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재편 철회후 긍정반응 잇따라주가 22% 상승S&P, 두산밥캣 신용등급 회복체코 원전 본 계약 전망 유효밥캣, 트럼프 2기 관세 유리로보틱스, 북미 협동로봇 수요 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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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이 사업구조 개편을 철회했지만 오히려 시장에서는 긍정적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주력사업 상당수의 경쟁력 회복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두산그룹의 지주회사 ㈜두산은 지난 11일부터 5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10일 직전 거래일 대비 4500원 내린 21만4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던 두산의 주가는 11일 22만원, 12일 24만3000원, 16일 26만2500원으로 올랐다. 이날 오전에는 장중 27만3000원까지 올라 52주 최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시장에서는 사업구조 개편 철회에 따른 영향으로 보고 있다. 실제 철회 의사를 공식화한 10일부터 직전 거래일까지 ㈜두산의 주가는 22.7% 올랐다.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한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자체 사업은 물론 계열사들의 실적 개선세에만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됐다.앞서 지난 10일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는 구조개편 논의를 위한 임시 주주총회(12일 예정) 소집을 철회한다고 공시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여파로 원전 관련 주식의 주가가 급락하자, 두산에너빌리티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권 규모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는 판단에서다.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 사장은 주주 서한을 통해 “주가 하락에 따른 상황 변동으로 본건 분할·합병 안건의 임시주주총회 특별결의 가결요건 충족 여부가 불확실해지고 당초 예상한 주식매수청구권을 초과할 것이 거의 확실한 상황에서 주주에게 불확실성을 남겨 두는 것보다 의사 결정을 빠르게 해 회사 방향을 알려드리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철회 배경을 밝혔다.사업구조 개편이 무산됐지만 시장 반응은 긍정적이다. 김수현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배구조 개편 불확실성이 해소된 점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지배구조 개편 작업 무산으로 두산밥캣의 신용리스크가 감소했다고 평가했다. 이에 두산밥캣의 신용등급을 ‘부정적 관찰대상’에서 제외하고 ‘BB+, 안정적’으로 복원했다. S&P는 개편안 철회로 두산밥캣에 대한 모기업의 개입 확대, 재무 정책 변화 등의 리스크가 감소한 것으로 봤다.업계에서는 당분간 두산그룹이 사업구조 재편을 재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실적 개선에 집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분위기는 긍정적이다.우선 두산에너빌리티의 경우 비상계엄 사태로 원전사업에 차질이 우려됐지만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가 참여한 체코 원전 수주 또한 차질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체코 당국은 내년 3월로 예정된 한국과의 신규원전 건설 계약 일정을 차질없이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를 계기로 해외 수주가 확대될 것이라는게 시장의 지배적인 전망이다.아울러 인공지능(AI) 서비스를 위한 데이터센터가 급증하며 소형모듈원전(SMR) 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증권업계에서는 두산에너빌리티가 2023~2028년 대형 K-원전 11기향 주기기, 웨스팅하우스 원전 5기향 원자로·증기발생기, 2030년까지 SMR 모듈 총 60기 수주 등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잠재적 신용 리스크를 덜어낸 두산밥캣 또한 내년부터 성장세가 점쳐진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인프라 투자 재가속이 기대돼서다. 특히 트럼프가 주장해온 보편관세(모든 수입품에 10~20%의 관세 부과)가 현실화될 경우 대부분의 장비를 미국내 공장에서 생산할 수 있는 두산밥캣에 유리한 영업환경이 조성될 가능성도 있다.두산로보틱스의 경우 북미 시장의 견조한 협동로봇 수요에 탑승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3분기 누적기준 두산로보틱스의 북미 매출액은 137억8000만원 수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7.4% 개선됐다. 두산밥캣의 글로벌 영업망을 공유하는 등 계열사간 협업을 확대하는 경우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두산 또한 내년도 전자BG 사업부를 중심으로 한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두산은 전자BG사업부를 통해 반도체용 동박적층판(CCL)을 생산 중인데, AI 반도체 필수품으로 수요가 빗발치고 있다. 두산은 CCL 세계 시장점유율 2위로,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하이엔드 CCL 풀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앞서 씨티그룹은 지난 11월 두산그룹을 ‘한국의 독보적인 엔비디아 블랙웰 직접 수혜주’로 꼽고 주가가 앞으로 1년동안 40% 넘게 뛸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통상 사업재편 등 장기 계획이 어그러지면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두산은 반대”라면서 “지주회사 자체 사업이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데다 계열사들도 경쟁력 회복이 기대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