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 설계사 2023년 대비 13.46% 증가금융당국 "GA 불완전판매, 보험사 책임 부담"업계 "슈퍼 갑인 GA 객관적 평가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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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당국이 ‘보험 백화점’으로 불리는 GA(법인보험대리점)에 대한 규제 강화를 추진한다. 보험사에 GA 관리 책임을 부여하고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신지급여력(K-ICS·킥스) 비율 하락이라는 불이익을 부과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GA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는 상황에서 보험사들이 실질적으로 GA를 통제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GA의 시장 지배력이 이미 보험사를 넘어선 만큼 이번 조치가 실효성을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이 '을'에게 '갑'을 통제하라고 요구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GA 공룡化… 생보업계 증가세 뚜렷

    보험사의 GA 채널 확장이 가속화되고 있다. 3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GA 소속 설계사 수는 29만8761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3년 말 대비 13.46%(3만5440명) 증가한 수치다.

    GA 채널 확대는 보험사의 전속 설계사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이를 보완하기 위한 전략이 생보사를 중심으로 두드러지고 있다. 생보사는 기존 전속 설계사 중심의 영업 구조가 약화되는 가운데 GA를 활용한 대면 영업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생보사의 GA 채널 확대는 새 회계기준 IFRS17 도입 이후 더욱 심화됐다. 보장성보험이 주요 수익원으로 떠오르며, 상품 구조가 복잡해 설계사 의존도가 높은 점이 GA를 통한 대면 영업이 확대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지난해 GA 채널을 통한 생보사 매출이 처음으로 손보사 매출을 넘어섰다.

    한국GA협회의 생명·손해보험사 GA채널 업적현황(추정)에 따르면 지난해 GA 채널 전채 매출액은 1조640억원으로 집계됐다. 생보사는 이 중 5.5%(5915억원)을 차지했다. 이는 2023년(4389역원) 대비 34.7%(1526억원) 증가한 수치다. 반면 손보사는 2023년(4540억원) 대비 4%(185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처럼 GA 채널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주요 보험사들도 자회사형 GA를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한화생명의 자회사형 GA(한화생명금융서비스·한화라이프랩·피플라이프) 소속 설계사 수는 지난해 6월 말 기준 3만명을 넘어섰다. 주요 생보사(삼성생명·미래에셋생명·신한라이프) 역시 삼성생명금융서비스·미래에셋금융서비스·신한금융플러스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손해보험업계도 GA 시장 내 영향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삼성화재는 삼성화재금융서비스, 현대해상은 마이금융파트너, DB손보는 DB금융서비스와 DBMnS를 자회사로 운영 중이다. 또한 지분 투자 및 업무 제휴를 통해 GA 채널 확장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하나금융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화손해보험과 메리츠화재는 대형 GA인 인카금융서비스에 투자하며 GA 시장 내 입지를 넓히고 있다.

    그러나 이에 따라 GA 시장이 급성장하며 불완전판매 문제가 더욱 심화되고 있는 점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8월까지 5개 대형 GA를 대상으로 부당승환(기존 계약 해지 후 새 계약 권유) 여부를 점검한 결과 총 351명의 설계사가 2687건(1개사 평균 537건)의 신계약을 모집하면서 기존 계약과의 중요사항을 충분히 비교해 알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기존 계약 3502건(1개사 평균 700건)이 부당하게 소멸된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 관계자는 "보장성보험이 GA채널의 주 판매상품으로 자리매김하며  생보사가 GA 규모 확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GA 불완전판매, 책임은 보험사가 진다… 업계 실효성 '의문'

    금융당국은 지난 22일 6차 보험개혁회의를 통해 '보험 판매채널 책임성 강화방안'을 논의했다. 이에 따라 보험사는 리스크 관리·평가체계를 개선하고 GA의 영업건전성과 내부통제 수준, 제재 이력 등을 감안해 판매를 위탁한다. 

    이를 위해 신설되는 'GA 운영위험 평가제도'는 GA의 보험계약 유지율, 불완전판매 비율, 보험사 수수료 정책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1~5등급으로 차등화하는 방식이다. 평가 등급이 낮은 GA를 이용하는 보험사는 지급여력비율(K-ICS·킥스) 요구자본을 추가 적립해야 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해당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공룡 GA의 등장으로 GA가 사실상 '슈퍼 갑'의 위치에 서며 오히려 보험사가 불리한 입장이 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험사가 판매 위탁 GA를 자체 기준에 따라 선정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킥스비율 하락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GA 평가 등급이 낮은 보험사가 추가 자본을 적립해야 할 경우 특히 생보사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GA의 협상력 확대 역시 업계의 부담 요소다. 중소형 보험사의 경우 GA와의 협상에서 주도권을 잃은 상태이며 GA가 판매수수료 및 시책을 주도하는 구조가 고착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GA협회는 올해 1분기 내로 보험판매전문회사 제도 입법을 추진하며 영향력을 더욱 키울 준비를 하고 있다.

    게다가 올해 보험업황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추가적인 리스크 관리 역시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 역시 나온다. 특히 킥스비율 하락 우려가 큰 생보업계의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해당 제도를 통해 GA의 영향력 확대를 제한하려는 강한 의도를 표현한 것 같다"며 "사실상 제도의 실효성은 없어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현재 GA는 판매에만 집중하고 이에 대한 부담은 보험사가 떠안고 있다"며 "GA의 판매 책임을 강화하는 제도 자체는 꼭 필요하나 실효성이 의문"이라고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