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자본성증권 8조6550억원 발행… '역대급'표면이율 최대 10.655%… 보험사 4000억원 이자 부담업계 "사실상 자본확충 외에는 별다른 방법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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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도 보험업계의 자본 확충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역대급 규모의 자본성증권을 발행한 보험사들이 올해도 잇따라 발행을 확정짓고 있다. 업황이 여전히 녹록지 않은 가운데 보험사들의 자본성증권 발행이 지속되면서 이자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올해도 이어간다… 보험사 '자본 확충' 속도전

    보험업계가 올해도 자본성증권 발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31일 한화손해보험이 5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하며 올해 보험업계의 첫 자본성증권 발행을 단행했다. 

    한화손보는 증권신고서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킥스 비율 증대를 통한 자본건전성 확보 목적으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3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 시 킥스 비율이 지난 3분기 215.8%에서 11.3%p(포인트) 상승한 227.1%로 상승할 것으로 추산했다.

    보험사들의 자본 확충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지난 21일 이사회를 열고 5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을 결정했으며 동양생명 역시 같은달 13일 이사회에서 최대 5억 달러(약 7000억원) 규모의 자본성증권 발행을 결의했다.

    이 같은 흐름은 대형 보험사뿐 아니라 중소형사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ABL생명과 KDB생명도 채권 발행을 추진 중이다. ABL생명은 지난해 이사회를 통해 최대 2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을 승인했으며 KDB생명 역시 최대 3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결정했다.

    보험사들의 자본성증권 발행은 지난해부터 대규모로 추진됐다. 보험업계는 지난해 총 8조6550억원 규모의 자본성증권을 발행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2023년(3조1540억원) 대비 무려 174.41% 증가한 수준이다.

    특히 자본성증권 발행은 하반기에 집중됐다.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1분기(1300억원) △2분기(3700억원) △3분기(3조500억원) △4분기(5조1050억원)이 발행되며 하반기에 전체 발행액의 94.2%가 몰렸다.

    또한 생명보험사의 발행 규모가 손해보험사를 넘어섰다. 지난해 전체 자본성증권 발행 총액 중 생보사가 50.7%(4조3950억원)를 차지하며 손해보험사(4조2600억원)에 비해 높은 비중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보험업계가 킥스 비율 방어를 위해 선제적인 자본성증권 발행에 나섰다"며 "올해 역시 이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업계, 이자 '부담'보다는 킥스 비율 '유지'가 중요

    보험업계가 자본성증권 발행을 이어가면서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발행된 자본성증권의 표면이율은 최소 4.2%에서 최대 10.655%로 형성됐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발행된 자본성증권으로 인한 연간 이자 부담만 4000억원을 초과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자본성증권 금리가 4% 이상인 반면, 보험업계의 운용자산이익률은 연평균 3.4% 수준에 그쳐 실질적인 손실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처럼 이자 부담이 커지는 상황 속에서 보험업계는 자본성증권 발행을 지속하고 있다. 킥스 비율을 방어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경과조치를 적용한 보험사의 지난 3분기 킥스 비율은 218.3%로 직전 분기(217.3%) 대비 1.0%p 상승했다.

    업권별로는 생보사의 킥스 비율이 211.7%로 전 분기 대비 0.9%p 하락하며 2023년 4분기 이후 3분기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반면 손보사는 227.1%로 전 분기 대비 3.1%p 증가했다.

    4분기에도 킥스 비율 개선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금리 인하와 더불어 연말 결산부터 적용되는 금융당국의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가정 가이드라인'이 킥스 비율을 추가로 압박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킥스 비율은 가용자본(자본)을 요구자본(부채)으로 나눈 값으로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을 평가하는 핵심 지표다. 금리 하락 시 부채의 금리 민감도가 자산보다 더 높아 부채가 커지며 킥스 비율이 악화된다. 따라서 본격적인 금리인하기에 접어든 올해 킥스 비율 유지를 위한 보험사의 부담을 더욱 가중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리인하기에 접어들어 업황이 좋지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자부담을 지더라도 사실상 킥스비율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자본성증권 발행 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