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지수 고점 대비 5.2% 하락비상계엄·밸류업 세제 혜택 국회 불발 영향정책 표류 우려 커져…"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초당적 검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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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과 세제 혜택 백지화로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 정책이 표류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는 글로벌 증시 대비 국내 증시가 좀처럼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서라도 배당소득 분리과세, 법인세 공제 혜택 등 인센티브 도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9월 30일 최초 공개된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고점을 찍은 지난 10월 15일(1023.83) 대비 이달 16일(970.49)까지 두 달여간 5.21% 하락했다. 991조원이던 시가총액은 930조원으로 61조원가량 증발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밸류업 관련 종목 주가에 영향을 미친 탓이다. 밸류업 프로그램이 윤 대통령이 추진해온 자본시장 핵심 정책으로 꼽혀온 만큼 추진 동력을 상실할 것이라는 우려가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 

    정부가 비금융 기업의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세제 인센티브를 꺼내들었지만 구체적인 성과 역시 아직이다. 연내 목표로 추진했던 밸류업 세제 혜택은 결국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상태다.

    지난 10일 국회에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법안이 통과된 가운데 배당·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증가금액의 5%를 법인세에서 5% 세액공제하는 방안과 밸류업 기업에 투자한 개인 주주가 받은 배당 소득과 관련 금융소득이 2000만원 이하인 경우 배당증가액에 대해선 9% 저율로, 나머지 배당금은 14%의 세율을 적용하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은 야당의 '부자 감세' 논리에 부딪혀 불발됐다. 창업주의 고령화 등으로 가업승계 문제에 직면한 중견기업들이 기대하고 있던 가업상속 공제 확대도 좌초됐다.

    기업들의 밸류업 동참을 유력한 유인인 세제 혜택 도입이 불발되면서 그나마도 저조한 기업 참여의 불씨가 꺼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밸류업 계획을 자율공시한 상장사는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을 모두 합쳐 91곳이다. 앞으로 자율공시를 하겠다고 안내공시를 낸 38곳까지 합치면 총 129개 상장사가 밸류업 공시에 동참했다. 이는 전체 상장사 2623개사 중 4.92%에 불과하다.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밸류업 추가 동력, 세제 지원"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 카드를 꺼내든 건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실제 글로벌 증시 대비 국내 증시는 유독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올 들어 지난 16일까지 뉴욕증시의 나스닥 지수가 34.39%, 중국의 상해종합지수가 13.82%, 일본의 니케이225지수가 17.90% 상승하는 동안 코스피는 6.26% 하락했다.

    한국 증시 저평가 원인은 다양한 요인에 기인된다. 낮은 수익성, 배당수익률 및 자사주 관련 낮은 주주환원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국내 증시의 밸류업을 위해선 기업 수익성 제고, 주주환원 강화, 지배구조 개선 등 복합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정치적 혼란 속에 주춤하고 있는 밸류업 프로그램이 추가 동력을 되찾으려면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세제 지원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성이 나와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장기간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신속한 해소를 위해선 결국 기업이 충실한 기초 여건을 갖추고, 좋은 거버넌스를 마련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기업 기초 여건은 주주환원 원천이 되고 거버넌스는 이를 실행할 의지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야당의 반대 속에 불발된 세제 혜택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국내 증시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와 계엄사태로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장기 투자와 배당투자에 대한 인식 전환과 더불어 한국 주식시장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초당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연구원은 "현실적으로 현행 제도는 대주주들 입장에서 배당 등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는 데 유인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대주주들의 전향적인 의사 결정을 이끌어내기 위한 유인책으로서 세제 혜택들을 충분히 검토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우리 증시가 처참하게 박스피를 못벗어나고 있는데도 중요한 법안이 민주당 부자감세 논리에 부딪친 것"이라면서 "수십년간 이어진 코리아디스카운트를 해소할 트리거가 배당소득 분리과세와 같은 세제 혜택이다. 연말 폐기된 정부 법안에 대해 여야가 내년 상반기 내 중지를 모아 반드시 재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