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공격 투자 펼친 캐피탈·저축銀… 경공매 시 불리중후순위 대주 '헐값 매각'시 투자금 손실 불가피해결책 떠오르는 '신디케이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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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 사업장 정리가 본격화하면서 보유 물량이 많은 상호금융업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대부분이 선순위 대출이어서 오히려 중·후순위 대출이 많은 증권, 저축은행, 캐피탈사의 추가 손실 줄이기 전략이 시급한 상황이다.

    4일 상호금융업계에 따르면 PF 익스포저로 파악된 물량의 대부분이 1순위 대출로 구성돼 있어 경·공매로 넘어가도 원금 회수에는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토지담보대출의 경우에는 토지가격도 올라 있는 상태라 그나마 숨통을 트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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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서 29일 금융당국이 발표한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결과'에 따르면 전체 금융권 부동산 PF 익스포저 216조5000억원이다.

    업권별로 살펴보면 상호금융(54조6000억원) 은행(51조5000억원) 보험(39조9000억원) 여신전문(27조5000억원) 증권(26조5000억원) 저축은행(16조6000억원) 순이다.

    전체 금융권 PF 익스포저 중 1차 평가대상은 33조7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유의 사업장(7조4000억원)과 부실우려 사업장(21조원)이 9.7%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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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험도가 높은 브릿지론과 토지담보대출 사업장만 떼어보면 상호금융 익스포저가 30조원으로 가장 컸다. 저축은행이 10조1000억원, 여신전문이 9조3000억원이다.

    업계에서는 PF 익스포저 규모보다 사업장 위험도와 대주단 순위를 따져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익스포저가 크다고 해도 1순위 물량이 대부분이라면 경·공매 매각 시 투자금 대부분을 무리없이 회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새마을금고는 내부 규정에 따라 브릿지론과 토담대 대출에 1순위로만 참여했다. 신협 역시 대부분의 물량이 1순위인 것으로 알려졌다. 토담대는 토지 감정가도 회수 금액에 포함되는데 현재 토지 가격이 오른 상태라 이 부분도 유리하게 작용할 공산이 크다.

    반면 증권, 저축은행, 캐피탈사는 중·후순위 물량이 다수인 공격적 영업을 펼쳐왔다. 낙찰 금액이 원금에 미치지 못할 경우 후순위로 갈수록 지급받는 금액이 줄어든다. 후순위 대주는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구조다.

    신용평가업계에서도 중·후순위 대출에서 추가 손실 발생 가능성을 우려했다.

    NICE신용평가는 사업성 결과 발표 이튿날 보고서를 통해 "향후 본격화할 경공매 과정에서 중순위와 후순위를 중심으로 손실이 좀 더 확대될 수 있다"며 "중·후순위 부동산 PF 비중이 큰 경우 추가 대손충당금과 준비금 적립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부동산 PF 투자에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을 노리는 공격적 투자 성향을 보인 업체를 위주로 하반기 실적 추가 하락이 예상된다.

    상반기 2금융권의 실적을 보면 저축은행은 적자 전환, 캐피탈업계는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증가한 순이익을 냈으나 자산건전성은 저하 추세를 나타냈다. 부동산 경기 부진이 지속되면서 부동산 PF 사업장 부실 인식이 증가한 탓이다. 아울러 PF 사업성 평가기준 강화에 따라 고정이하로 새로 분류된 사업장이 늘어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도 확대했다.

    캠코 펀드, 업계 자체 PF 재구조화 펀드 조성 등 다양한 창구를 통해 익스포저 정리에 큰 걱정이 없는 상황이다.

    정리 과정에서 추가 손실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부실 PF 대출 물량이 많은 업체의 경우 신용도 하락까지 거론된다. 채권 가격에까지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형주 KB증권 연구원은 "재구조화, 경공매 속도에 무리가 없다면 부실우려 사업장 대응은 가능하다고 본다"면서도 "연말 (PF 사업장 현황) 집계치 발표 시점에 업권별 사업장 정리 진척도가 (채권) 가격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디케이트론이 후순위 대주까지 만족할 수 있는 방안으로 떠오른다.

    '은행·보험업권 PF 신디케이트론 대주단'은 9월 중순 첫 신디케이트론을 취급한다. 5개 은행(NH농협·신한·우리·하나·KB국민은행)과 5개 보험사(한화생명·삼성생명·메리츠화재·삼성화재·DB손해보험)가 1호 신디케이트론에 참여했다.

    이번 신디케이트론은 서울 을지로 소재 오피스 재개발 사업장 정상화를 위한 경락자금대출이다.

    은행연합회는 "공매 과정에서 후순위 대주는 기존 대출금 출자전환을 통해 사업성을 제고해 공매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추후 PF 정상화 모범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주단은 다른 사업장 예비 차주와도 대출 취급 절차를 진행하며 후속 대출을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