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후판에 최대 38% 관세 부과 결정철강업계 '숨통' … "국산 후판 경쟁력 회복"정부, 열연강판도 반덤핑 관세 카드 '만지작' 철강사 vs 제강사 의견 갈려 … 갈등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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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중국산 후판에 최대 38%에 이르는 관세 부과에 이어 중국산·일본산 열연강판에 대한 반덤핑 관세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후판과 달리 열연강판의 반덤핑 관세에 대해선 업체별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상황으로, 철강사 간 갈등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21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는 중국산 저가 후판 물량 공세에 국내 철강업계가 실질적 피해를 입었다고 판단, 잠정 덤핑방지관세 27.91~38.02%를 부과하기로 했다. 정부가 수입 후판에 대해 덤핑방지관세를 매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후판은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으로 선박 건조와 교량, 중장비, 송유관 등에 사용된다. 국내 후판 시장 규모는 연 8조원에 달하는데, 중국산 후판이 국내산 후판보다 20% 가량 저렴하게 유입되며 국내 철강사 숨통을 조여왔다.실제 중국이 내수 부진으로 소비되지 않은 후판을 저가에 밀어내면서 중국산 후판 수입량은 지난 4년 새 3배 이상 급증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한국으로 수입된 중국산 후판 물량은 2021년 45만톤에서 2022년 81만톤→2023년 130만톤→2024년 138만톤으로 지난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중국산 저가 물량에 시달려 온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주요 철강사는 이번 관세 부과 조치로 한숨 돌리게 됐다는 반응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매출에서 후판이 차지하는 비중은 13~15% 수준으로, 국내 시장에서의 유통가격을 정상화해 혼란을 진정시킬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한 철강사 관계자는 “국산 후판은 톤당 90만~100만원에 유통된 반면 중국산 후판은 70만원대에 거래돼 가격 면에서 도저히 경쟁하기 어려운 구조였다”며 “트럼프발 25% 관세 리스크에 중국산 저가 물량 공세까지 벼랑 끝에 몰린 상황에서 이번 관세 결정은 환영할 만한 조치”라고 말했다.정부는 후판에 이어 중국산·일본산 열연강판에 대해서도 반덤핑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무역위가 전날 회의에서 중국산·일본산 열연강판의 반덤핑 조사 개시 여부를 논의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실제 열연강판에 대한 조사 여부는 결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열연강판은 쇳물로 만든 평평한 판재인 반제품(슬라브)을 높은 온도로 가열해 3㎜ 두께로 가공한 강판을 말한다. 냉연강판을 비롯해 도금강판, 컬러강판, 강관 등 대다수 판재류의 기초 철강재로 쓰인다.앞서 현대제철은 지난해 12월 중국산·일본산 열연강판의 저가 유입으로 가격 경쟁력 약화가 심각하다며 반덤핑 제소를 했다. 일본과 중국 기업이 국내에 공급하는 열연강판은 국내산보다 10~20% 가량 저렴한 가격에 들어오고 있다. 열연강판에도 반덤핑 관세를 부과, 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실제 일본산과 중국산 열연강판 가격은 톤당 71만원 가량으로, 국산(81만원)보다 10% 이상 저렴하게 팔리고 있다. 물류비 등을 더하면 5~10% 가량 차이가 난다. 한동안 가격 격차가 20%에 달했지만 일본과 중국이 반덤핑 조사를 앞두고 판매가를 소폭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현대제철 등 철강사가 열연강판 반덤핑 관세 조치를 요구하는 반면 열연강판을 활용해 컬러강판, 강관 등을 만드는 동국제강, 세아제강, KG스틸 등 제강사는 반덤핑 관세 부과에 반대하고 있다. 반덤핑 관세가 붙으면 재료비 부담이 높아져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에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한 제강사 관계자는 “하공정 업체는 낮은 가격의 열연강판을 원료로 삼아 수익성을 확보하고 있는데, 반덤핑으로 가격이 올라가면 수익성을 방어할 길이 없어진다”며 “원재료 가격 인상분을 제품가에 반영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말 그대로 도산 위기에 놓일 수 있다”고 토로했다.반덤핑 조사 과정에서 일본 및 중국 철강업체와 합의에 이르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란 의견이 제기된다. 일본과 중국 기업이 ‘일정 가격 이상, 정해진 물량 이외엔 수출하지 않는다’는 걸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반덤핑 조사를 끝낼 시 국내 철강사 간 갈등도 일단락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