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의무 철회… 자동차‧배터리 난감가전 생산 라인 미국行… 관세 폭탄 대응반도체‧태양광 울상… 조선업계 수혜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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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출처=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공식 출범하면서 국내 산업계에 미칠 영향에 이목이 쏠린다. 이른바 '미국발 관세 폭풍'이 국내 산업에 현실로 다가올 가능성이 커지면서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기업들은 치밀한 생존 전략이 필요해졌단 분석이 나온다.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미국 의회의사당 로툰다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다른 나라를 부유하게 만들기 위해 우리 시민들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대신 우리는 우리 시민들이 부유하도록 외국에 관세와 세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어 "모든 관세, 세금, 수입을 징수할 대외 수입청(external revenue service)을 설립할 것"이라며 향후 관세를 활용해 미국의 무역 적자를 축소하고 세수를 늘리는 데 주력할 것임을 예고했다.그간 산업계에서 우려했던 신규 무역관세 내용은 빠졌지만, 여전히 미국 중심의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재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의 경우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화석연료 산업을 지키고 미국 자동차 산업의 노동자들을 지켜낼 것"이라며 "행정명령으로 (바이든 정부의) 그린뉴딜을 종식하고 전기차 의무 구매 규정을 철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특히 자동차 업계는 멕시코·캐나다 관세, 보편관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가능성에 삼중으로 노출됐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한국에서 만들어 미국에 수출한 차량 대수가 각각 58만 대, 35만 대에 달한다. 한국GM도 지난해 약 42만 대의 차량을 미국으로 수출했다.한국산 수출 차량에 보편관세를 부과하면 미국 내 가격이 상승, 판매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미국의 주도로 한미 FTA를 개정할 경우 관세 재부과로 인해 한국 자동차의 대미 수출 가격도 오를 수 있다.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공언해 왔던 전기차 보조금 폐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 미국 현지 공장 구축 등 전기차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려온 현대자동차·기아와 배터리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SK온 등 국내 기업들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가전업계는 미국의 관세 폭탄을 넘기 위해 생산시설을 미국에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실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멕시코 라인 일부를 미국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멕시코 케레타로 건조기 라인 일부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 공장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LG전자는 미국 테네시주 클라크스빌에 있는 세탁기·건조기 공장 라인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반도체 업계도 불안하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내 공장을 만드는 반도체 기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지만, 트럼프 정부에선 해당 방안이 일부 수정되거나 전면 취소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삼성전자에 47억4500만 달러, SK하이닉스에 4억5800만 달러를 지급하기로 했다.태양광을 비롯한 친환경 기업들도 울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임기에 이어 이번에도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를 선언하면서 국내 친환경 에너지 기업들도 시장 위축 우려에 직면했다. 특히 미국에 공장이 있는 대기업들은 타격이 덜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중소·중견 업체들은 타격이 클 수 있다는 분속이다.다만 일각에선 동남아시아를 통해 미국으로 우회 수출하던 중국 기업들의 수출길이 막히면 한국 업체들의 시장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조선업계는 트럼프 행정부를 반기는 분위기다.트럼프 대통령이 자국의 해군 함정 재건을 위해 취임 전부터 공개적으로 러브콜을 보낸 만큼 한국 조선사들은 이른바 '트럼프 특수' 수혜를 기대하고 있다. 미국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시장과 상선 건조 시장을 중심으로 새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기대된다.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이후 윤석열 대통령과 첫 통화에서 "세계적인 한국의 군함 건조 능력을 알고 있다"며 "선박 수출뿐 아니라 MRO(유지·보수·정비) 분야에서 한국과 긴밀하게 협력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지난 6일에는 현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미국 조선업 재건과 관련해 "선박 건조에 동맹국들도 이용해야 할 수 있다"라고 언급했다.한편 정부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전일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맞아 민관합동 대책 회의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사 및 행정명령 등을 통해 발표된 정책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분석했다.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정부는 미국 측 조치 배경과 세부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산업부 실무대표단을 미국에 급파했으며 미국 측과 소통할 것"이라며 "우리에게 우려 요인뿐 아니라 기회 요인도 있는 만큼 민관이 긴밀히 협의해 총력 대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