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비수기 딛고 대만 IT업계 호실적TSMC 낙수효과 … 서버·모바일 기업들 '껑충'내주 마이크론 실적 주목 … 실적 해빙기 도래할까
  • ▲ 삼성전자 DDR5 제품 이미지 ⓒ삼성전자
    ▲ 삼성전자 DDR5 제품 이미지 ⓒ삼성전자
    얼어붙었던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업황 개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먼저 대만업체들부터 지난달 호실적을 밝히면서 시장에 온기를 높였고 예상보다 빨리 반등을 시작한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힘을 보태고 있다. 내주 발표되는 메모리 업황 바로미터 마이크론의 실적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13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통상 계절적 비수기로 불리는 지난 2월 대만 IT 기업들이 예상 밖의 호실적을 기록하면서 반도체 시장에 해빙기가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비수기에도 대만 IT 기업들의 호실적을 이끈 가장 큰 원동력은 '서버' 분야였다. 이미 테크시장 주류로 자리잡은 AI(인공지능) 서버 투자가 견조하게 이어지는 가운데 통상 1분기가 비수기로 꼽히던 분위기 마저 사라지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대만기업인 TSMC는 지난 2월 2600억 대만달러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43% 성장했다. AI 서버 인프라 기업인 위윈(Wiwynn)과 서버 공급체인인 에이스피드(Aspeed)는 2월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1%, 109% 늘었다.

    이 중 두 배 넘는 성장세를 보여준 에이스피드는 전 세계 서버 수요의 선행지표로 평가받는다는 점에서 메모리업계에서도 주목하는 곳이다. 위윈도 전 세계 ODM(제조업자 개발생산) 기업들의 클라우드 컴퓨팅 서버를 맡고 있는 곳이라는 점에서 IT업계 선행지표로 참고된다.

    메모리 핵심 수요처인 스마트폰 시장도 회복세가 확인된다. 지난 2년 간 부진한 실적으로 시름했던 대만 난야PCB의 2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0% 가까운 성장을 보여주며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연초부터 중국의 이구환신 정책으로 PC와 스마트폰 등의 교체 수요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이 지난달 대만 IT 기업들의 실적으로 확인되면서 올 상반기까지 암울한 분위기를 이어갈 것만 같던 메모리업계도 이미 반등 흐름을 탔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D램과 낸드 가격 방향성이 달라진 것이 대표적인 시그널이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전날 기준 'DDR5 16G(2Gx8) 4800·5600' 제품의 평균 현물 가격은 5.05달러로 한 달 만에 6.47% 증가했다. 앞서 지난해 8월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면치 못했던 현물 가격이 연초 반등에 나섰고 이후 한 달 넘게 안정적인 가격대를 유지하면서 고정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실제로 현물가 상승 추세에 힘 입어 지난달 말 기준 DDR5 고정거래가격도 10개월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낸드 가격도 D램 보다 더디지만 반등 채비를 갖추고 있다. 미국 낸드기업인 샌디스크가 다음달부터 모든 낸드 제품의 가격을 10% 인상한다고 밝히면서 예상보다 빨리 낸드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초 시장조사업체들이 올 3분기나 돼야 낸드가격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본 것에 비해선 이른 시점이다.

    샌디스크에 이어 마이크론까지 낸드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들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낸드 생산량을 조정하고 가격 방어에 동참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연초 이후 메모리 가격이 반등에 성공한 것은 미국 트럼프 정부 2기가 집권하자마자 강도 높은 관세 정책을 들이밀면서 주요 수요처에서 미리 재고를 확보한 영향도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트럼프 정부는 미국 외에서 생산한 반도체에 대해서도 25% 이상의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을 여러차례 시사하면서 제조사들의 대미 투자를 압박하고 있고, 이에 따른 추가 가격 인상 가능성에 불안감을 느낀 수요가 먼저 움직였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당초 예상보다 메모리 가격 상승과 업황 회복이 빠르게 회복될 여러 시그널이 관찰되면서 적어도 2분기부터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메모리 기업들의 실적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업계에서는 다음주 열리는 미국 마이크론의 실적발표에 또 한번 관심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론은 메모리업계에서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해 업황 바로미터로 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