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X 철강’ 지수, 2%대 상승…주요 철강 관련주 줄강세철강업계, 후판 판매량·가격 인상에 따른 실적 개선 기대조선·건설사, 원자재 비용 상승 부담…수익성 악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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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제철
정부가 중국산 철강 후판에 최대 38%의 잠정 덤핑 방지 관세 부과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철강 관련주들이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그간 각종 악재에 눌려있던 철강주가 오랜만에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다.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철강주들로 구성된 ‘KRX 철강’ 지수는 전장(1939.91)보다 2.67% 오른 1991.78에 거래를 마쳤다.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각각 1443만주, 5555억원으로 집계됐다.지수 구성 종목별로 살펴보면 동국제강은 12.22% 급등했으며 ▲포스코홀딩스(5.03%) ▲포스코엠텍(4.75%) ▲세아제강(4.15%) ▲TCC스틸(3.79%) ▲현대제철(3.52%) 등이 동반 강세를 보였다.이 밖에 포스코스틸리온(21.41%)을 비롯한 문배철강(8.22%), 넥스틸(5.44%), 현대비앤지스틸(3.38%), 한국철강(3.31%), KG스틸(1.95%), 대한제강(1.31%), 세아베스틸지주(0.92%) 등 국내 철강주 전반이 상승 곡선을 그렸다.이는 정부가 중국산 철강 후판에 반덤핑 관세 부과를 추진함에 따라 국내 철강 기업들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매수세가 몰린 영향이다.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는 지난 20일 중국산 후판에 대한 예비 조사를 진행한 결과 덤핑 사실과 덤핑 수입으로 인한 국내 산업의 실질적 피해를 추정할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예비판정했다. 이에 따라 향후 이뤄질 본조사 기간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잠정 덤핑 방지 관세 27.91%~38.02% 부과를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건의하기로 했다.앞서 현대제철은 지난해 7월 말 중국산 저가 후판의 덤핑으로 국내 산업계 피해가 발생했다며 제소했고 무역위는 10월 초부터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다. 이번에 의결된 잠정 관세는 기획재정부의 검토를 거쳐 한 달 안으로 확정한 후 중국산 제품에 즉시 부과될 전망이다.시장에서는 이번 결정으로 국내 철강업계가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했다.BNK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 후판 수요는 지난 2015~2016년 940만톤 수준을 기록한 뒤 조선, 건설 등 전방 사업 수요 부진에 지난해까지 744만톤으로 감소했다. 특히 중국산 후판 수입량이 2021년 45만톤에서 지난해 137만톤으로 크게 증가해 국내 업체들에 추가 부담으로 작용했다.김현태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산 후판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로 국내 후판 업체의 가격 협상력과 매출이 증가할 것”이라며 “중국산 후판은 일본산보다도 약 20% 저렴했는데, 관세율 30%가 적용되면 가격 메리트가 완전히 사라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현대차증권은 포스코홀딩스,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후판 3사의 후판 판매량 확대와 가격 인상 가능성이 높아져 향후 실적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박현욱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한국 철강 내수시장에서 중국산 점유율은 지난해 16%로 2018년 14%보다 높아졌고 특히 같은 기간 후판은 8%에서 17%로 크게 상승해 수입산 점유율은 철강 품목 중 선재, 특수강 다음으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며 “중국산 점유율 확대뿐만 아니라 가격도 한국산 대비 현저히 낮아 국내 후판 3사의 후판 부문 이익률은 적자이거나 손익분기점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이어 박 연구원은 “지난 2015년 H형강 AD 관세 부과 사례에 비춰봤을 때 국내산 후판 수입량 감소·국산 가격 인상을 기대할 수 있다”며 “현대제철은 중국산과 일본산 열연강판에 대해서도 덤핑 여부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으며 열연강판에 대해서 덤핑방지관세가 부과될 경우 포스코홀딩스와 현대제철 실적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고 부연했다.철강업계와 반대로 값싼 중국산을 사용하던 조선·건설업계는 이번 반덤핑 관세 부과 결정이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국내 대형 조선사 기준 전체 후판 사용량의 중국산 비중은 약 20% 수준이며 국내 조선사의 주력 선종인 LNG선, 컨테이너선에서 후판 사용량은 각각 15, 20% 수준이다. 이 가운데, 중국산 후판에 대해 30% 관세를 적용할 경우 원가율은 약 1%포인트 상승하게 된다. 특히 중소형 조선사들은 중국산 후판 비중이 40~50%에 달해 원가 부담이 높아진다.이재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국내 조선사들은 올해 상반기 후판가 협상을 진행 중인데, 이번 조치로 국내 철강 기업과의 가격 협상에는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면서도 “중국경기 기대감에 따른 일부 추가 가격 상승 우려도 있지만, 제도 활용·중국산 생산 확대, 선가 반영 등을 통해 수익성 개선 방향성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김현태 연구원은 “국내 조선사는 보세창고 활용을 통해 관세를 면제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조치에 따른 피해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대형 조선사가 보세창고를 활용해 중국산 후판을 수입·사용한다면 반덤핑 관세 30%의 영향은 없다”고 밝혔다.건설업계는 후판 가격 인상이 원자잿값 인상을 초래해 공사비 증액 등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건설업계 관계자는 “그간 공사비를 낮추기 위해 중국산을 사용하는 현장이 많았는데, 후판 가격이 오르면 공사비 부담도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