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공세에 우리 기업 고사 직전석유화학·철강, 내수에서도 고전가전부터 반도체까지… 전방위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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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화오션 수출형 잠수함ⓒ한화오션
중국산 저가 공세가 심화되면서 국내 제조업이 신음하고 있다. 중국산 수입품으로 석유화학, 철강 업계 수익성이 악화된 가운데 반도체, 생활가전도 같은 전철을 밟게 됐다. 업계는 한국산 제품의 수익 방어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며 정책적인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최근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액 기준 600개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내년 1월 BSI전망치는 84.6을 기록했다. BSI가 100보다 높으면 전월 대비 긍정적인 경기 전망이 많고, 100보다 낮으면 부정적인 전망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특히 제조업 중심의 업황 둔화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중국산 제품이 저렴한 가격에도 나쁘지 않은 품질을 구현하며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어서다.국내 석화 기업들의 최대 매출처였던 중국은 직접 대규모 설비를 증설해 수출국으로 성장했다. 이에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에서 원료인 나프타 가격을 뺀 금액)가 손익분기점을 밑돌고 있다. LG화학, 롯데케미칼, 금호석유화학을 비롯한 국내 주요 석화 기업들은 영업손실을 지속하고 있으며 일부 기업엔 유동성 위기까지 제기됐다. -
- ▲ 반도체 클린룸ⓒ삼성전자
최근에는 철강 업계 내에서도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국내 조선사마저 중국산 제품을 쓰기 시작하면서 철강 업계가 가격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10월 중국의 철강 생산량은 8억5000만톤에 달한다. 한국의 철강 생산량이 같은 기간 5300만톤인 것에 비하면 어마어마한 차이다.중국의 철강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국내 철강 기업들은 실적 부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증권가 컨센서스에 의하면 국내 최대 철강 기업인 포스코는 올해 1조33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보인다. 2021년 6조6500억원의 영업익을 낸 것을 감안하면 불과 3년 새 수익성이 80%나 감소한 것이다.문제는 이 위기감이 반도체, 디스플레이, 생활가전 등 산업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막대한 정책 자금을 투입해 메모리 반도체, 디스플레이 경쟁력을 확보했고, 중국 CXMT(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 BOE는 구형 D램과 LCD(액정표시장치)를 낮은 가격에 판매하시 시작했다.실제 올해 CXMT가 구형 D램인 DDR4를 반값에 판매하기 시작하자 범용 D램 가격의 평균 고정 거래가격은 지난 7월 2.1달러에서 11월 1.35달러로 35.7% 하락했다. LCD 패널 분야에선 이미 LG, 삼성이 중국 저가 공세에 휩쓸려 사업에서 철수했다. 국내 기업들은 차세대 반도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마이크로LED 등 R&D(연구개발) 경쟁력 확보로 격차를 벌리는 추세다. -
- ▲ 삼성전자 세탁건조기 '비스포크 AI 콤보' 이미지ⓒ삼성전자
생활가전 시장도 마찬가지다. 중국 로보락은 최근 170만원 수준의 일체형 세탁건조기를 시장에 선보였다. LG와 삼성이 올해 초 ‘LG 트롬 오브제컬렉션 워시콤보’, ‘비스포크 AI 콤보’를 출시하며 시장을 선점했지만 로보락이 400만원 수준인 한국 제품보다 절반 이상 낮은 가격의 제품을 내놓으며 시장에 진입한 것이다.중국산 저가 공세가 심화되자 제조업계는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국내 제조업 경쟁력을 되살릴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강구한다는 입장이다.정부는 지난 23일 석화 산업 육성키 위해 석화 기업의 사업 매각, 인수합병(M&A), 설비 폐쇄 등 사업 재편을 지원하는 내용의 방안을 발표했다. 지주회사 지분 100% 매입을 위한 규제 유예 기간을 현행 3년에서 5년으로 늘리고, 총 3조원 규모의 정책금융을 공급하는 등의 대책이 담겼다.업계 관계자는 “품질이 안 좋다는 과거 이미지와 달리 중국 제품들의 품질은 무시할 수 없을만한 수준으로 올라왔고, 국내 기업들이 많은 타격을 입고 있다”며 “전반적으로 업황이 침체돼 투자 계획을 세우기도 조심스러운 입장.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