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철 창업회장 ‘도쿄선언'으로 싹 틔워이건희 선대회장 뚝심으로 돌파도전과 응전의 50년 … 주력 사업으로 우뚝기술·실적 '괄목상대'… 올해 매출 100조HBM·파운드리 위기 속 미래반도체 초격차 재현 나서
  • ▲ 1984년 삼성전자 64Kb D램 첫 해외 출하식 ⓒ삼성
    ▲ 1984년 삼성전자 64Kb D램 첫 해외 출하식 ⓒ삼성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에 진출한지 50주년을 맞는다. 이건희 선대회장이 사재를 털어 한국반도체를 인수하며 시작된 삼성의 반도체 역사는 이미 글로벌 톱 기업으로 우뚝 서면서 빛났다.

    하지만 AI(인공지능)시대를 맞이해 달라진 메모리 반도체 시장 분위기에서 삼성 반도체는 유례없는 위기상황을 마주했다. 다시 절치부심으로 근원적 경쟁력 회복에 시동을 건 삼성의 행보에 기대와 응원이 이어지고 있다.

    6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974년 12월 6일 국내 첫 반도체 웨이퍼 가공 생산업체인 한국반도체를 인수하며 반도체 사업에 첫 발을 들였다.
  • ▲ 1993년 '신경영 선언'하는 고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삼성
    ▲ 1993년 '신경영 선언'하는 고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삼성
    삼성의 반도체 시장 진출은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의 최대 유산이라고도 평가된다. 한국반도체 인수를 당시 삼성 계열사 이사였던 이 선대회장이 주도했고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사재를 털어 인수를 강행했을만큼 반도체 사업의 가능성을 일찍 알아봤다.

    이후 고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이 반도체 사업에 힘을 본격 실어주면서 오늘날 삼성 반도체 기반이 확고해졌다. 이 창업회장은 지난 1983년 2월 '도쿄선언'을 통해 반도체 사업 진출을 대내외에 공식 발표하고 기흥 공장 착공을 시작했고 불과 6개월 만에 반도체 공장을 완공했다.

    독자적으로 기술 개발에도 성공했다. 이는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첨단 반도체를 개발한 국가로 이름을 올릴 수 있게 된 역사의 장면이기도 했다. 1983년 11월 64Kb D램 개발에 처음 성공하고 반도체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서 1988년 11월 ㈜삼성반도체통신을 합병해 삼성 창립기념일을 11월 1일로 바꿨다.

    1992년에는 삼성이 세계 최초로 64Mb D램을 개발하면서 세계 D램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르는 새 역사를 쓰기도 했다. 이때 올라선 세계 1위 D램 기업 지위를 오늘날까지 30년 넘게 이어오고 있는 셈이다.

    삼성의 반도체 사업 50년 동안 성장 속도는 무서울 정도로 빨랐다. 기술적으로는 1983년 64Kb D램을 개발한데서 현존 최대 용량 32Gb DDR5로 50만 배 늘어난 용량을 보여줬고 반도체 사업 영업이익도 1983년에 비하면 7000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반도체 부문 매출이 100조 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점쳐진다.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던 지난 2022년 98조 원을 넘어서는 신기록이 나오는 것이다.
  • ▲ 삼성전자,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 설비 반입식 ⓒ삼성
    ▲ 삼성전자,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 설비 반입식 ⓒ삼성
    삼성 반도체 50년 동안 이처럼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지만 현재 삼성이 처한 위기 속에 별도로 50주년 행사를 치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3분기 실적발표에서 삼성 스스로가 위기상황임을 자인할 정도로 엄중한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삼성은 AI 반도체 시대로 빠르게 전환되는 가운데 핵심 메모리인 HBM(고대역폭메모리) 투자 기회를 놓치면서 반도체 사업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 메모리 시장 만년 2위였던 SK하이닉스에 HBM 주도권을 내주면서 메모리 사업 전반이 위태롭다는 진단까지 나온다.

    파운드리 사업은 이재용 회장의 대규모 투자 선언을 기점으로 대만 TSMC를 따라잡기 위해 애썼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미국 텍사스 테일러 지역에 60조 원을 투입해 파운드리 신공장을 짓는 등 앞으로도 자원 투입이 집중될 수 밖에 없는 사업이지만 그에 비해 성과는 더디다는 평가다.

    미중 갈등이 장기화되고 미국 트럼프 정부 2기를 앞둔 상황도 삼성 반도체 사업에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요소다. 당장 미국 반도체 공장에 지급되는 보조금 규모가 줄어들거나 지급 조건이 더 까다로워질 가능성이 높아져 삼성 내부에서도 우려가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삼성은 분위기 반전을 위한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이 메모리사업부 수장까지 맡으면서 다시 한번 삼성 반도체 전성기를 노린다. 지난달 18일에는 반도체 사업 태동지인 기흥캠퍼스에서 20조 원을 투입한 차세대 연구개발 단지의 설비 반입식을 열어 다시 일어서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더불어 앞으로 100년의 미래를 책임질 반도체 기술을 연구하는 원년이 될 것임을 예고했다.

    연말 인사와 조직개편으로 반도체 사업 재도약의 기반도 다졌다. 삼성 반도체 신화를 썼던 주역 중 한명인 전 부회장이 메모리사업부장까지 겸하는 대표이사 직할체제를 도입해 승부수를 걸었다. 옛 미래전략실과 사업지원TF를 거친 김용관 사장이 DS부문 경영전략담당을 맡는다는 점도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파운드리 사업은 투톱 체제를 도입해 사업 회복에 속도를 낸다. 북미 시장 경험이 많은 한진만 사장이 사업부장을 맡고 파운드리 최고기술책임자(CTO)직을 신설해 남석우 사장을 임명했다. 삼성이 메모리와 함께 파운드리 사업에도 계속해서 힘을 실을 것이라는 의지를 명확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