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된 모듈 재활용… 가격 낮추고 수익성 높여DDR5 같은 고사양 제품서 리볼 비중 높여D램 현물가 하락 이유로 꼽히기도
  • ▲ 업계 최선단 12나노급 DDR5 ⓒ삼성전자
    ▲ 업계 최선단 12나노급 DDR5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고성능 D램인 DDR5에서 리볼(Reball)칩 공급을 늘리고 있어 주목된다. 폐기된 모듈을 재활용해 제품 가격을 낮추고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최근 이어지는 D램 현물가 하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2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의 8월 D램 현물시장 분석에 따르면 이 시장에서 리볼칩 공급이 풍부해지고 있다. D램 고객사들도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소매채널을 통해 조달이 쉬운 이 칩의 비중을 높이는 분위기다.

    리볼칩은 폐기된 모듈을 재활용해 생산된다. 그만큼 제품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인 동시에 제조사 입장에선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수단으로 꼽힌다.

    D램 시장에서는 최근 삼성이 이 같은 리볼 DDR5 생산을 늘리면서 공급이 풍부해진 것으로 본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최근 D램 현물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이유에 대해 삼성이 리볼 DDR5 출하를 늘리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트렌드포스는 "D램 현물 가격은 삼성이 폐기된 모듈에서 나오는 리볼 DDR5 칩 양을 늘리면서 여전히 하락하고 있다"며 "리볼칩은 중고이고 가격이 저렴해서 삼성은 수익성을 달성할 수 있지만 결국 현물 가격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이어져 전체 D램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최근 D램 시장에선 범용 제품을 중심으로 가격 하락세가 심상찮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지난해 10월부터 AI(인공지능) 수요를 중심으로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되살아나면서 D램 가격도 상승세를 탔었는데, 지난 5월부터 보합세를 유지하다가 9월부턴 상승세가 꺾이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중국업체들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국 최대 메모리 기업인 창신메모리(CXMT)가 올 들어 공격적으로 생산능력(CAPA) 확장에 나서면서 17나노미터 이상 칩 시장에서 존재감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는 점을 특히 주목한다.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 제재를 피할 수 있는 범용 칩으로 D램 시장을 조용히 접수하고 나섰다는 평이 나온다.

    하지만 여기에 삼성이 리볼칩으로 고부가 고성능 D램인 DDR5 가격까지 낮춘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트렌드포스는 본 것이다. 삼성은 메모리업계 1위로 압도적인 캐파 또한 보유하고 있어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클 수 밖에 없다.

    트렌드포스는 "대부분의 구매자는 이제 적극적으로 D램을 비축하려고 하지 않는다"며 가격의 추가 하락 가능성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