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차 COP 개최… 미국·중국·브라질 등 정상 불참신재생에너지 기업들 우려 커져… IRA 혜택 축소 불 보듯트럼프 1기보다 청정에너지 시장 커져 여파 적을 거란 관측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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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가 유명무실해질 거란 우려가 나온다. 이번 COP29에서 개발도상국에 대한 선진국의 기후재원 조성 목표가 설정되더라도 '파리협정 탈퇴' 전례가 있는 트럼프 당선인이 백악관에 복귀하면 미국이 기존 입장을 철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11일 환경부에 따르면 이날(현지시간)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제29차 COP29가 개최된다. 이번 COP29의 핵심 의제로는 2025년 이후 개발도상국의 기후위기 대응·적응에 필요한 선진국의 '신규 기후재원 조성 목표'가 꼽힌다. 기후위기를 유발한 선진국이 개도국을 위해 재원을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조성할지 정하는 것이다.미국은 세계 2위 온실가스 배출 국가이자 19세기 산업화 이후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 국가로 기후위기 대응에 의무를 져야 할 국가로 꼽힌다. 유럽연합(EU)의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5960메가톤(MtCO2eq)으로 전 세계 배출량의 11.3%를 차지했다. 미국의 배출량은 중국(1만5940메가톤)에 이은 2위로 인도(4130메가톤), 유럽연합(3220메가톤), 러시아(2670메가톤)보다 훨씬 많다.이번 총회까지는 친환경 정책에 힘을 싣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을 대표해 협상에 참여한다. 앞서 바이든은 취임과 함께 트럼프 정부에서 탈퇴했던 파리협정의 복귀를 선언하기도 했다. 이런 흐름에서 바이든 정부는 이번 기후재원 협상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문제는 기후재원 마련에 한 축을 담당하는 미국의 불확실성이다. 이번 협약에서 기후 재원 목표가 설정되더라도 트럼프 정부가 이를 이행하지 않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는 첫 당선 직후 지구 온난화를 '사기'로 규정하며 자동차 연비 규제를 완화하고 친환경 정책을 후퇴시켰다. 이번에 합의된 내용들은 새로운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면 곧장 무용지물이 될 거란 관측이 나오는 가장 큰 이유다.'트럼프 2기' 출범과 동시에 파리협약에서 재탈퇴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번 협약에 동력을 상실시키는 주요 요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과거 첫 취임 이후 약 7개월 만인 2017년 6월 파리협약 탈퇴를 선언하고 의무 가입 기간 등을 거쳐 2020년 최종 탈퇴했는데, 이번 선거 기간에도 화석연료인 석유와 천연가스 시추를 늘리겠다고 단언했다.트럼프 재선의 여파로 선진국들이 기후재원 확대에 소극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를 이끄는 우르술라 폰 데어 라이엔 집행위원장이 이번 협약에 불참을 선언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작년에 이어 올해도 총회에 참석하지 않을 예정이다.더구나 '기후악당'으로 불리는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을 비롯해 다음 COP 개최국인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 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도 모두 불참 의사를 전하며 '맹탕 총회' 우려가 한 층 강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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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생에너지 기업들의 우려도 심화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풍력, 태양광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대신 화석연료에 대한 대대적 투자를 공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가 출범할 경우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지원하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혜택 축소가 불 보듯 훤하다는 것도 우려를 증폭시킨다.월스트리트저널(WSJ)은 "IRA의 완전한 폐지는 의회의 승인이 필요해 어렵겠다"면서도 "트럼프 혼자서도 전기차 구매나 세액공제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예측했다. 실제로 트럼프 당선 확정 직후 주요 신재생에너지 기업의 주가는 일제히 떨어졌다. 미국에서 태양광 사업을 진행 중인 국내 기업 한화솔루션(-8.22%), OCI홀딩스(-5.44%) 주가는 크게 하락했다.다만 현시점, 청정에너지 시장이 트럼프 1기 때보다 크게 성장하며 트럼프 재선의 여파가 예상만큼 크지 않을 거라는 주장도 있다. 전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인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는 "이번 선거 결과는 글로벌 기후 행동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면서도 "경제를 탈탄소화하고 파리 협약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진행 중인 변화를 멈출 수 없고 멈추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미국은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나라다. 트럼프 개인의 결정이 미치는 영향이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기후변화 대응은 실질적으로 규제가 작동하려면 최소 3~4년은 걸리기 때문에 이번 협약에서 나온 제도가 시행될 때는 이미 트럼프 다음 정권이 자리 잡게 된다"고 말했다.한편, 미국의 역할과 별개로 우리나라는 COP29에서 기후재원 마련에 큰 압박을 받게 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기후변화협약상 공여 의무는 없으나, 우리나라가 재원 조성에 더 기여해야한다는 목소리가 퍼져나오고 있다. 석유·화학 산업이 경제의 주축을 이루는 우리나라가 경제 성장 과정에서 많은 탄소를 배출한 것도 이러한 이유 중 하나다. 환경부 관계자는 "재원 조성 목표나 방식을 설정하는 상황에서 이견이 발생하겠다"면서도 "우리나라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책임 있게 행동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