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모범 보여준 국립대 결단에 감사"국민대·서강대 등 주요 사립대는 인상안 의결등록금 16년째 동결 … 대학 경쟁력 약화 원인으로 꼽혀
  • ▲ 오석환 교육부 차관이 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열린 ' 2025학년도 등록금 관련 거점국립대학총장 협의회' 영상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뉴시스
    ▲ 오석환 교육부 차관이 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열린 ' 2025학년도 등록금 관련 거점국립대학총장 협의회' 영상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뉴시스
    최근 서울권 주요 사립대학교가 잇달아 등록금 인상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9개 거점국립대가 2025학년도 등록금을 동결하기로 했다.

    충북대, 충남대, 강원대, 부산대, 경북대, 경상국립대, 전북대, 전남대, 제주대 등 9개교로 구성된 국가거점국립대학교총장협의회(국총협)는 지난 10일 협회장교인 충북대에서 회의를 열고 이 같이 결정했다.

    지난 2009년부터 등록금을 동결해 온 서울대도 올해 등록금 동결을 유지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이날 문자 공지를 통해 "거점국립대의 등록금 동결 결정을 환영한다"며 "깊은 고민 끝에 재정적 어려움에도 모범을 보여준 거점국립대의 결단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그동안 교육부는 고물가와 불경기 장기화 등을 근거로 등록금 동결 기조를 유지하며, 각 국립대학에 등록금 동결을 호소해 왔다.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지난 9일 국총협과 영상 간담회를 열고 등록금 동결을 공식 요청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오전 정례 브리핑에서 "등록금 동결 기조를 유지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며 "특히 국립대는 정부가 지원하고 협력할 부분이 많기 때문에 특별히 강조해서 말씀드리고 있다"고 요청했다.

    거점국립대의 이번 동결 결정은 최근 연이어 등록금 인상 움직임을 보이는 서울권 주요 사립대와 대비된다. 지난 2일 국민대는 등록금심의위원회를 열고 학부 등록금을 4.97% 인상하기로 의결하며, 17년 만의 등록금 인상을 선언했다. 서강대도 2025학년도 학부 등록금을 4.85% 올리는 안을 의결하며, 13년 만의 인상을 결정했다.

    연세대와 고려대, 성균관대, 경희대 등 서울권 주요 대학들도 등록금 인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학 등록금은 지난 2000~2008년 연평균 6.7% 인상됐다. 서민 경제에 큰 부담이 되는 데다 그동안 대학이 등록금을 올리는 손쉬운 방법으로 재정을 확보해 왔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정치권에서 '반값 등록금'을 들고 나왔고, 교육부는 2009년부터 각 대학에 등록금 동결을 권고했다. 2012년부턴 등록금을 올리는 대학을 국가장학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식으로 사실상 동결을 강제했다.

    대학들은 16년째 등록금이 동결되면서 어려움을 호소한다.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재정난에 직면한 상황에서 교수 채용과 기자재 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반발도 제기된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가 지난해 11월 151개 회원 대학 총장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대학(90개)의 53.3%(48개)가 인상 계획을 밝혔다. 아직 논의 중이라는 답변도 42.2%(38개)였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국가장학금Ⅱ 유형' 참여 조건을 완화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대학의 재정 악화를 고려해 등록금을 동결한 대학에 한해 교내 장학금을 전년 대비 10% 줄여도 국가장학금Ⅱ 유형에 대한 국가 지원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의 '유화책'도 재정난 타개의 근본적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이 대학가의 목소리다.

    애초 알려진 바로는 국총협도 이번 등록금 인상에 동참할 가능성이 점쳐졌었다. 특히 지방국립대는 수험생이 서울지역 대학을 선호하는 이른바 '인서울' 현상 심화로 재정난이 악화해 더는 버티기 어렵다는 의견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국총협의 이번 동결 유지 결정을 두고 사립대보다 정부 지원에 더 많이 기댈 수밖에 없는 국립대가 결국 교육부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