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출항해 20일경 첫 시추작업 돌입 예정 1차 탐사시추 성패 따라 프로젝트 향방 좌우예산 전액 삭감… 추경서 부활될지도 불투명
  • ▲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의 첫 단계인 시추를 진행할 ‘웨스트 카펠라’호가 9일 오전 부산 영도구 외항에 정박하고 있다. ⓒ뉴시스
    ▲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의 첫 단계인 시추를 진행할 ‘웨스트 카펠라’호가 9일 오전 부산 영도구 외항에 정박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심해 가스전 개발사업, 일명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불안한 출발을 하게 됐다. 탄핵 격랑과 예산 전액 삭감이란 악재 속에서 이번주 첫 굴착 작업에 돌입하게 된 것이다. 내년 상반기에 나올 1차 시추 결과가 대왕고래 프로젝트 향방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지난 9일 부산외항에 입항한 대왕고래 프로젝트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 호는 16일 출항했다. 시추선은 동해 대왕고래 유망구조 내 지정 해역으로 이동해 20일경 첫 탐사시추를 위한 굴착 작업을 수행할 계획이다. 

    시추선은 시추 지역인 경북 포항 영일만 해역에서 해수면 아래에 구멍을 뚫는 작업을 계획 중이다. 해수면 아래 1km 이상 깊이의 목표 지점까지 파고 들어가 시료 암석층을 확보하는데만 2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후 실제 석유와 가스가 묻혀 있는지는 시료 과정에서 확보한 데이터 분석을 거쳐 내년 상반기경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정부와 한국석유공사는 탐사시추의 성공 확률을 20%로 내다본다. 이같은 성공률을 고려해 향후 5년간 최소 5개의 시추공을 뚫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윤 대통령이 탄핵을 자초하면서, 향후 프로젝트 좌초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정부는 대왕고래 프로젝트 중단은 없다는 입장이만 당장 예산에서부터 비상등이 켜졌다. 야당이 대왕고래 프로젝트 사업성을 문제 삼으며 505억원 규모였던 예산을 98% 삭감해 8억원으로 쪼그라 들었기 때문이다. 

    정부 측 예산 확보가 좌절되면서 1차 시추에 드는 예산 1000억원은 온전히 석유공사의 몫이 됐다. 앞서 산업부는 석유공사가 사채 발행을 통해서라도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부담이다. 석유공사는 2020년부터 5년째 자본잠식 상태로 연간 이자 비용만 5000억원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사실상 대규모 자금 마련 여력이 어려운 상황이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기 확보한 석유공사 예산안 안에서 조정해 진행할 계획"이라며 "아직 사채 발행은 계획에 없다"고 밝혔다. 

    예산과 상관없이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첫 출발을 알렸지만 1차 시추 결과에서 뚜렷한 가능성을 비추지 못하면 추가 사업 추진은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윤 대통령이 탄핵 소추로 직무가 정지되면서 대왕고래 프로젝트 등 '윤석열 표' 산업 정책에도 힘이 빠지고 있다는 점도 부정적 요인이다. 

    당장 환경단체에서부터 철회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은 16일 서울 광화문에서 '기후위기 유발, 윤석열의 석유가스 시추계획을 탄핵하라'는 기자회견을 열고 대왕고래 프로젝트 중단을 촉구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추가경정예산(추경)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야권에서 줄곧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타당성에 의구심을 제기한 만큼 관련 예산이 추경에서 부활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더욱이 감액된 내년도 예산을 복구 시키기 위해 내년 1월 추경 편성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으나 그 규모가 소폭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