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X 기계장비’ 소폭 상승…관련 ETF 동반 강세11월 세계 선박 발주 점유율 29%…전월비 3%p↑“고환율, 향후 조선업 실적에 플러스로 작용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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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가 ‘12·3 사태’에 따른 정국 불안정성과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부진한 가운데, 조선주들의 항해는 멈추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에 따른 ‘트럼프 트레이드’ 효과와 건조 비용을 달러로 받는 조선업 특성상 마진 개선이 기대되기 때문이다.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조선주들이 속해 있는 ‘KRX 기계장비’ 지수는 비상계엄령 사태 직후인 지난 4일부터 19일까지 0.41%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1.14% 하락한 점을 감안하면 선방한 셈이다. 거래소가 산출하는 21개 KRX 지수 가운데서는 12위로 상위 41% 수준이다.종목별로 살펴보면 HD현대중공업은 19.72%나 급등했고 ▲HJ중공업(19.31%) ▲HD현대미포(11.87%) ▲HD한국조선해양(8.77%) ▲삼성중공업(1.62%) 등이 동반 강세를 보였다.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의 강한 매수세가 유입됐다. 이 기간 외국인은 양대 시장에서 2조3880억원어치를 팔아치웠지만, HD현대중공업은 301억원어치를 사들였고 HD현대마린솔루션 120억원, HD한국조선해양 42억원, 현대힘스 22억원을 순매수했다.조선업 관련 ETF도 상승장을 연출했다. 국내 조선 기업 중 선박 건조 관련 상위 10개 종목을 선별해 투자하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조선TOP10’은 지난 3일 이후 7.74% 올랐다. 해당 상품은 선박 애프터 서비스, 해운 등 전후방 산업이나 중공업 섹터로 분류되는 조선 외 산업들을 제외하고 조선과 기자재로만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19일 기준 PDF(자산구성내역)를 살펴보면 HD현대중공업(26.48%), HD한국조선해양(24.47%), 삼성중공업(16.65%) 등이 편입돼 있다.이 밖에 신한자산운용의 ‘SOL 조선TOP3플러스’는 6.17% 상승했으며 삼성자산운용 ‘KODEX K-친환경조선해운액티브’와 NH아문디자산운용 ‘HANARO Fn조선해운’도 각각 6.02%, 4.82%씩 올랐다.앞서 국내 조선업은 지난 3일 비상계엄령 사태에 따른 정국 불안정성으로 시장의 우려를 산 바 있다. 하지만, 국가의 보증이나 지원이 큰 역할을 하는 방산업 등과는 달리 사기업 간의 거래인 조선업에서는 일부 조선사가 적용받고 있는 국책은행의 선수금 보증 등을 제외하면 국가의 직접적인 지원에 기대고 있지 않다.실제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 세계 선박 발주량 387만톤(t) 가운데 한국은 114만톤을 수주하면서 점유율 29%를 차지했다. 한국의 점유율은 지난 8월 1%에 그쳤지만, 9월 16%, 10월 26% 등으로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또한 HJ중공업이 이달 초 방위사업청이 발주한 해군 독도함·고속상륙정 외주 창정비 사업 입찰에서 최종 사업자로 선정됐다는 소식과 HD현대중공업이 조선주 중 처음으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점도 투자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에 따른 수혜도 전망된다. 지난달 7일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승리 직후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자국 조선업에 한국의 도움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조선업 분야에서의 한-미 양국 간 협력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또한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친(親) 화석연료 에너지정책을 강조해왔던 만큼 내년부터 원유와 천연가스 운송량 상승에 따른 LNG(액화천연가스)선과 유조선 수요 증가 촉발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현재 미 해군은 매 2년마다 LPD(상륙수송선거함) 1척, 4년마다 LHA(강습상륙함) 1척을 건조할 계획”이라며 “미 해군 상륙전 함대는 노후화에 따라 가용성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 있으나, 미국 조선업 역량 쇠퇴로 인해 MRO를 통한 훈련·작전 투입 가능 함대를 유지하기에 한계가 명확한 상황으로 한국과 일본 조선소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면 바이든 정부가 추진해왔던 녹색 전환 정책들을 폐기하고 석유와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며 “중국과의 대결 강화로 해군력 증강이 시급한 상황에서 미군 함정들의 유지·보수·정비(MRO)시장 참여 등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점도 국내 조선업에는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내년 기준금리 인하를 지연할 것이라는 전망에 원·달러 환율이 1450원선을 넘어선 점도 건조 비용을 달러로 받는 조선업에는 호재다. 지난 1997~1998년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당시 클락슨 선가지수와 업황은 지속 하락하던 상태였으나, 국내 조선업은 오히려 치솟은 환율로 인해 외화벌이의 일등 공신 산업이 됐으며 주가도 급등했던 바 있다.변용진 iM증권 연구원은 “조선사의 환헷지 비율은 60~100% 수준으로 알려져 있지만 현재와 같이 환율의 방향이 어느 정도 가시적인 상황에서는 비율을 유연하게 조절한다”며 “아직 2025년 사업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지만 2025년 계획환율 또한 1300원 중반을 넘지 않을 것으로 추정하는 바, 1400원 이상의 고환율은 분명 향후 실적에 플러스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