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X 2차전지’ 지수, 3거래일간 5%대 강세…구성 종목 전반 상승‘KODEX 2차전지산업레버리지’, 12.55%↑…전체 종목 중 수익 1위탑머티리얼·LG엔솔 배터리 공급 계약 호재…외인·기관 매수세 유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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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G에너지솔루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 관세 부과 소식으로 연초 부진한 흐름을 보였던 국내 2차전지 관련주들이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에 따른 실적 부진이 지난해 4분기를 기점으로 바닥을 통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가운데, 낙폭 과대 인식 속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다. 다만, 일각에서는 아직 실적 기대치의 바닥을 확인하지 못해 추세적인 하락세가 연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9시 20분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은 전장(36만6000원)보다 2.05% 오른 37만3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주가는 개장 직후 0.27% 상승한 36만7000원으로 출발해 오름폭을 확대하고 있다.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각각 6만6000주, 243억원을 기록 중이다.

    같은 시간 에코프로 3형제로 불리는 에코프로(0.16%)와 에코프로비엠(0.81%), 에코프로머티(0.86%)도 상승 중이며 또 다른 2차전지주로 꼽히는 유진테크놀로지(14.51%), 레이크머티리얼즈(10.97%), 동화기업(10.26%), 엔켐(7.76%) 등이 동반 강세다.

    이번 주 들어 국내 2차전지 관련주들은 상승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국내 주요 2차전지 기업들로 구성된 ‘KRX 2차전지 TOP 10’ 지수는 전날 기준 최근 3거래일간 2876.85에서 3023.66으로 5.10% 상승했다. 이는 거래소가 산출하는 34개 테마형 지수 가운데 수익률 기준 ‘KRX 기후변화 솔루션지수(5.56%)’에 이은 상위 2위 수준이다.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각각 2247만주, 2조8703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지수 구성 종목별로 살펴보면 에코프로머티는 올해 실적 개선 기대감에 25.17% 폭등했으며 ▲LG화학(7.91%) ▲SK이노베이션(6.56%) ▲삼성SDI(5.85%) ▲에코프로비엠(5.63%) ▲포스코퓨처엠(5.14%) ▲에코프로(5.12%) ▲포스코홀딩스(4.66%) ▲LG에너지솔루션(3.68%) 등이 동반 강세를 보였다. SKC 홀로 2.56% 하락했다.

    특히 이 기간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의 순매수세가 이어졌다. 외국인은 LG에너지솔루션 주식 192억원을 순매수했고 에코프로(154억원), 에코프로머티(150억원), SKC(147억원)도 대거 사들였다. 기관도 LG화학(482억원)을 비롯해 포스코홀딩스(266억원), 삼성SDI(243억원), LG에너지솔루션(223억원) 등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LG에너지솔루션 415억원어치를 팔아치웠고 LG화학(399억원), 포스코홀딩스(340억원), 에코프로머티(263억원) 등의 물량도 쏟아냈다.

    이에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도 2차전지 관련 종목들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차전지산업레버리지’는 이 기간 12.55% 올라 전체 ETF 중 수익률 1위를 기록했으며 신한자산운용의 ‘SOL 전고체배터리&실리콘음극재’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2차전지TOP10레버리지’도 각각 10.52%, 10.39% 상승해 4,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2차전지주들의 주가 상승은 탑머티리얼-유럽 배터리 기업의 양극재·소재 공급계약과 LG에너지솔루션의 도요타 배터리 공급 소식이 호재로 작용했다.

    앞서 탑머티리얼은 지난 19일 유럽 프라임배터리테크놀로지와 향후 10년간 최대 1조2000억원 규모에 해당하는 양극재·소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은 오는 2035년까지 이어지는 장기 계약으로 공급되는 제품은 탑머티리얼의 자체 기술력으로 개발된 고품질 2차전지 소재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일본 도요타는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공장에서 배터리를 주문하기로 했다. 도요타는 LG에너지솔루션이 미시간주 랜싱의 배터리공장을 완전히 인수하면 LG에너지솔루션의 다른 미시간주 공장에서 구매하기로 했던 배터리의 주문을 랜싱 공장으로 이전하기로 LG와 합의했다. 주문 금액은 총 15억달러(한화 약 2조1600억원) 상당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정부와 국회가 국내에 배터리 생산시설을 짓는 기업에 세액공제 대신 직접 현금으로 보상해주는 방안인 이른바 ‘한국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도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특히 지난 18일 반도체 기업의 통합 투자 세액공제율을 현행보다 5%포인트 상향하는 내용의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국회 기획재정위를 통과한 만큼 업계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4일 국회 2차전지 포럼 대표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K배터리 퀸텀점프를 위한 이차전지 배터리 직접환급제 도입 토론회’에서도 ‘직접환급제’ 도입을 논의했으며 산업부는 올해 2차전지를 비롯한 소재부품 기술개발 사업에 전년(1조1410억원)보다 3.2% 증가한 1조1780억원(계속 과제 1조890억원, 신규과제 89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최고경영자(CEO)는 19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이사회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한국판 IRA와 관련해 “현재 논의되는 사안들이 배터리 업계에 매우 중요하다”며 “투자 세액공제를 직접 환급받거나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있는 형태가 된다면 국내 배터리 기업들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2차전지 기업들의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높였다. 지난해 4분기까지는 캐즘 등의 영향으로 실적이 부진했지만, 바닥을 통과한 뒤 올해부터 실적 개선세가 이뤄질 것이란 설명이다.

    권명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는 2차전지 업황 부진에 따른 수주 공급 일정 지연과 계약 해지 등의 이유로 전년 대비 역성장했지만, 올해에는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며 “지연 수주가 올해는 매출로 반영될 것으로 예상되고 Z-스태킹(Z-Stacking)과 고온·고압 프레스 장비(WIP) 등의 신규사업에 대한 매출 발생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구조조정과 공급망 확대를 통한 원가절감 등을 통해 이익개선도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일각에서는 2차전지 기업들의 실적이 아직까지 바닥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 실적발표 이후 2차전지 업종은 업황 바닥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반등했지만, 아직 올해·중장기 전기차(EV)·배터리 실적 기대치의 바닥을 확인한 것인지는 미지수”라며 “지난해 2·3분기 실적발표 당시에도 바닥에 대한 기대감으로 실적발표 이후 주가는 단기적으로 상승했으나, 눈높이가 재차 하향 조정되며 주가는 추세적인 하락세를 이어온 바 있다”고 밝혔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1분기 일부 기업들의 매출 회복은 가능하겠지만, 여전히 전방 수요 회복세가 약한 가운데, 정책 불확실성도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매수 실익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다”면서도 “다만, 지난해와 다른 점은 주가 하방 압력이 제한적이라는 점으로 매수 실익이 크지 않은 것은 동일하나, 지난해의 경우 그로 인해서 주가 하락이 불가피했다면 현시점은 대부분의 대형주가 적정가치에 근접해 있다는 점에서 주가 하방 압력이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