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대미협상력 흔들철강, 환율 리스크 이중삼중고석유화학 구조조정 멈칫기업이 일군 국가신인도, 정치리스크가 삼켜 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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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금 탄핵정국이 됐다. '내란 특검' 까지 겹쳐 가까스로 잦아들던 경제 불확실성이 되레 확산될 조짐이다.
가뜩이나 정치권 지원을 받지 못해 온 반도체와 전기차, 석유화학, 이차전지 등 국가기간산업의 앞날이 캄캄하다. 기업들이 어렵사리 일궈온 '코리아 브랜드'가 또다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될 처지로 글로벌 경쟁력에 비상등이 켜졌다.‘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글로벌 무역 룰 대변혁이 예고되지만 한국의 기업들은 정책적 지원을 기대할 수 없게됐다. 초유의 업황 불황 속에 자칫 골든타임을 놓칠 것이란 우려감이 팽배하다.문제는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란 점이다. 총리가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는 ‘비상 체제’로 전환하더라도, 내각 주요 구성원인 장관 상당수가 공백인 상태에서 안정적인 국정 운영이 가능할지 여전히 불투명하다.빠른 입법 보완과 정부 지원을 기대했던 반도체, 철강, 석유화학 업계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때를 놓칠 경우 중국發 공급 과잉과 미국의 보조금 축소, 관세 폭탄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처지이기 때문이다.반도체는 배터리, 자동차와 함께 우리나라 수출을 주도하며 경상수지 흑자를 떠받치고 있는 대표적인 ‘효자 업종’이다. 하지만 정부의 대미협상력에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어 오롯이 업체들의 힘으로 버텨내야 한다.미국의 대중제재에 포함된 HMB 해법 찾기도 미궁이고 무엇보다 업계의 숙원이던 ‘반도체특별법’과 ‘K칩스법’도 연내 통과 가능성이 희박해졌다.주52시간 예외와 투자세액공제율 20%, 직접보조금 등은 뜬구름이 됐다.미국에 수십, 수백조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한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업계는 물론 원재료 수입 비중이 큰 철강업계에도 당장 환율비상이 걸렸다. 업종 마다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글로벌 경기 불황에다 중국의 저가 공세, 트럼프 2기의 관세 폭탄이라는 삼중고에다 환율 부담까지 지게 됐다.석유화학업계도 대규모 손실 누적으로 구조조정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정국 불안으로 기업들을 위한 지원책에 대한 논의 추진 자체가 중단돼 구조조정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기활법) 기준을 완화해 석유화학업종에 적용하고, 선제적인 사업재편을 유도하기로 했지만 현재는 멈춘 상태다.기활법을 적용받게 되면 주주총회 의결이 아니라 이사회 승인만으로도 인수합병(M&A)이 가능하고, 기업 간 보유 주식을 교환하는 경우에도 양도차익에 대한 소득세와 법인세 납부를 주식 처분 시까지 늦출 수 있다.업계 관계자는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정부 지원안 발표가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대·내외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 결국 정부가 나서줘야 하는데 국회와 정부 마비로 관련 논의가 올스톱될까 걱정된다”고 아쉬워 했다.
기업들이 힘들게 이뤄온 글로벌 브랜드와 신인도가 또다시 정치리스크에 발목 잡히면서 애꿎은 반도체, 철강, 석유화학 등 국가기간산업이 이류, 삼류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