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급성장 배경엔 표현의 자유 보장·다양한 제작 자본·젊은 감독"'세계 속의 한국영화 호황인가, 위기인가' 주제로 숙명여대 초청 강연1996년 부산영화제 출범 후 15년간 집행위원장 맡아 한국영화 세계화 기여문시연 총장 "영화·문화에 대한 이해 넓히고 창의적 사고 키운 좋은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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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자대학교는 한불협회와 지난 29일 교내 백주년기념관에서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초대 집행위원장 초청 강연을 열었다고 31일 밝혔다.1996년 부산국제영화제 출범을 주도한 김 위원장은 15년간 집행위원장을 맡아 부산영화제를 아시아 최대 영화 축제로 만들어낸 장본인이다.영화진흥공사 사장, 예술의전당 사장, 문화부 차관 등을 역임했고 칸, 로테르담, 시애틀 등 주요 해외 영화제 심사위원을 맡아 한국 영화의 외교관으로도 불린다. 그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청년, 동호'는 올해 칸 국제영화제 '칸 클래식'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이날 김 위원장은 '세계 속의 한국영화 호황인가, 위기인가'를 주제로 재학생 200여 명과 대화를 나눴다. 그는 1990년대 후반 이후 한국 영화의 고도성장을 미학적 측면과 산업적 측면으로 나눠 분석했다.김 위원장은 "1997년까지 한국 영화는 칸 영화제에 5편밖에 상영되지 않았는데 한해에만 4편의 영화가 초청된 1998년 이후 본격적으로 세계 영화제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며 "산업적 측면에서도 1999년 강제규 감독의 '쉬리', 2000년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 JSA' 흥행 이후 본격적으로 천만(관객) 영화가 등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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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한국 영화의 이런 성장은 1998년 영화 사전검열 폐지 이후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고, 제작 자본이 다양해진 결과"라며 "부산영화제를 통해 김기덕, 홍상수, 이창동, 봉준호 등 젊은 감독들의 좋은 영화를 전 세계에 선보일 수 있게 된 것도 중요한 원인"이라고 짚었다.김 위원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관객과 영화 제작사의 투자가 줄면서 한국 영화는 굉장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관객이 극장으로 돌아올 수 있는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게 영화계와 정부가 노력한다면 위기를 타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문시연 총장은 "부산영화제가 오늘날 아시아 대표 영화제로 자리 잡은 데는 평생 한국 영화산업 발전에 헌신해 오신 김 위원장님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며 "이번 특강은 숙명여대 학생들이 영화와 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창의적이며 혁신적인 사고를 키우는 소중한 기회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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