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정국불안 장기화 … 반도체법 표류·글로벌 대응 올스톱美 칩스법 폐기 임박 … 삼성-SK 보조금 미확정中 D램 무더기 덤핑 … 韓 레거시 반도체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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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폐기됐지만 야당이 지속해서 탄핵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당면한 과제가 산적한 반도체업계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내부적으론 이른바 'K칩스법'이라 불리는 반도체법이 다시 표류하고 있는데다 윤 대통령의 외교활동이 중단되면서 글로벌 이슈 대응에도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 2기가 출범하기 전에 미국 반도체 보조금 문제를 매듭짓지 못하고 중국은 시시각각 한국 반도체 지위를 노리는 혼란 속에 반도체 기업들이 고스란히 노출돼있다.9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 7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의결정족수 200명을 채우지 못하면서 본회의에서 폐기됐지만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측에서 탄핵 재추진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정국 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실제 민주당은 윤 대통령 탄핵 표결에 앞서 탄핵 부결 시 오는 11일 임시 국회를 열어 탄핵을 재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나타내고 있다.정치적 혼란은 이미 경제에도 직격탄을 예고하고 있다. 국내 증시와 환율 등을 비롯한 금융시장 혼란을 시작으로 산업계에서도 한 해 사업을 마무리하고 내년 준비에 본격 나선 가운데 이 같은 혼란 정국이 상당한 불확실성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그 중에서도 우리나라 수출 1위 산업이자 글로벌 패권 경쟁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반도체는 가뜩이나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 국내 정세 불안에 더불어 외교적인 변수까지 커지면서 타격이 불가피한 분야로 꼽힌다.무엇보다 영향이 가는 문제는 새로 들어설 미국 트럼프 정부 2기와의 호흡이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에 반도체 생산공장을 신설하면서 이른바 칩스법에 따른 반도체 보조금과 기타 혜택들을 받을 수 있을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삼성과 SK 등 국내 기업들은 아직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확정짓지 못한 상황이다. 대만 TSMC를 비롯해 인텔 등 미국 현지 기업들이 트럼프 2기 정부를 앞두고 서둘러 바이든 정부와 보조금 협상을 매듭지은 것과 달리 우리 기업들은 아직까지 미국 정부만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바이든 정부가 당초 예상보다 적은 규모의 보조금 지급을 결정짓는 사례가 나오는데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바이든 정부의 이 같은 반도체 보조금에 부정적인 견해를 여러차례 피력하면서 국내 기업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보조금 문제를 마무리 지어야 할 필요성이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하지만 당장 삼성, SK와 함께 미국 정부와의 보조금 협상에 나섰던 정부 외교라인이 정상적으로 가동될 수 있을지에 의구심이 크다. 이번 사태로 윤 대통령이 업무 정지에 돌입하면서 무엇보다 외교활동에 전면 나서지 못한다는 리스크가 가장 크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지금까지는 민관이 힘을 합쳐 반도체 보조금과 관련한 문제에 대응해 나름대로는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가뜩이나 불확실성이 높은 트럼프 2기 행정부를 대응하는데는 더 면밀한 협력이 요구된다. 이런 상황에서 마비된 공직사회 분위기가 해소되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반도체 기업들의 속만 타들어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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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들이 정치 이슈로 대외적인 신인도가 낮아지는 사이 호시탐탐 한국 자리를 노리던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공세를 강화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미국 정부가 지속적으로 중국 첨단 반도체 산업에 대한 강도높은 규제에 나서고 있지만 중국은 이런 상황을 오히려 레거시(범용) 반도체 산업을 키우는데 역이용해 무서운 기세로 이 시장을 점령해가고 있다.특히 D램과 파운드리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의 성장세는 기존 경쟁사들을 몰아낼 정도로 강력해졌다. 중국 최대 메모리 제조사 CXMT는 DDR4 시장에서 엄청난 물량공세와 저가 경쟁으로 시장 1, 2위인 삼성과 SK하이닉스 실적에 타격을 주는 정도로 몸집을 키웠고 이제는 DDR5 같은 첨단 시장에도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TSMC가 독보적인 파운드리 시장에서도 중국 SMIC는 순식간에 시장 3위를 꿰찼다. 삼성이 TSMC에 이은 시장 2위 자리에 안착해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미국 인텔이 경영 위기로 파운드리 사업을 사실상 접는 수순에 있게 되자 그 자리에 SMIC가 올라섰다.국내에서도 정국 불안이 이어지면서 가뜩이나 늦어지고 있는 반도체특별법이 다시 깊은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8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 합동 성명을 통해 법정 시한을 넘긴 내년도 예산안과 반도체특별법 등 좌초 위기에 처한 주요 경제 법안들의 조속한 국회 처리를 호소했을 정도로 사안이 시급하지만 당분간 후순위로 밀릴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예상에 힘이 실린다.이를 두고 반도체업계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더 높아졌다. 미국, 대만 일본, 심지어 유럽국가들에 비해서도 뒤늦은 반도체 지원법이 또 한번 후순위로 밀린다는 것에 대한 한탄이 쏟아졌다.반도체 메가클러스터에 투자가 지연되는 것 뿐만 아니라 여기에 투자하는 외국 기업들의 입장에 변화가 생길 위험성도 감지된다. 삼성 SK와 같은 톱티어 반도체 기업들과 근거리에서 합을 맞추기 위해서 메가클러스터 입성을 계획했던 외국 기업들이 길어지는 한국 정치 리스크 상황을 버티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되며 앞으로의 변화를 예의주시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