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물리치료사 단체, 각각 국회 토론회서 철회 요구 예정보험사 중심 개혁 반대 기류 … 도덕적 해이 막을 자율징계권 화두 한의사도 패싱 문제 반발 … 가입자 거부감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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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급여·실손보험이 담긴 2차 의료개혁 실행방안 발표를 앞두고 각계의 반대가 거세다. 특히 의료계 차원에서 의대증원보다 거부감이 큰 상태다. 자칫 투쟁 기조가 젊은 의사(전공의, 의대생)를 넘어 개원가로 확산할 개연성이 있다.

    13일 이태연 대한의사협회 실손보험대책특별위원장은 "국정 안정화 이후 의료계와 정부, 환자와 국민, 보험업계가 동등한 입장에서 논의하는 새판을 짜야 한다"고 제안했다.

    의대증원 이후 1년이 넘는 의료대란이 발생 중인데, 실손 개혁은 이보다 더 심각한 의정 갈등을 양산하는 꼴이 될 것이라는 진단에서다. 비급여 항목을 관리급여로 전환하고 구체적 항목이 확정된다면 상황은 파국으로 치달을 것으로 관측된다. 
     
    본질적으로 '도덕적 해이'가 실손 개혁의 핵심 근거다. 불필요한 비급여 행위를 남발하면서 국민 의료비 부담을 늘렸고 이 비용이 보험업계에 전가됐다는 것이다. 혼합진료를 통해 건보 재정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어 이를 개선한다는 것이 개혁의 취지다.

    도수치료·체외충격파·증식치료가 문제의 중심으로 떠올랐고 이를 포함한 10대 비급여 관리체계를 형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여기에 5세대 실손을 도입해 의료낭비 요인이 있는 항목에 본인부담을 대폭 올려 차단하는 방식이 적용될 방침이다.

    이 위원장은 "국민이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사적 영역에서 가입한 실손보험을, 보험사의 이득을 위해 개혁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냐"며 "의료계 내부서 공분이 커지고 있으며 실제 피해를 받아야 하는 국민과 환자의 불만도 커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부 도덕적 해이 문제가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이는 보험사를 위한 개혁으로 고치는 것이 아니라 의료계 내부 자정활동, 자율 징계권 확보로 건전한 생태계를 조성하면 되는 것이다. 해결방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사들은 물론 물리치료사들도 개혁을 반대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대한물리치료사협회(물치협)는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손해보험 회사의 주장에 동조해 일방적인 개편안으로 10만여 물리치료사의 직업 안정성을 위협하고 있다"며 "단순히 본인부담을 인상하기보다 적정 수가 산정 및 치료 기준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고 맞섰다. 

    이어 "본인부담의 증가는 노인 인구에게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며 이로 인해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국가의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협과 물치협은 각각 13일과 14일 국회 토론회를 열어 실손 개혁의 부당함을 강조할 계획이다. 

    한의사들도 실손 개혁에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의 비급여 치료는 현재 실손 보장 항목에서 배제된 상태인데 개혁 과정에서도 논의되지 않아 환자 선택권이 침해된다는 주장이다.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은 "한의 비급여 치료는 과학적 근거와 복지부의 고시에 따라 필수적 치료 행위로 인정받았고 국민 요구도 높은데 차별받고 있다. 특히 5세대 실손보험 논의 과정에서도 패싱된 상태"라며 개선을 요구했다.

    가장 큰 문제는 가입자들의 반발이다. 지금도 보험료 청구와 지급과정에서 곤란을 겪는 가입자가 많은데 굳이 본인부담을 올리고 혜택이 줄어드는 방식을 택하는 것이 합당한지에 대한 불만이다. 

    모 환자단체 대표는 "중증 질환은 보장하겠다는 방침으로 비판을 우회하려고 하지만 환자들은 고가의 비용이 드는 수술을 하고 난 뒤 보험금이 나올까를 우려하는 실정"이라며 "거대 보험사의 손해율 줄이기 대책을 개혁으로 포장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손 개혁은 도덕적 해이로 발생하는 의료 쇼핑 등 낭비 요인을 억제한다는 목표가 담긴 것이지만 보험사 측면에서 유리한 지점이 많아 각계에 설득하기 어려운 한계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협 등은 조만간 발표될 2차 개혁방안을 미루고 실손 개혁은 이해관계자 모두가 참여해 논의하는 방식으로 전환하자는 입장을 피력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