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계약 지연되며 우려 목소리해외 관계자 방한 취소도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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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여파로 탄탄대로를 달리던 현대로템의 K2 전차 수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글로벌 4대 방산 수출국으로 도약을 준비하던 중요한 시기에 대외신인도 하락 등으로 방산 수출이 타격을 입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10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파베우 베이다 폴란드 국방부 차관이 지난 2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K2PL 도입에 대해 “거래가 복잡하기 때문에 (계약 체결을) 서두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앞서 현대로템은 2022년 7월 폴란드 군비청과 K2 전차 1000대를 수출하는 기본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180대를 인도하는 1차 이행 계약을 맺었고 연내 계약 체결을 목표로 9조원에 달하는 820대 추가 구매 협상을 진행 중이다.하지만 최근 폴란드 측에서 직접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가격 요인을 언급하며 협상 속도를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계엄 선포로 인한 국내의 불안한 정치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니냐며 연내 계약 성사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와디스와프 코시니악 카미슈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은 비상계엄 이후 자국 여론을 안정시키기 위해 소셜미디어를 통해 “한국의 정치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국방부 차관으로부터 무기 계약 이행에 문제가 없다는 보증을 받았다”라고 글을 올리기도 했다.이에 대해 현대로템은 수출 계약과 납기는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정치 상황과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나타났다.비상계엄 사태 이후 방산협력을 논의하기 위해 한국을 찾을 예정이던 해외 관계자들도 줄줄이 방한 일정을 취소하고 있다.지난 4일 비상 계엄령 선포 이후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키즈공화국 대통령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방문해 국산 헬기 수리온의 수출에 관해 논의하려 했으나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자국으로 돌아갔다.5일 예정됐던 한-카자흐 국방장관 회담도 카자흐스탄 국방 장관이 방한을 취소하면서 무산됐고 정상회담차 한국을 방문해 기업들과 비공개 면담을 진행할 예정이던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 역시 비상계엄 선포 후 일정을 취소했다.방산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방산 외교가 멈추면 방산 기술을 홍보하거나 새로운 계약을 추진하는데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방산 수출 컨트롤타워의 한 축이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긴급체포되고 대통령이 출국금지되는 초유의 상황 속에 대외신인도 하락과 정부 공백으로 인해 정부 간 거래(G2G)로 대표되는 방산 수출의 동력 상실 등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현재 계약이 취소되거나 협상이 불발되지는 않았지만 무기 품질뿐만 아니라 공급국의 신뢰도와 정부 차원의 지원이 협상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향후 국내 방산기업들은 내년 상반기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프로젝트 등 다양한 방산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힘을 쏟고 있는 상황이다. 캐나다가 기술이전과 현지 생산 등 절충교역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광범위한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업계 관계자는 “내수경기가 침체되고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는 상황 속에 정치적 불확실성을 빠르게 해소해 방산 수출에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