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일평균 주담대 증가폭 4260억→1265억가계부채 관리 압박에 인위적 억제책 쏟아낸 은행권9월부터 DSR 규제강화… 은행은 주택소유자 '퇴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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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에도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만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7조원 넘게 증가했지만 월말 들어 증가세가 크게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올해 연말까지 대출 잔액을 줄이라고 주문하면서 은행권이 한도축소 등 인위적인 ‘대출 조이기’에 나선 영향이다.

    이달부터 강화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가 시행되고 은행들도 취급 중단 상품 확대를 예고하고 있어 급격한 신규대출 위축이 예상된다.

    ◇ 5대 은행 주담대 ‘급속냉각’… 8월 마지막주 하루 1000억대 증가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567조735억원으로 전월 말(559조7501억원)보다 7조3234억원 증가했다. 

    애초 지난달 5대 은행의 주담대 증가폭은 8조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됐다. 마지막 한주를 앞둔 지난달 23일까지 증가규모가 6조8171억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영업일 기준으로 하루 평균 4260억원씩 주담대 잔액이 불어난 것이다. 단순 계산으로 3일이면 8조원을 돌파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마지막주 중 26일부터 29일까지 5063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하루 평균 증가폭은 1265억원으로 이전 대비 4분의 1로 대폭 줄어들었다. 전주(19~23일)만 해도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하루 평균 5338억원씩 증가했다.

    거침없던 증가세를 누그러트린 건 은행권 가계대출 관리에 대한 이복현 금감원장의 공개 비판 발언이었다. 

    이복현 원장은 지난 25일 한 방송에 출연해 “일부 은행들은 가계대출 수요가 예상범위를 크게 벗어나자 금리인상 등 손쉬운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시장 자율성 측면에서 은행의 금리정책에 관여를 안 했지만 앞으로 개입을 더 세게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요 은행들은 이때부터 조건부 전세자금대출 중단, 주택담보대출 한도·만기 축소 등 강한 대출 억제 조치를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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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달부터 고강도 대출규제 시행… 연말까지 ‘대출한파’

    이달부터는 강화된 DSR 규제가 시행되고 은행들도 더 강력한 대출억제책을 마련하고 있어 본격적인 ‘대출한파’가 예고된다.

    우선 지난 2월 도입된 ‘스트레스DSR’은 이달부터 '2단계' 시행에 돌입했다. 

    스트레스 DSR은 미래 금리변동 위험을 감안해 DSR 산정시 일정 수준의 스트레스 금리를 부과하는 제도다. 실제로 대출금리가 오르는 것은 아니지만 차주가 연간 갚아야 할 원리금이 늘어나는 것으로 계산돼 대출 한도가 축소된다.

    2단계가 시행됨에 따라 이달부터 스트레스 금리는 기존 0.35%포인트에서 0.75%포인트로 높아졌다. 특히 수도권 주담대에 대해서는 더 높은 1.2%포인트의 스트레스 금리가 적용된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연봉 1억원 차주가 연 4.5% 금리로 30년만기 변동금리 대출을 받을 경우 스트레스DSR 도입 전 대출한도는 6억5800만원이지만 스트레스DSR 2단계 도입으로 수도권 주담대 대출한도는 5억7400만원으로 84000만원 넘게 줄어든다.

    또 은행들은 이달부터 차주별 DSR과는 별개로 전세대출 이자, 디딤돌·보금자리론 등 정책성대출도 모두 포함한 ‘관리목적 평균 DSR’을 산정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은행별 관리목적 평균 DSR이 40%를 넘지 못하도록 해 왔는데 새로운 항목이 더 추가됨에 따라 은행들의 총량관리 부담이 이전보다 커지게 됐다.

    ◇ 시중은행 “대출문 더 좁게”… 실수요자 피해 불가피

    은행 차원의 대출 억제책도 수위가 더 높아진다.

    우리은행은 오는 9일부터 주택을 한 채라도 소유한 경우 수도권 주택 구입 목적의 주담대는 물론 전세대출도 내주지 않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오는 3일부터 주담대 만기를 30년으로 일괄 축소하고, 대출한도를 늘려주는 모기지보험(MCI·MCG) 가입 제한을 오피스텔까지 확대한다. 또 생활안정자금 대출한도도 대부분 시중은행에서 1억원으로 제한된다. 

    더욱이 연말까지 받을 수 없는 대출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금감원이 사실상 올해 남은 기간 대출 잔액을 줄이라고 은행들을 압박하고 있어서다.

    금감원은 연초 보고한 경영계획을 초과해 가계대출을 내준 은행에 대해 내년 계획 수립 시 평균 DSR 관리 목표치를 낮추기로 했다. 올해 관리 실패의 대가로 내년 대출 한도를 대폭 줄이는 ‘페널티’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시중은행들은 이미 올해 경영계획을 초과한 상태라 페널티를 면하려면 연말까지 대출 잔액을 무조건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지난달 21일 기준 연간 경영계획 대비 가계대출 증가액은 150.3%로 이미 목표치를 50%나 웃돌았다.  

    은행들이 이 비율을 다시 맞추려다 보면 대규모 대출중단 사태와 이에따른 실수요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투기성 대출 수요를 잘 걸러내고 매월 상환규모 내에서만 신규 대출을 내주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벌써 은행 창구에선 전세자금대출, 마이너스통장 등 신용대출 한도까지 제한되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오는 4일 대출절벽 우려와 관련해 실수요자들과의 현장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 역시 바꿔 말하면 당국도 급격히 대출을 옥죄는 과정에서 실수요자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