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제품 교체 수요 진작… 3월 양회 후 본격 개시침체 빠진 범용 메모리 수요 회복 물꼬 틀 가능성몸집 키운 CXMT 등 중국기업들과 경쟁 격화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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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이구환신(낡은 가전제품이나 IT기기를 교체하면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 지원 범위를 스마트폰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 반등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최근 무섭게 성장한 CXMT(창신메모리) 같은 중국 메모리사들을 키우기 위한 중국 정부의 또 다른 지원 방식이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한국 메모리 기업들도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에도 힘이 실린다.◇ 침체된 스마트폰 시장 되살아날 기회 … 中 출하량 12.5% 증가 가능14일 반도체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오는 3월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이후 이구환신 지원 범위를 스마트폰까지 확대하면서 스마트폰 교체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점쳐진다.중국의 이구환신은 소비자들이 노후화된 제품을 에너지 효율이 높고 환경친화적인 새 제품으로 교체할 때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이다. 지난 2023년 자동차와 가전제품으로 시작해 지난해 상반기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기 등 IT제품에도 이구환신 제도 도입이 추진되면서 올해 본격적으로 지원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먼저 이구환신을 도입한 가전제품과 자동차 분야에선 중국 소비자들의 소비력을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가전제품에 지급된 이구환신 보조금은 금액의 15% 수준이었는데, 이 정책 효과로 지난해 가전 내수 소비액이 12.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스마트폰업계에선 중국시장이 이구환신으로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라는데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글로벌 스마트폰 수요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큰 시장인 중국에서 최근 몇 년 사이 경기 침체로 스마트폰 교체 수요가 크게 줄었고 스마트폰 시장 성장에도 제동이 걸린 상태다.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츠는 올해 중국 스마트폰 출하량 성장률이 1.5%에 불과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놨다.하지만 이구환신 효과가 본격화되면 스마트폰 출하량 성장률도 가전 소비액 성장률과 마찬가지로 12.5%까지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다만 중국 정부가 자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을 지원하기 위해 판매 1위인 애플의 아이폰은 지원 대상에서 빼고 화웨이 등 자국 기업들 제품 중심으로 보조금을 지급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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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XMT DDR4 제품 이미지 ⓒCXMT
◇ 반도체업계에도 '호재'인데 … 中 업체에 수혜 쏠림 현상 불가피침체됐던 스마트폰 시장에 중국이 다시 활기를 불어넣은 덕에 여기에 필수로 들어가는 반도체업계도 상황 자체는 반기는 분위기다. 특히 최근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PC와 스마트폰, IT기기 등 전통적인 메모리 수요처가 좀처럼 되살아날 기미를 나타내지 않아 고전해왔다.그 중에서도 스마트폰용 메모리는 서버용 메모리와 HBM(고대역폭메모리) 같은 고성능 메모리가 등장하기 전까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1등 효자제품이었다. 게다가 중국 스마트폰 수요는 메모리 제조사들에겐 매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버팀목이라 대규모 신제품 교체 수요가 신규 메모리 수요로 이어지면 실적 회복 여지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다만 중국 정부가 이구환신을 도입한 결정적 이유가 자국 IT 산업과 기업을 지원하기 위함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하게 사세를 키운 중국 메모리 기업들에 가장 큰 수혜가 예상된다. 중국 메모리 대표주자인 CXMT는 지난해 삼성이나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빅3에 이어 4번째로 생산능력이 큰 곳으로 이름을 올릴 정도로 반도체 팹(Fab)을 확장하며 수요 확대 시기를 준비했다.한국과 미국에 비해 메모리 기술이 4~5년 가량 뒤쳐졌다는 평가를 받던 CXMT는 기술 측면으로도 선전하고 있어 선발주자들에게 위협이 되고 있다. CXMT가 중국 내부에서 유통하고 있는 DDR5가 성능이나 전력소모량 등의 측면에서도 메모리 빅3에 뒤지지 않는다는 분석까지 나오면서 위기감은 최고조인 상태다.이런 데다 이구환신 제도 수혜가 중국 반도체 기업들까지 고스란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 반도체업계에선 이번 중국 스마트폰 교체 수요가 반도체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중국 메모리사들이 본격적으로 판매를 늘리고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물론 메모리 시장 점유율이 압도적인 국내 반도체 기업들도 중국 스마트폰 수요 확대 효과를 누릴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MLCC나 패키지 기판 등에 한국 기업 제품들이 다수 탑재되고 있어 국내 부품업체들의 기대감도 크다.중국의 이번 정책이 산업 부흥에 효과가 있음이 다시 한번 입증된다면 국내 반도체, 부품 기업들도 이 기회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보다 체계적으로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범용 메모리 시장 침체로 우려가 깊은 반도체 기업들이 이구환신으로 새로운 기회를 맞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