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중간유통사 판매가격 t당 82만원…2개월연속 인상 제강업계 "t당 90만원까지 올릴 것" 감산조치 연장키로 중견·중소건설사, 가격인상 직격탄…공사할수록 역마진
  • ▲ 서울의 한 아파트 건설공사 현장. 사진=박정환 기자
    ▲ 서울의 한 아파트 건설공사 현장. 사진=박정환 기자
    건설업계가 또한번 '자잿값 폭탄'을 맞을 위기에 직면했다. 2022년이후 약세가 지속됐던 철근값이 가파른 상승조짐을 보이고 있는 까닭이다. 건설업계에선 시멘트에 이어 철근값까지 오를 경우 공사 역마진과 수익성 하락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제강업계는 두달연속 철근값 인상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이달 중간유통사에 판매하는 철근가격을 t당 3만원 올린 82만원으로 책정했다. 이는 지난달 3만원 인상에 이은 두번째 가격인상이다. 

    이와 함께 제강업계는 현재 철근값이 여전히 원가이하로 형성돼 있다고 판단, 감산조치(생산량 감축)를 연장하고 원가 기준가격인 t당 90만원대에 미칠때까지 가격인상 기조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2022년 t당 110만원까지 치솟았던 철근값은 건설경기 악화로 인한 수요감소와 값싼 중국산 철근유입 등이 겹치면서 지난해 t당 90만원, 올상반기 t당 70만원대로 급감했다.

    철근값이 인상조짐을 보이자 건설사들은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특히 제강업계와 직거래하는게 아닌 중간유통사를 통해 철근을 매입하는 중견·중소건설사들 경우 이번 가격인상에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중견건설 A사 관계자는 "그동안 철근값이 낮게 형성됐던 것은 맞다"면서도 "다만 철근외 시멘트 등 다른 자잿값이 폭등해 건설사 입장에선 공사비 부담이 더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보다 자잿값과 공사비가 더 오르면 주택사업이든, 공공공사든 마진을 아예 남길 수 없는 구조가 된다"며 "발주처와 공사비 증액 협상도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규모가 큰 건설사는 제강사와 직거래를 통해 철근을 대량매입하기 때문에 당장은 중간유통가격 인상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유통가격이 계속 오르면 직거래가격도 뒤따라 상승할 가능성이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 골조공사 현장. ⓒ뉴데일리DB
    ▲ 골조공사 현장. ⓒ뉴데일리DB
    철근값 인상 여파로 건설업계 수익성 하락, 공사비 갈등 이중고도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공사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지역 긴장 여파로 지속적인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통계를 보면 7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0.1포인트(p)로 전년동월대비 2.18%, 전년동기(1~7월)대비 2.15% 상승했다.

    특히 공공공사 수주를 늘리며 일감을 확보해온 중견건설사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6월 기준 공공수주는 8조2000억원으로 전년동월대비 36.2% 상승했다.

    공공공사 경우 마진자체가 크지 않은 만큼 공사비 추가인상시 역마진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중견건설 C사 관계자는 "정부가 공공발주처에 공사비 조정을 압박하고 있지만 실제로 체감되는 변화는 없다"며 "발주처가 요지부동인 상태에서 자잿값만 또 오르면 사실상 공사수행이 어려워진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건설업계 불황을 감안한 자잿값 가격조정 방안이나 강제성 있는 공사비 조정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원재료인 철광석값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철근값 인상은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광해광업공단이 공개한 전략광종 월간동향을 보면 7월 중국산 철광석값은 t당 106.77달러로 전년동월대비 5.5% 감소했다.

    박선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부터 건설공사비 상승세가 한풀 꺾여 공사원가에 대한 부담도 점진적으로 줄어들 것"이라며 "이에따라 내년 건설경기도 역대 최악 수준인 올해와 비교하면 제한적인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