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SK이노-E&S 합병에 '반대표'..."합병비율 주주가치 훼손"밥캣-로보틱스 합병 추진하는 두산그룹에도 영향 촉각일반 주주들도 이미 단체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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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연금이 SK이노베이션과 SK E&S 간 합병에 반대 의사를 표하면서 분할합병을 추진하고 있는 두산그룹에도 영향이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산그룹의 합병 역시 일반 주주들에게 불리하다는 비판이 나오는데다 국민연금이 언급한 '10% 할증 노력 부족' 문제는 두산에도 적용되기 때문이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합병을 추진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이 합병비율을 고려했을 때 주주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표를 행사하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SK E&S와 SK이노베이션 합병비율은 1대 1.19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은 5529만 9186주라는 대규모 신주를 발행하게 되는데 이것이 결국은 SK이노베이션 일반주주들의 주식 가치를 훼손한다는게 국민연금의 입장이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비율은 자본시장법을 따라 산출됐지만 주식가치를 적절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SK이노베이션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36으로 자산가치 대비 주가가 저평가돼있어 합병비율이 적절치 않다는 게 골자다.

    시민단체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합병가액 산정에 시가가 아닌 자산가치를 적용하면 합병 법인에 대한 SK㈜의 지분율은 시가로 합병할 때의 55.91%에서 47.47%로 하락하고 그 외 주주들의 지분율 합은 43.74%에서 52.10%로 늘어난다. 합병비율을 결정하는 합병가액 산정이 무엇을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 최대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가 갈리는 셈이다.

    이 같은 논리로 국민연금이 SK그룹 합병 이슈에 반대표를 던지면서 두산그룹의 사업구조 개편을 위한 분할 합병에도 반대 의견이 제시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두산도 마찬가지로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이해상충 우려가 제기된다.

    두산의 합병비율도 상장사 간 합병은 시가를 따른다는 자본시장법에 의한 것이라 일단 법적인 문제는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적자 기업인 로보틱스와 안정적인 캐시카우인 밥캣의 자본거래 과정에서 기업가치를 1대 1로 동등하게 봤다는 부분에 이견이 크다.

    더불어 국민연금이 SK에도 지적했던 '10% 범위 내에서 합병가액 할증이 가능한데 그 노력이 부족했다'는 내용이 두산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따르면 상장사 간 합병과 주식교환 등은 시가를 기준으로 가치를 정하지만 계열사 간 거래인 경우 10% 이내에서 할인이나 할증이 가능하다.

    두산그룹의 경우 저평가된 밥캣의 합병가액을 10% 할증하고 고평가된 로보틱스를 10% 할인하면 교환비율은 0.63에서 0.77로 달라진다. 이와 관련해 이사회의 충분한 설명이 제공되지 않았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다만 국민연금이 밥캣과 로보틱스 주식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느냐에 따라 합병에 찬성할지 반대할지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 로보틱스에 유리한 이번 합병에서 국민연금이 로보틱스 주식을 더 많이 보유하고 있다면 반대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두산그룹 일반 주주들은 이미 단체 움직임에 나선 상태다. 두산밥캣과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은 소수주주 의결권 플랫폼인 '액트'에서 주총 한달여를 앞두고 표를 모으는 등 집단행동에 돌입했다.

    두산 3사는 다음달 25일 임시주주총회를 연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두산로보틱스와의 분할합병을, 두산밥캣은 두산로보틱스와의 포괄적 주식 교환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6월 말 기준 해당 기업들의 소수주주 지분은 에너빌리티가 63.61%, 밥캣이 34.24%다. 국민연금은 두산에너빌리티 지분 6.94%, 두산밥캣 지분 6.49%를 소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