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빌·로보틱스·밥캣 12일 주총분할합병, 참석 주주 2/3 승인 얻어야로보틱스·밥캣 안정권소액주주 많은 에너빌, 국민연금 판단에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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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이 오는 12일 임시 주주총회 표결을 앞두고 있다. 지난 7월 사업재편이 본격화한 이후 5개월여 만에 주총 문턱에 다가선 것으로,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밥캣, 두산로보틱스 3사는 이달 12일 임시주총을 열고 밥캣을 에너빌리티에서 분할해 로보틱스 자회사로 편입하는 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회사의 분할·합병 관련 결의는 특별결의 사안으로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 동의, 출석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한다. ㈜두산이 68.2%로 지분 과반을 보유한 로보틱스와 에너빌리티 자회사인 밥캣의 경우 주총 통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반면 ㈜두산 등 특수관계자 지분율이 30.67%로 상대적으로 작은 에너빌리티의 결과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에너빌리티는 ㈜두산(30.39%)에 이어 국민연금이 6.85%의 지분을 보유해 2대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소액주주 비중이 64.56%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의 찬반 의견은 갈리고 있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는 최근 에너빌리티 임시주총에 상정되는 분할합병계약 승인안건에 대해 반대를 권고했다. 피합병 법인(두산에너빌리티 분할신설법인)의 저평가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된다는 이유에서다.

    서스틴베스트 외에도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기금(CalPERS), 캐나다공적연금(CPPIB), 브리티시컬럼비아투자공사(BCI) 등 해외 연기금과 아주기업경영연구소 등이 분할합병에 반대 의견을 냈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도 이번 분할합병이 지배주주의 이익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반대를 권고했다. 분할합병 비율이 소액주주엔 불리하고, 지배주주만 이익을 보게 책정돼 이해 상충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반면 ISS와 양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로 꼽히는 글래스루이스는 이번 지배구조 개편으로 에너빌리티가 대형 원전과 소형모듈원전(SMR), 가스터빈 등 핵심 에너지 사업에 더욱 집중하게 될 것이라며 찬성을 권고했다. 로보틱스가 밥캣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전략적 협력을 통해 성장 속도를 높일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ESG기준원과 한국ESG연구소도 이번 지배구조 개편이 장기적인 회사가치 제고로 이어질 것이라며 찬성을 권고했다. 이들 자문사는 이번 분할합병이 두산그룹 지배주주의 이익만을 목적으로 이루어진 의사결정으로 보기 어렵고, 향후 사업 방향과 배경 및 목적 등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두산은 사업재편 이후 성장 자신감을 바탕으로 지난 6일 증권사 애널리스트 대상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주주 설득에 주력하고 있다.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는 ISS의 반대 권고에 대해 “개편 이후 ㈜두산의 로보틱스 의결권은 기존 68%에서 57%로 희석돼 대주주 이익을 위한 딜이 아니다”며 반박하기도 했다.

    그룹 사업 개편안에 대한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면서 지분 6.85%를 보유한 국민연금의 판단과 주총 참석률 등이 주요 변수로 지목된다.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여섯 차례나 정정한 끝에 금융당국 승인을 얻어낸 만큼 국민연금이 찬성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주총을 통과하더라도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가 회사 측 제시 한도를 넘으면 계획이 수정될 수 있다. 두산그룹은 내년 1월 2일까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기간을 거친 뒤 내년 1월 31일까지 재편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두산그룹은 에너빌리티가 보유한 밥캣을 분리한 뒤 로보틱스와 합병하는 사업재편을 추진했으나 금융당국과 주주 반발로 이를 철회했다. 이후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의 합병은 철회하기로 했고, 합병비율은 기존 1대 0.031에서 1대 0.043으로 수정했다. 이에 따라 에너빌리티 주식 100주를 보유한 주주는 합병 이후 에너빌리티 88.5주와 로보틱스 4.33주를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