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로 하야시 덴츠 ECD. ©정상윤 기자
    ▲ 지로 하야시 덴츠 ECD. ©정상윤 기자
    "어려움 속에 있다 해도 휴머니티와 유머를 통해, 즐길 수 있는 무엇인가를 만들게 된다"

    26일 지로 하야시(Jiro Hayashi) 덴츠 ECD(Executive Creative Director)가 방한해 서울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열린 ‘칸 라이언즈 서울 2024’ 세미나 무대에 섰다. 올해 칸 라이언즈 아웃도어 부문 예선 심사위원을 역임한 하야시 ECD는 ‘왜 지금 휴머니티와 유머?(Why Humanity and Humor Now?)’라는 주제로 올해 칸 라이언즈를 통해 배운 것들을 공유했다. 

    우선, 휴머니티와 관련해 하야시 ECD는 일상과 개인적인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P&G(Proctor & Gamble)의 CBO(Chief Brand Officer)인 마크 피처드(Mark Pitchard)의 말을 인용해 "일상의 매 순간에 크리에이티비티가 숨어 있다. 일상에서 우리 속의 휴머니티를 끌어내라"고 조언했다.

    이어 '올해의 마케터'상을 수상한 유니레버의 세미나 내용을 소개하며 "휴머니티는 바로 당신으로부터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 아이디어가 나한테 말하고 있는가 생각해 보라. 타깃 소비자가 아니라 나한테 말하는 아이디어를 전할 때 인간적이고 개인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된다"고 했다.

    하야시 ECD는 최근 몇 년간 칸 라이언즈의 화두였던 AI와 휴머니티의 관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구글 세미나에서 들은 이야기가 와 닿았다. AI가 사용되어도, 크리에이티비티의 핵심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AI가 상용화되는 가운데, 브랜드를 차별화 시킬 수 있는 방식으로 AI를 활용하는 것은 당신의 비전, 아이디어, 열정으로부터 나온다는 점이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심사를 하면서 본 어떤 출품작들의 경우 AI로 인해 오리지널한 콘셉트가 가려진 경우들을 보았다. AI는 아이디어가 아니라 도구일 뿐인데"라며 안타까워 했다.

    하야시 ECD는 휴머니티를 잘 보여준 사례로서, 페디그리의 어답터블(Adoptable) 캠페인을 소개했다. 그는 "어답터블 캠페인은 AI를 활용하긴 하지만 핵심적 아이디어가 명확하다. 유기견들을 입양되도록 해 유기견 없는 세상을 만드는, 페디그리의 브랜드 목적(Purpose)에 기반한다"고 분석했다.
  • ▲ 지로 하야시 덴츠 ECD. ©정상윤 기자
    ▲ 지로 하야시 덴츠 ECD. ©정상윤 기자
    다음으로 하야시 ECD는 유머에 대한 생각을 공유했다.

    하라시 ECD는 올해 VML 세미나의 내용을 인용해 "유머의 힘은 사람들을 연결하는 것이다. 생각이나 경험을 이야기했더니 사람들이 웃었다면 연결이 됐다는 뜻"이라 말했다.

    그리고 "브랜드는 재미있어야 한다. 광고에서 인간적인 요소를 부각시킬 수 있는 것이 유머"라고 말했다. 이어 "칸에서 대행사 GUT의 라모스 회장이 '왜 이리 광고가 진지해? 기껏 광고인데'라고 말했고 거기 있던 사람들은 웃음을 터뜨리며 서로 공감했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유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긴 하지만, 경영자들은 여전히 유머에 대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인다.

    그는 "한 조사에 따르면 91%의 사람들이 웃긴 광고를 좋아하는 반면 95%의 비즈니스 리더들은 유머 소구를 주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할까?"라고 질문했다. 그리고 "비즈니스 리더는 유머에 대한 고정 관점이 있는 것 같다. 유머가 사람들을 연결시키는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라시 ECD는 심사위원들이 유머에 대해 주고받은 이야기들을 전해 주기도 했다. 그는 "출품작을 보고 심사위원들이 웃는다면 실버는 따 놓은 당상이라고 서로 이야기를 했다"면서 심사위원들은 유머를 '장난스러움(playfulness)', '가벼운 톤(light tone)', '인간의 감정' 혹은 '보편적 언어'로 보았다고 설명했다.

    히라시 ECD는 유머 소구를 잘 보여주는 사례로, 헬스&웰니스 부문 그랑프리 수상작인 '마지막 멀미 봉투(The last barf bag)'를 소개했다. "웃길 뿐 아니라 '이상해서(Weired)' 격찬을 받은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프린트&퍼블리싱 부문 수상작인 '인생은 IKEA와 같지 않다(Life is not an IKEA)'를 소개했다. 그는 "대강 보면 보통의 IKEA 카탈로그 같이 멋지고 깨끗해 보인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개가 러그 위에 오줌을 싸고 있다. 손빨래가 가능하고 저렴한 제품이라는 점을 보여준다"면서 "인생은 IKEA 카탈로그처럼 아름답지 않다. 하지만 '혼란과 뒤범벅 속에도 아름다움(glorifying messiness)'이 있다"고 했다.

    세미나를 마치며 하야시 ECD는 "왜 지금 휴머니티와 유머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자신의 답을 제시했다.

    그는 "유머는 혼란하고 지저분해 보이는 일상에서 창조되며, 유머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쉽게 연결되게 된다. 인간의 크리에이티비티 중 최고의 부분이 유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인간 관계나 일 모두 헤쳐나가기 어려운 복잡함 속에 빠질 때가 있다. 그 가운데에서도 분명히 크리에이티비티가 나올 수 있다. 어려움 속에 있다 해도 휴머니티와 유머를 통해, 즐길 수 있는 무엇인가를 만들게 된다"고 강조했다.

    칸 라이언즈는 지난 1954년부터 매년 6월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의 크리에이티비티 축제다. 올해 29회째를 맞는 '칸 라이언즈 서울 2024' 행사는 칸 라이언즈의 인사이트를 만나볼 수 있는 '라이언즈 인사이트(Lions Insight)'와 지속가능성·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휴머니티(Humanity), AI·테크·이노베이션, 유머·컬래버레이션 등 4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27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