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트롤 타워 부재로 협상 주도권 우려 방산 협력국과 협의 일정 차질 빚어 대형 수주 앞두고 신속한 정국 수습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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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며 국정 공백이 예상되자 방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핵심 사업으로 공을 들이던 방산수출 사업이 탄핵 정국 속에 휘말리며 동력을 잃을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14일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헌정 사상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것은 노무현,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3번째다.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하며 임기 동안 113개가 넘는 국가에서 세일즈 외교를 펼쳤다. 그 결과 지난 3년 동안 연평균 150만 달러 이상의 방산수출 실적을 달성했고 향후 국가전략산업으로써 미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약속했다.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안이 가결되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구속되자 수출협상을 이끌어갈 컨트롤 타워의 부재가 불가피해졌다. 대통령 직무 대행과 국방부 차관 대행 체제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고 하지만 정책 지원과 협상 주도권에서 이전보다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의 시선이 제기되고 있다.G2G(정부 간 거래)로 대표되는 방산은 기업과 정부 외교력의 시너지가 필수적이다. 현재 계약이 취소되거나 협상이 불발되지는 않았지만 무기 품질뿐만 아니라 공급국의 신인도와 공급 안정성이 협의에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또한 국정 혼란으로 방산 관계자들의 방한이 취소되고 있는 점도 악재로 꼽는다. 지난 4일 2박 3일 일정으로 방한 중이던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키즈공화국 대통령이 비상 계엄령 선포 이후 예정된 한국항공우주(KAI) 방문을 취소했다. 또 5일 예정됐던 한-카자흐 국방장관 회담도 방한 취소로 무산됐다.특히 작년 5월 한덕수 국무총리 유럽 순방 당시 한국과 방산협력 의지를 표명했던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의 방한이 취소되자 방산업계는 아쉬움을 삼켰다. 스웨덴은 2016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K9 자주포 성능 평가를 진행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방산업계 관계자는 “한국 무기체계에 관심을 표했지만 정부의 부재로 인해 구체적 협상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부분이 아쉽다”고 전했다.올해 3분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AI, 현대로템, LIG넥스원 등 국내 ‘방산 빅4’는 수출 물량 증가에 힘입어 역대급 실적을 냈다. 업계는 글로벌 4대 방산 수출국으로 도약을 준비하는 시기에 대외신인도 하락을 피할 수 없어 미래 방산수출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향후 국내 방산기업들은 내년 상반기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프로젝트 등 다양한 방산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캐나다가 기술이전과 현지 생산 등 절충교역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광범위한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또한 호주 호위함 사업 수주 실패를 교훈 삼아 정부 주도의 원팀 구성이 요구되는 시기에 탄핵 정국 장기화 인해 새로운 수주 사업이 영향을 받게 되지는 않을지 방산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방산 전문가는 “내수경기가 침체되고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는 상황 속에 정치적 불확실성을 빠르게 해소해 방산 수출에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