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버전 생산 중단 가능성"비싼 가격·콘텐츠 부재 '흥행실패'LG, 사업부 해체·인력 재배치 무기한 연기삼성 "예정대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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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플이 연내 확장현실(XR) 헤드셋 ‘비전 프로’의 현 버전을 생산 중단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삼성전자의 전략에도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앞서 XR 헤드셋 사업에 함께 뛰어들었던 LG전자는 이미 관련 사업을 무기한 연기한 상태다. 

    23일(현지시간)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제작에 직접 참여했다는 소식통을 빌어 애플이 지난 초여름부터 비전 프로의 생산을 크게 줄였으며 올해 말까지 현재 버전의 헤드셋 생산을 중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실제 최근 애플은 비전 프로 조립업체인 중국 럭스쉐어에게도 11월 말 비전 프로 제조를 중단할 수도 있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진다. 향후 발생할 수요에 대응할 만큼 충분한 재고를 쌓았다는 판단에서다. 업계에 따르면 이미 럭스쉐어는 일일 생산량을 기존의 절반인 1000개 수준까지 줄인 상태다. 

    생각보다 부진한 수요가 배경으로 지목된다. 애플은 지난 2월 첫 XR 기기로 비전 프로를 내놨지만 흥행에는 실패했다. 시장조사업체 IDC 등에 따르면 미국 내 비전 프로 판매량은 올해 1분기와 2분기를 합해 17만대에 그쳤다. 당초 예상치인 30만∼40만대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3499달러(한화 약 484만원)에 달하는 높은 가격이 배경으로 지목된다. 또한 헤드셋 착용감이나 무게, 배터리 지속시간 등 편의성은 물론 프로 전용 앱과 킬러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평가도 영향을 미쳤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저가 경쟁 제품이 앞다퉈 출시되면서 경쟁력을 상실했다. 

    애플은 현재 버전의 비전 프로 대신 저가형에 비전 프로 대신 저가형 비전 프로 개발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은 올해 초 2025년 말까지 기능을 덜고 가격을 낮춘 저가형 제품을 내놓겠다 밝힌 바 있다. 기능을 줄인 저가형 비전 프로의 가격대는 1500달러(약 207만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추후 차세대 비전 프로 개발을 재개할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삼성전자의 헤드셋 전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일찌감치 지난해 초 갤럭시S23 언팩에서 XR기기 개발을 공식화 한 바 있다. 이후 ‘삼성 글라스’라는 XR기기 상표권도 등록한 상태다. 

    구글, 퀄컴과 함께 ‘XR 삼각동맹’을 맺고 새로운 XR 플랫폼을 만든다는 목표도 내걸었다. 노태문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 사업부장(사장)은 지난 7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에서 연내 XR 플랫폼 공개를 공식화했으며, 최근 ‘퀄컴 스냅드래곤 테크 서밋 2024’에 참석해 XR 생태계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XR 생태계 구축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 소비자 인식이 긍정적이지 않다는 점을 들어 삼성의 XR 제품이 공개되기까지 더욱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당초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연내 XR 플랫폼 출시, 내년 XR 기기 양산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10월 삼성개발자회의(SDC) 에서 첫 XR 기기가 공개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지만 별도의 언급은 없었다. 게다가 애플의 비전 프로도 생산 중단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더욱 보수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실제 연초까지만 해도 삼성전자와 함께 XR 헤드셋 시장에 뛰어 들었던 LG전자는 관련 사업을 무기한 연기한 상태다. 앞서 지난 2월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방한한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책임자(CEO)를 LG그룹 본사에서 만나 XR 기술 협력을 논의하는 등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해 왔다. 당시 양사는 내년경 협업한 XR 헤드셋을 출시한다는 목표도 밝혔지만 현재는 연초 만들었던 XR사업부를 해체하고 소속 인력을 전장, 로봇, AI, 기업간거래(B2B) 등 부서로 재배치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까지 XR 사업 계획이 연기되거나 수정된 것은 없다”면서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