베이션을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주한대사관 및 투자청과 협업해 북미·유럽 바이오클러스터와 협력을 확대하고 미국 전문가단체, 유럽 한인단체와도 소통해 네트워크 확장에도 힘쓰고 있다"고 했다.

    렉라자의 성공전략인 오픈이노베이션을 지속한다면 성과도 이어질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내놨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기술수출 규모가 20조원대를 넘어섰고 올들어서만 LG화학, HK이노엔 등이 8건의 기술수출 성과를 냈다"면서 "ADC(항체-약물접합체) 등 신규 모달리티와 희귀난치성질환, 면역항암제 등을 중심으로 기술수출이 이뤄지면서 빠르게 임상단계에 진입한다면 개발성공률을 높여 제2,제3의 렉라자가 나올 것이다"고 기대했다.

    다만 기업 간 오픈이노베이션이 보다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신약 개발을 위한 자금 지원을 위해서는 정부와 국책은행 등에서 공격적으로 펀드를 조성해 줄 필요가 있다"면서 "해외 진출을 앞둔 기업에게는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지정되지 않았더라도 동일한 혜택을 부여하는 등의 인센티브를 지급함으로써 신약 개발을 북돋아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 ▲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한국바이오협회
    ▲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한국바이오협회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여기에 한 발 더 나아가 오픈이노베이션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정부 역할을 재정립할 때가 아니냐는 목소리도 냈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정부는 앞선에서 이끌어가는 역할을 해 왔는데 이제는 건전한 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면서 "유한양행처럼 오픈이노베이션에 적극적이었던 제약사가 많지 않은 현실에서 세제혜택, 펀드조성, 상속세 문제 등의 기업 주변환경을 개선해 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해외보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대규모 M&A(인수합병)이 나오지 않는 점을 예로 들었다.

    이 부회장은 "제약사가 벤처를 인수한 뒤 주가가 상승하면 이익이 실현되지 않았음에도 세금이 징수가 된다"면서 "M&A가 활발하지 않은 것은 이런 부담도 있어서다"고 지적했다.

    이어 "렉라자 성과가 나온 지금이 정부 역할에 변화를 줄 적기라고 본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