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 교수서 빗물박사로"기후위기 해결사는 빗물과 당신""댐 짓는 대신 공짜 수원 빗물을 누려라"
  • ▲ 칸 라이언즈 서울 2024에서 발표하는 한무영 서울대 명예교수 모습 ⓒ정상윤 기자
    ▲ 칸 라이언즈 서울 2024에서 발표하는 한무영 서울대 명예교수 모습 ⓒ정상윤 기자
    10월의 문 턱에서까지 느껴지는 더위에 올해는 특히 더 기후위기가 실감되고 있다. 이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시각을 던지는 이가 있다. '빗물박사' 한무영 서울대 명예교수다. 공대 교수인 그가 빗물을 가치를 재발견하고 이제는 '빗물이 곧 돈'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한무영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명예교수는 26일 서울 광화문 시네큐브에서 열린 '칸 라이언즈 서울 2024'에서 '기후위기 해결사, 빗물과 당신'이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서 글로벌 기후위기 상황에서 빗물이 줄 수 있는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했다.

    한 교수는 토목공학을 전공하고 모교에서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로 재직한 전형적인 공학자다. 그런 그가 현재는 사단법인 '물과 생명'의 대표를 맡으면서 빗물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이제 그는 단순히 공대 교수가 아니라 '빗물박사'라는 타이틀을 앞세우고 있고 '비를 이롭게 활용한다'는 뜻의 '우리(雨利)'를 호(號)로 쓰고 있다.

    한 교수는 최근 지구 상 최대 문제로 거론되는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탄소 저감이라는 먼 이야기 대신 빗물을 활용하는 방안을 먼저 거론했다.

    한 교수는 "기후 위기, 지구 온난화에 대한 대책으로 탄소를 줄이자는 구호만 내세운다고 해서 당장 해결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올해도 엄청나게 더웠다고 하는데, 더울 때 비가 오면 시원해지는 것 같은 원리는 누구나 다 알면서도 그 빗물을 모아 활용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해결책은 결국 물과 나무라고 보는데, 여기서 물이 수돗물도 아니고 바닷물도 아니고 바로 골고루 떨어지는 빗물"이라며 "탄소보다 빗물을 먼저 생각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생각했고 이것은 여러분들도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이 같은 생각에서 착안해 대한적십자사에 산불이 났을 때 빗물을 활용할 수 있게 '물 모이'라는 조그만 시설을 만들자는 제안에 나섰다. 대한적십자사는 이 의견을 받아들여 '전국민 산촉촉 운동'을 펼쳐 산불에 대비할 수 있는 빗물 모음 공간을 각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만들 수 있게 한 것이다.

    경기도 수원시도 빗물로 도시 브랜딩을 해 글로벌 수상에 성공했다. 한 교수가 수원이라는 한자어가 '물의 근원', 즉 빗물이라는 연상을 했고 이 콘셉트로 수원시는 '레인시티(Rain City)'라는 브랜딩으로 전 세계에 수원이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빗물을 활용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비가 많이 오는 동남아 지역 국가들을 중심으로 빗물 학교와 과학관, 학생 조직인 'BiTS'를 만든 것도 한 교수의 빗물 브랜딩 사례로 소개됐다. 한 교수는 글로벌 인기를 얻고 있는 아이돌 BTS 이름을 접목해 학교에서 학생들이 직접 빗물을 연구하고 지역사회에서 이를 활용하고 선전할 수 있는 조직을 꾸릴 수 있게 했다.

    그 중 캄보디아는 교육부에서 전국 학교에 1000개의 '레인스쿨 이니셔티브'를 구성하는 것을 정책화해 주목받았다. 한 교수는 캄보디아의 대표적인 유적인 앙코르와트가 '물의 도시'라는 뜻이라는 점을 활용해 캄보디아 교육부의 적극적인 레인스쿨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 ▲ 칸 라이언즈 서울 2024에서 발표하는 한무영 서울대 명예교수 모습 ⓒ정상윤 기자
    ▲ 칸 라이언즈 서울 2024에서 발표하는 한무영 서울대 명예교수 모습 ⓒ정상윤 기자
    한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도 빗물로 브랜딩을 할 수 있는 3가지 방안에 대해서 제안했다.

    무엇보다 우선으로 꼽은 점은 우리나라가 물 부족 국가라는 오명을 벗어날 수 있게 물 수요관리를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한 교수는 "물이 부족해서 댐을 건설하는 등 물 공급 시설을 확충할 것을 고민할 것이 아니라 결국은 마르지 않는 수원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고 그것이 곧 절수하는 방법 뿐"이라며 "더불어 공짜 수원에 해당하는 빗물을 활용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한 교수는 현재 전남 교육청과 함께 캄보디아에서 진행했던 레인스쿨 이니셔티브를 특별활동 사업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여기에는 앞서 언급했던 캄보디아와 라오스, 베트남, 태국 등 몬순지역에서 온 다문화 가정들이 참여해 의미를 더 키웠다. 국내에서도 레인스쿨 활동을 확대하는 것이 빗물 브랜딩의 대표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는게 한 교수의 생각이다.

    정부나 기업이 해외 진출을 할 때 CSR 활동의 일환으로 레인스쿨을 지원하는 방안도 빗물 브랜딩 방법으로 추천했다. 해외 지역에 빗물 탱크 등을 만들어주고 레인스쿨 활동 등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지속가능한 CSR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았다. 실제로 현대자동차와 롯데백화점 등의 기업이 필리핀과 베트남에서 이 같은 CSR로 현지인들의 호응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마지막으로 "빗물을 관리하는 것이 곧 돈"이라는 공식을 널리 알리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한 교수는 "빗물이 돈이라는걸 알려주는 순간 하늘에서 돈이 떨어지는데 사람들이 가만히 있겠는가"라며 "지금은 보이지 않지만 우리 후손도 할 수 있고 우리가 후손을 위해서라도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액션 플랜"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