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업체들 그간 엔저효과에 초강세美빅컷·日금리인상… 엔화 강세 전망가격 경쟁력 회복… 금융비용 감소 효과20%대 점유율 상승 기회
  • ▲ 삼성전기의 MLCC.ⓒ삼성전기
    ▲ 삼성전기의 MLCC.ⓒ삼성전기
    미국의 금리 인하 기조로 엔화 강세가 전망되면서 국내 전자부품업계가 수혜를 입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근 몇 년간 일본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체들은 슈퍼엔저를 앞세워 수출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왔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전자부품사들은 엔화 환율 추이를 예의주시하며 시장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그간 슈퍼엔저에 힘입어 일본 전자·전기 부품사들이 집중 수혜를 받았지만, 엔화 강세를 점치는 시각이 늘면서 국내 부품사들의 기회가 될 수 있어서다. 

    지난 3년간 엔화 가치는 꾸준히 떨어지면서 일본 기업들은 수출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됐다. 과거에 비해 한·일 산업의 경쟁 구도가 약화하면서 엔저와 우리 수출의 상관관계가 대폭 줄어들었으나, 전기·전자 업종은 여전히 양국 기업간 경합성이 높아 엔저가 가격경쟁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50bp(bp=0.01%포인트) 내리는 ‘빅컷’을 단행하면서 엔화 가치가 반등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내리면 달러의 가치가 떨어지고 상대적으로 엔화의 가치는 오르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본이 내년까지 점진적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 시사하면서 시장에서는 당분간 엔화가 강세를 보일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미 이달 11일엔 엔·달러 환율이 장중 141.494엔까지 떨어지며 올해 1월 초 이후 최저를 기록하기도 했다. 엔·달러 환율 하락은 엔화 강세를 뜻한다. 

    국내 전기·전자부품업계에게는 유리한 방향으로 대외환경이 변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엔화 강세가 이어지면 가격 경쟁력 회복, 금융비용 감소 등에 도움이 될 수 있어서다. 

    특히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전장용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시장에서 무라타를 비롯한 일본 기업들의 약세가 전망된다. ‘전자산업의 쌀’로 불리는 MLCC는 스마트폰, 전기차, 비디오게임기 등 주요 전자기기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부품이다. 전자제품 회로에 전류가 안정적으로 흐르도록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2024년 상반기 기준 전 세계 MLCC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국가는 일본이다. 무라타, TDK, 타이요유덴 등 일본 기업이 시장의 상당 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기가 MLCC 사업을 하고 있다. 전제 매출의 45% 정도가 MLCC에서 발생한다. 다만 올해 상반기 시장 점유율은 23%에 불과하다. 

    엔저 현상을 등에 업은 일본기업들로 인해 가격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다. 그간  IT업 회복 부진에 따른 전반적인 MLCC 수요 둔화에도 불구하고 엔저에 힘입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일본 기업들은 시장을 휩쓸어왔다. 이에 슈퍼엔저 현상이 진정되면 MLCC 시장에서 삼성전기 등 국내 기업들의 반사 수혜를 기대해볼 수 있다. 

    동시에 차량용 반도체와 이미지센서 등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품목에서도 일본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낮아지면서 삼성전자, LG이노텍 등도 수혜가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엔화가 강세를 띄면 달러 가치는 낮아지면서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전자부품업체들의 수익성이 둔화하는 경향이 있지만 향후 1년간 달러 약세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하는 시각이 많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다만 단기적으로는 엔고로 일본에서 수입하는 설비와 원자재 등 구매비용도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