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감원장, 우리금융 임종룡 회장‧조병규 행장에 대한 책임론 첫 적시"조병규‧임종룡, 올해 3월 이전 부당대출 알았지만 당국에 보고 안 해""제왕적 회장 제도 바꾸려 노력 중인데…임종룡‧조병규 윤리의식 부족"
  • ▲ 이복현 금감원장ⓒ뉴데일리
    ▲ 이복현 금감원장ⓒ뉴데일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전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이 불거진 우리금융그룹과 관련해 금융당국에 대한 보고를 누락했다고 명확히 밝히며 조직적 은폐 가능성을 제기했다.   

    또 부당대출 문제를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제때 보고하지 않은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의 처벌과 제재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원장은 25일 오전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금감원의 우리은행 검사 과정에서 확인한 걸 보면 이미 작년 가을쯤에 현 (조병규) 행장을 비롯한 은행 임원진이 대규모 부당대출 문제점과 관련한 보고를 받았고, 금융지주도 올해 3월 이전 보고를 받았다”면서 “우리은행, 우리금융이 뭔가를 숨길 수 있다는 전제 하에 금감원이 검사에 임하고 진상규명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전 회장의 매우 가까운 친인척 운영회사에 (대한) 대규모 자금 공급이기 때문에 상식적으로 볼 때 은행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몰랐다고 보기 어렵다"며 "신임 행장, 신임 회장이 오신 이후 1~2년에 가까운 시절이 지난 은행 내부에서 감사를 통해 (경영진에) 알려졌다고 보고 있다"고 판단했다.

    임종룡 회장과 조병규 행장이 대규모 부당대출 사태를 우리은행 자체 검사 실시  전부터 파악하고 있었음에도 당국에 보고도 하지 않고,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했다는 점을 적시한 것이다.  

    ◇조직적 은폐 언급… 이복현 "보고 누락, 누군가는 책임져야"

    이 원장은 임 회장과 조 행장도 결과에 따라 처벌과 제재가 가능하냐는 진행자 질문에 "법상 할 수 있는 권한에서 최대한 가동해서 검사와 제재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지금 보이는 것만으로 대상이 누가 될지 모르지만 법상 보고를 제 때 안한 것은 명확하게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특히 "새 지주 회장, 행장 체체에서 1년이 훨씬 지났는데도 수습 방식이 과거 구태를 반복하고 있어 강하게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며 "신뢰를 갖고 우리금융, 우리은행을 보기보다는 숨길 수 있다는 전제 하에 검사를 통해 진상규명을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 회장의 불법에 국민들이 은폐할 수 있다고 오해할 수 있도록 처리한 점도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민원 접수를 통해 지난 4~5월쯤 손태승 전 회장의 부당대출 사실을 확인하고 5월부터 우리은행 수시검사에 착수했다. 

    우리은행은 앞선 지난 1~3월 자체 검사를 실시했으며 지난 3월 18일 임종룡 회장에게까지 보고가 이뤄졌지만 금감원이 수시검사에 착수하기 전까지 이 사실을 금감원에 사전보고하지 않아 보고 누락과 은폐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원장은 이와 관련해 임종룡 회장이 지난 3월 이전 해당 내용을 인지했음에도 보고하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임 회장과 조 행장의 보고 누락 가능성을 확정적으로 지적한 것이다.  

    이 원장은 "법적 의무를 떠나 지배구조 문제 논의가 있고, 제왕적 지주 회장제도를 바꾸기 위한 지배구조 개선 방안, 심지어 책무구조도의 다양한 논의가 진행된 와중에 당연히 엄정하게 해당 책임자를 제재했어야 한다"며 "(부당 대출을 내준 직원이) 퇴사를 할 때까지 기다린 다음에 수습형태로 그런 절차를 사후적으로 파악했다"고 비판했다. 

    우리은행이 문제 대출을 내준 직원이 퇴사하기 전에 이미 부당대출임을 인지했지만 해당 직원이 퇴직하고 금감원이 조사를 통해 실체를 파악한 이우에야 제재 등 사후수습에 나섰다는 점을 문제삼은 것이다. 

    이 원장은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 등 고위 내부자들의 윤리의식·기업문화 측면에서 기본적으로 일종의 공직자에 준하는 윤리의식이 있어야 하는 분들이 국민들이 수용할 수 있는지(보기 어렵다). 감독당국으로서 제도적으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는지 봐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 ▲ 임종룡(좌) 우리금융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뉴데일리
    ▲ 임종룡(좌) 우리금융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뉴데일리
    ◇우리은행, 1차 검사 후 금감원에 즉시 보고 안 해

    우리은행은 올해 1~3월 부당대출 관련 자체검사를 실시했고, 이에 따라 부실 발생에 책임이 있는 임직원들에게 지난 4월 말 면직 등 제재조치를 취했다. 1차 검사 결과는 3월 18일 완료돼 임종룡 회장에게까지 보고됐다. 

    하지만 1차 검사 과정에서 금융당국에 보고할 만한 사안은 없었다며 지난 4월까지도 감독당국 신고 등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우리은행은 1차 자체검사에서 부당대출에 대한 신용평가 및 여신취급 소홀, 채권보전 소홀 등 은행 귀책 사유를 확인했고, 이중 일부는 손 전 회장 친인척과 관련됐다는 사실도 인지했다. 

    우리은행은 관련한 해명자료에서 '당행은 1~3월 자체 검사를 통해, 임00 전 본부장의 징계조치 내용 등을 회장·은행장에게 보고했다(3월 18일)'고 밝혔다. 

    이어 '신용평가 및 여신심사 불철저, 채권보전 소홀 등 책임을 물어 관련 임직원(총 8명)에 대해 면직 등 엄정한 제재조치를 취했다'고 했다. 

    아울러 '2차 자체검사(5~6월)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금감원 민원 제보로 수시검사(6~7월)가 진행됐다'며 '현 경영진이 이번 사건을 고의로 숨기려 했다면, 금감원 수시검사 착수 이전에, 관련자에 대한 면직 등 엄정한 제재, 고소 등은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금융권에선 손 전 회장의 친·인척과 관련한 대규모 대출에서 연체가 발생했고 이와 관련해 4월 이전에 수백억원에 이르는 부정적 대출을 인지했음에도 관련 대출 회수 등에 나서지 않았다면 배임의 사유에 해당된다는 의견이 나왔다.  

    금감원은 이런 이유로 우리은행과 우리금융이 자체검사에서 사문서 위조 등 위법성을 인지했다고 본 것이다. 

    우리은행의 1차 자체검사 시기는 금감원이 관련 제보를 받고 우리은행에 수시검사를 나가기 전이기 때문에 만약 1차 검사에서 사문서 위조 등 위법성을 인지하고도 금융당국에 즉시 신고하지 않았다면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위반에 해당한다. 

    이 과정에서 CEO가 사고 보고를 지연하거나 은폐하려 했다면 최고책임자에 대한 제재도 가능하다. 

    특히 이번 부당대출은 금감원이 제보를 받아 지난 6월 우리은행에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수시검사를 실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그전까지는 우리은행 내부에서만 검사와 제재가 이뤄졌다. 

    우리은행은 금감원의 관련 조사결과 발표 시점에서야 부적정 대출 취급 관련인들을 사문서 위조 및 배임 등의 혐의로 지난 8일 수사당국에 고발했다.

    금감원이 제보를 받고 검사를 실시하지 않았다면 금감원에 보고되지 않은 채 묻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잇따른 금융사고 발생으로 비판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수백억원대의 부정대출을 인지했음에도 경영진에 대한 책임론을 피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