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보험' 고질적 손해율에 신음하는 보험사… 건보 재정에도 악영향금융위, 보험개혁회의서 본격 논의 나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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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연내 실손보험 시스템 개선에 강력 드라이브를 걸기로 했다. 보험사의 만년 적자 상품으로 꼽히는 실손보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과도한 비급여 진료 등 '의료쇼핑' 논란과 빈발하는 보험사기가 고질적 문제로 꼽힌다.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다음달 4일 열리는 보험개혁회의에서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금융당국과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실손보험 개선안 마련을 위한 논의에 착수할 계획이다.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주재한 제46회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실손보험 개선안을 연내 마련해달라"고 금융위원장과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천덕꾸러기 '실손' 비급여 과잉 진료, 원천 차단 가능할까올해 1~8월 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 등 4개 보험사가 지급한 실손 보험금은 5조4820억원이다. 이 중 비급여 항목은 59%로 3조2279억원이었다. 비급여 보험금은 전년 대비 13% 늘었다.보험업계에서는 △피부과 △정형외과 △한방병원 등이 실손보험 가입자에게 체외충격파, 도수치료 등 비급여 진료를 적극적으로 권하면서 비급여 진료비가 치솟았다고 주장한다. 고가의 진료를 보험금으로 무료 혹은 저렴하게 이용하다 보면 불필요한 진료를 빈번하게 받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업계는 비급여 항목에 대한 자기부담률 상향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요구한다.권정현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에 따르면 실손보험 보험금을 수령한 적이 있는 이른바 '적극적' 실손 가입자들이 보험금 수령을 한 적이 없는 실손 가입자 대비 연간 외래 서비스를 82% 더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원 일수와 입원 급여 진료비는 보험금 미수령자 대비 각각 5배, 6.5배 이상 높았다.실손 보험금을 부당하게 수령할 목적의 보험사기도 활개를 치고 있다.전날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감원은 서울경찰청과 공조해 '진료비 쪼개기' 수법 등으로 실손 보험금 약 7억원을 편취한 조직형 보험사기 일단 320여명을 검거했다. 금감원이 적발한 A병원은 환자들에게 고가의 비급여 치료를 권유하고 실제 받은 치료가 아닌 체외충격파나 도수치료 진료비 영수증을 발급했다. 실손 보험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통상적으로 1일 통원 보험금 한도가 20만원임을 고려해 하루에 진료한 내역도 20만원 이하 금액으로 나눠 여러 날 병원에 방문한 것처럼 진료비를 쪼개는 치밀함도 보였다. 보험사에서 치료가 꼭 필요했는지 여부를 가리기 까다롭다는 점에서 실손 보험금을 노린 보험사기는 끊이지 않고 있다.◇보험개혁회의, 장기요양실손 이어 원조 실손 개혁도 본격 나선다실손 보험의 제도적 미비함을 노린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판단에 따라 정부가 개선안 제출 시한을 못 박은 것으로 풀이된다.4차 보험개혁회의에서 기존에 다루기로 했던 안건인 연령대별 손해율과 더불어 실손보험 개혁안에 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앞서 3차 보험개혁회의에서 금융위와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장기요양실손보험의 비급여 항목 보상범위를 확정했다. 보험사 간 과잉경쟁과 요양시설의 과도한 수익추구를 막기 위해 비급여 항목 월 지급한도액을 30만원으로 정하고 자기부담률은 50%로 신설했다.보험업계 관계자는 "기존 실손이 비싼 비급여 위주의 의료 쇼핑을 불러와 손해율이 치솟자 4세대까지 개선을 거듭했지만 아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라며 "일부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는 다수 선량한 가입자에게 피해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꼭 필요한 개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