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인당 쌀 소비량 56.4kg으로 '최소'쌀 유통사 집계 올 상반기 판매량 최대 10% 감소연간 소비량 지난해보다 낮아 '역대 최소' 기록 갈아치울 가능성양곡법 개정안 또 들고 나선 야당...현금 뿌리기 한계 지적 목소리 높아
  • ▲ 쌀 판매대 모습 ⓒ연합뉴스
    ▲ 쌀 판매대 모습 ⓒ연합뉴스
    국내 쌀 소비가 매년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는 역대급으로 낮은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공급 과잉으로 쌀값 폭락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야당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밀어붙이고 있어 쌀 시장 안정화는 커녕 재정악화만 유발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2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 1인당 평균 쌀 소비량은 56.4kg으로 해당 조사가 시작된 지난 1962년 이래 가장 적었다. 한 사람이 하루에 먹은 쌀 양으로 따지면 154.5g이다. 밥 한 공기에 쌀 100g이 들어간다고 보면 국민 1인당 하루에 밥을 한공기 반씩 먹은 셈이다.

    1인당 쌀 소비량은 꾸준히 줄었다. 지난 2019년 59.2kg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60kg 이하로 떨어졌고 코로나19 확산으로 집에서 밥을 해먹는 경우가 늘어났던 지난 2020년과 2021년에도 쌀 소비량은 57.7kg, 56.9kg으로 계속 줄었다.

    지난해 1인당 쌀 소비량은 30년 전 대비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1993년 110.2kg을 소비했지만 지난해 소비량은 56.4kg으로 줄었다.

    올해 1인당 쌀 소비량은 통계청이 내년 1월께 발표할 예정이지만 농업 현장에서는 지난해보다 더 감소할 가능성을 내다보고 있다. 대형마트와 온라인몰 등을 운영하는 다수 유통사 집계에서도 올해 상반기 쌀 판매량이 작년 동기와 비교해 많게는 10%, 적게는 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가능성을 높였다.

    올 하반기에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쌀 소비량은 역대 최소를 기록할 것이라는게 시장 안팎의 전망이다. 식생활 변화로 아침밥을 거르는 등 끼니를 잘 챙기지 않고 한 번에 먹는 밥양도 적어져 쌀 소비가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쌀을 대체하는 제품이 늘며 소비성향도 바뀌었다. 면이나 빵, 육류 등을 쌀 대신 끼니로 찾으면서 지난 2022년 국민 1인당 3대 육류(돼지·소·닭고기) 소비량(58.4kg)은 쌀(56.7kg)을 넘어섰다.

    올해도 쌀 소비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쌀값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수확기를 앞두고 산지에서 재고 처리를 위해 쌀을 저가로 판매해 가격하락세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산지 쌀값은 지난 15일 20kg에 4만4435원으로 열흘 만에 184원(0.4%) 하락했다. 80kg 한 가마 기준 17만 7740원인데 이는 정부가 약속한 20만 원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수확기를 앞둔 농가는 떨어지는 쌀값을 두고 정부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는 오는 27일 국회 앞에서 쌀 수급 안정 대책 수립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야당 측에선 제 21대 국회에서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양곡법을 다시 들고 나선 상황이다. 양곡법 개정안은 쌀값이 폭락하면 초과 생산량을 정부가 사들이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쌀 초과 생산량 3~5% 또는 쌀값 5~8% 하락'이라는 매입조건까지 명시했던 이전 개정안보다는 다소 완화됐지만 농촌 발전의 근본적 대책 마련이라기보단 현금 퍼주기에 초점을 둔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야당은 쌀값 안정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양곡법 개정안으로 농가에 현금을 지원하면 이미 공급과잉을 겪는 쌀의 생산을 부추기는 동시에 재정악화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농산물값이 기준치 미만으로 하락하면 정부가 그 차액을 생산자에게 지급하도록하는 '가격 보장제'를 담은 농안법도 재정부담을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곡법과 농안법이 실행될 경우 최소 12조8193억원이 투입될 예정인 25만원 지원법에 더해 추가로 매년 수조원의 재정부담이 불가피하다.

    이런 까닭에 야당이 주장하는 현금성 지원보다는 농가 소득을 올리기 위한 근본적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학계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현장에서 쌀값 정상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어 관련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쌀 수확기 대책을 예년보다 이른 다음 달 초 발표할 계획임을 밝히기도 했다.

    농협중앙회도 나선다. 예산 1000억원을 투입해 쌀 소비 촉진 운동을 펼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