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일한 품질유지·시공기간 단축·안전관리에 장점현대엔지니어링·DL이앤씨 등 기술연구·개발 박차국내시장규모 작아 단가 높고 기술력도 후발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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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례 모듈러 주택단지'ⓒDL이앤씨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건설사들이 위기극복을 위한 미래먹거리로 '모듈러건축'에 주목하고 있다. 공기단축과 자원절약 등 이점을 극대화해 공급문제를 해결하고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을 주도하는 등 주택시장 확장 발판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기존 철근콘크리트 공법대비 공사비가 높아 공공지원 없이 시장이 확대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모듈러건축은 건축물 각 부분을 공장에서 미리 생산한 후 현장으로 운반해 조립·설치하는 공법이다. 균일한 품질유지가 가능하고 시공기간을 30~50% 정도 단축할 수 있다. 공사기간이 짧아 빠른 주택공급이 가능하고 투입 인력이 적어 안전관리도 수월하다.건설사들이 모듈러건축시장에 관심을 갖게 된 시기는 정부나 준정부기관의 연구개발(R&D)에 대한 성과가 나타나면서부터다. 특히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기관이 건설기술연구원과 손잡고 진행한 실증사업 역할이 컸다는 평가다.모듈러건축시장을 선도하는 업체들의 성과도 이런 R&D 실증사업을 통해 축적됐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경기도주택도시공사(GH)가 발주한 국가 R&D 실증사업인 '용인 영덕 경기행복주택'을 통해 2022년 6월 국내 최초로 13층 모듈러주택을 준공했다. 포스코이앤씨 자회사인 포스코A&C도 2017년 12월 SH공사와 서울 강서구 가양동에 최초의 5층 모듈러주택을 시공했다.최근에는 현대엔지니어링, DL이앤씨, GS건설, 포스코이앤씨, 희림 등 주요건설사들이 해외 모듈러건축 전문업체를 인수하거나 품질을 높이기 위해 기술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제출은 연구·개발한 모듈러건축기술을 시험하는 테스트베드 'H-모듈러 랩'을 구축했다. 모듈러 건축물의 제작성, 시공성, 디자인 등 다양한 요소들을 현장적용 전에 미리 검토해 특화기술과 경쟁력을 확보하고 모듈러 신사업 수주에 박차를 가한다는 구상이다.모듈러 전문자회사인 '자이가이스트(XiGEIST)'를 만든 GS건설은 지난 2023년 충남 당진에 생산공장을 설립해 사업을 본격화하고 관련 기술특허를 출원하는 등 연구개발을 강화하고 있다.아울러 GS건설은 폴란드 목조 모듈러 전문기업 '단우드'와 영국 철골 모듈러 전문히사인 '엘리먼츠'를 인수하며 해외진출을 위한 포석을 깔았다. 엘리먼츠는 2023년 2100억원 규모의 영국 모듈러 임대주택사업 시공권을 따내기도 했다.DL이앤씨는 2017년부터 모듈러기술을 개발해 40여 건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고 포스코이앤씨는 포스코A&C를 통해 모듈러 공동주택인 '청담MUTO'를 국내 최초로 시공했고 평창동계올림픽 호텔과 LH 옹진백령 공공주택 등 여러 모듈러 건축사업을 맡았다. -
- ▲ 국내 최고층 모듈러주택 '용인영덕 경기행복주택' ⓒ현대엔지니어링
주요건설사들이 모듈러시장에 뛰어든 가운데 국내시장 규모는 본격적인 확장기에 들어서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국내 모듈러건축시장은 2019년 370억원 규모에 불과했지만 2021년 1457억원, 2022년 약 2000억원 규모로 급성장했고 2030년엔 2조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다만 일각에서는 모듈러주택은 이론적으로는 공사기간 단축과 사업비 절감 등 장점이 많은 공법이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갈 길이 한창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시장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아 기존공법 대비 단가가 높아서 여전히 공공기관이 시행해 민간기업에 공사를 발주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사업장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아울러 기술력도 해외 주요국에 비해 부족하다. 현재 국내에서 완공된 모듈러 주택의 최고층수가 13층이고 이제야 20층 넘는 주택에 적용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미국, 영국, 싱가포르 등 국가가 건축하는 모튤러주택은 층수가 40~50층을 넘나들고 있어서 격차가 벌어져 있다.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모듈러주택 자체로는 특별히 사업성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궁극적으로 모듈공법이 건축공법으로 자리잡기 위해선 사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까진 공법 활성화를 위해 준공된 단지들의 케이스를 만드는 단계인 만큼 공공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그러면서 "만약 공공지원이 제대로 받쳐주지 않으면 국내뿐 아니라 해외시장 진출도 가능한 사업분야를 높은 단가에 따른 공사비 부담으로 사업을 포기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최근 건축비용이 급등해 주택공급이 여의찮은 가운데 아파트 공급 이외에도 빌라형태 주택공급 또한 부족한 상황이다"며 "특히 지방의 경우 빌라공급이 어려운데 모듈러주택을 활용하면 저렴하고 빠르게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서 주태공급 사각지대를 대체할 기술로 강점을 갖고 있어 산업적 가치가 크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