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상위 60개사중 23곳 공급계약 정정공시 '총98건'계약액 31.2조→36조…한신공영 13건 증액으로 '최다'원가율 93% 넘어 수익률 급감…"공사비 올려도 본전"
  • ▲ 아파트 공사현장. ⓒ뉴데일리DB
    ▲ 아파트 공사현장. ⓒ뉴데일리DB
    건설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자잿값 인상여파로 수익성 난조에 직면한 건설사들이 공사비 증액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상승에 따른 자잿값 상승이 예상되면서 '적자공사' 우려가 커지자 기존에 체결한 계약액을 상향조정해 마진을 개선하려는 전락이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현재까지 두달간 시공능력평가 상위 60개 건설사중 23곳에서 계약금액이 상향된 총 98건의 단일판매·공급계약체결을 공시했다.

    변경된 계약액은 총 36조817억원으로 기존 31조2210억원대비 4조8609억원(15.56%) 증가했다. 두달만에 5조원 가까운 공사비 증액계약이 이뤄진 셈이다. 

    계약액 변경건수가 가장 많은 건설사는 한신공영으로 13건이 증액됐다.

    한신공영은 '금광동 4071번지 일원 가로주택정비사업' 계약액을 750억원에서 965억원, '송도 영남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을 1295억원에서 1601억원으로 증액했다. 이외에도 11곳에서 공사비를 늘려 총 13개 사업계약액을 1조5843억원에서 1조6821억원으로 6.17% 늘렸다.

    다음으로는 코오롱글로벌이 10건의 공사비 증액계약을 체결하면서 두 번째로 많았다.

    코오롱글로벌은 '휴먼파크장전 지역주택조합 주상복합 신축공사' 계약액을 1766억원에서 2284억원, '안동 송현1주공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을 1579억원에서 2006억원으로 증액했다.

    이외에도 △'여주~원주 복선전철 제2공구 노반건설공사' 100억원 △'국회대로 지하차도 및 상부공원화(2단계)건설공사' 1공구 65억원 △'부산 대연1 가로주택정비사업(3구역)' 65억원 △'부산 대연 가로주택정비사업(1구역)' 57억원 △'국도77호선 여수 화태-백야 도로건설공사(2공구)' 39억원 △'대전 대성지구 공동주택 신축공사' 45억원 △'안양 냉천지구 주거환경개선사업' 26억원 △'Merck S. Korea Bio.P Project' 290억원 등 공사비를 늘렸다.

    이들 10개 사업계약액은 1조3480억원에서 1조5111억원으로 12.1% 증가했다.

    단일 계약별로 증가폭이 가장 큰 계약은 현대건설의 '파나마 메트로 3호선 (Panama Metro Line3) 공사'로 계약액이 1조8263억원에서 2조9106억원으로 1조843억원(59.37%) 뛰었다.
  • ▲ 서울의 한 재건축 공사현장. ⓒ뉴데일리DB
    ▲ 서울의 한 재건축 공사현장. ⓒ뉴데일리DB
    공사비 증가액이 가장 높은 건설사는 삼성E&A으로 '기흥 신규 연구라인 (구 용역동 부지)UT동/그린동 골조공사', '기흥 연구라인 신축(1단계) UT, 대기방지, 그린동 마감 공사' 등 총 6개 사업 공사금액을 5조9183억원에서 7조4540억원으로 1조3223억원(25.94%) 증액했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잇따라 공사비 증액에 나선 배경에는 자잿값 상승에 따른 사업수익률 부진이 있다. 건설산업연구원이 산출한 건설공사비지수 추이를 보면 지난해 11월 건설공사비 지수는 130.26으로 공사비용이 급증하기 전인 2020년 11월(100.97)과 비교하면 29.0% 상승했다.  

    가파르게 늘어난 미청구공사, 원가율도 건설사들이 공사비 증액에 나서는 이유로 꼽힌다.

    10대 건설사 지난해 3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미청구공사액은 19조5933억원으로 2023년 말보다 11.68% 증가했다. 건설사별로 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 2조7331억원(48.2%) △롯데건설 1조8545억원(30.8%) △대우건설 1조6318억원(26.0%) △현대엔지니어링 1조6235억원(13.3%) △HDC현대산업개발 1조3083억원(33.2%) △SK에코플랜트 1조2401억원(9.8%) 등이다.

    주요건설사 평균 매출원가율도 지난해 3분기 93%를 넘어섰다. 이는 업계에서 적정원가율로 여겨지는 80%를 상회하는 수치다. 매출원가율이 93%라는 것은 매출액이 1억원이면 이중 원자잿값이 9300만원에 달한다는 의미다. 

    중견건설 A사 관계자는 "최근 4년간 시멘트가격이 50% 가까이 상승하는 등 원자잿값이 크게 올랐는데 올해도 고환율 영향으로 자잿값 추가상승이 예상되고 있다"며 "현시점에서 건설사들이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은 기수주 공사비를 늘리는 것이지만 이마저도 현재 물가인상 상황을 고려하면 겨우 본전만 찾는 수준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견건설 B사 관계자는 "물가인상분을 반영한 공사비 증액이 가능하도록 관계부처나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야 한다"며 "전문가 파견제도나 공사비 표준계약서 같은 유명무실해진 정책이 아닌 보다 강제성·현실성 있는 대안이 신속하게 나와야 향후 시장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