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윤 이사 올린 안건 2건 모두 부결박재현 대표, 한미약품 독립경영 추진에 힘 실릴 전망한미사이언스 소액주주도 대주주연합 측으로 기운 듯
-
한미약품그룹 오너일가간 경영권 분쟁으로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와 계열사 한미약품이 쪼개질 전망이다.이날 이사회를 통해 장남 임종윤 한미약품 사내이사가 대표이사로 올라설 계획이었지만 무산됨에 따라 형제 측을 중심으로 한 한미사이언스와 대주주연합(신동국·송영숙·임주현) 측 중심의 한미약품 간 경쟁구도가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2일 오전 10시30분경 서울 송파구 한미타워에서 1시간가량 이사회가 열렸는데 임종윤 한미약품 사내이사가 올린 안건 2건 모두 부결됐다.한미약품 이사회는 박재현 대표이사와 박명희 국내사업본부 전무이사, 황선혜 감사위원(사외이사), 김태윤 감사위원(사외이사), 윤영각 감사위원(사외이사), 윤도흠 사외이사, 신동국 기타비상무이사, 임종윤 미래전략 사내이사, 임종훈 그룹지원 사내이사, 남병호 사외이사 등 총 10명으로 구성됐다.이 중 임종윤·종훈 형제 측 인물로는 지난 6월18일 임시주총을 통해 이사회에 진입한 형제와 남병호 사외이사 정도가 꼽히고 있어 형제들이 기존 이사들을 얼마나 회유하느냐가 이사회 승패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돼 왔는데 이사들을 끌어들이는 데 실패한 셈이다.임종윤 이사 관계자는 "한미약품 이사회 의장인 박재현 대표가 이사회를 편파적으로 진행해 공정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어 임종윤 이사는 이사회 도중 퇴장했다"고 밝혔다.이사회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이사 2명이 퇴장했지만 이사 전원이 참석한 상황이어서 표결 진행에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이날 이사회에서는 임종윤 이사가 한미약품 단독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안건과 중국 자회사 북경한미약품 동사장(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는 안건이 다뤄진 것으로 알려졌다.특히, 한미약품 대표이사가 박재현 대표라는 점을 고려하면 박 대표의 해임까지 묻는 셈이었던 것인데 안건이 모두 부결됨에 따라 한미약품에서 임종윤·종훈 형제의 입지는 급격히 약화될 전망이다.한미사이언스 소액주주연대도 이날 이사회 결과를 접한 뒤 대주주연합 측으로 기운 것으로 파악된다.이로써 박재현 대표가 추진하는 한미약품의 독립경영 추진에 한층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한미약품은 지난달 29일 그동안 지주회사에 위임해 왔던 인사 부문 업무를 독립시키고 한미약품 내 인사조직을 별도로 신설할 계획을 밝혔다.박 대표는 이튿날인 30일 기자들과 만나 "임종훈 대표는 그동안 전문경영인 체제를 존중하고 지지한다고 밝힌 만큼 한미약품의 독자경영 방침을 존중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박 대표는 지난달 28일 한미약품 별도의 인사팀과 법무팀을 신설했다. 이승엽 경영관리본부 인사팀 팀장 겸 컴플라이언스 팀장 전무이사를 승진시키고 권순기 경영관리본부 법무팀 전무이사를 신규 선임하는 임원인사 발령을 냈다. 임종훈 대표는 이에 반발해 박 대표의 직위를 사장에서 전무로 강등시키고 업무범위도 팔탄공장 제조업무로 축소시킨 바 있다.한미사이언스도 별도 홍보조직 구성에 발빠르게 착수하는 등 한미약품의 독립경영 추진에 대비하는 모양새다.그동안 한미약품과 하나의 홍보조직을 통해 대외 메시지를 냈는데 이날부터 오는 22일까지 경력직의 홍보담당 임직원 채용공고를 낸 상황이다. 결국 홍보팀을 시작으로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간 조직의 별도 운영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한편, 한미약품 사내이사이기도 한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는 오전 7시18분 굳은 표정으로 회사로 출근했다. 이사회 개최 여부를 묻는 질문에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무실로 올라갔다.대표이사직이 걸린 박재현 대표는 오전 9시 회사로 출근했으며 이사회 진행에 대한 질문에 "나중에 답하겠다"며 밝은 표정으로 답한 뒤 서둘러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이날 이사회 소집을 청구한 임종윤 이사는 오전 10시경 회사로 출근해 한미타워 로비가 아닌 다른 입구를 통해 회사로 입장한 것으로 파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