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선박 수주 점유율, 韓 16% vs 中 70%2021년 중국 점유율 50%↑ … 미국 견제 심화미, 중국 선사·선박에 수수료 검토 … 내달 확정MSC 등 글로벌 선사 중국 선박 25~45% 보유K-조선, 중국 선박→한국 선박 교체 수혜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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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조선·해운 산업에 대한 미국의 견제가 본격화하면서 국내 조선업계가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란 기대감이 증폭되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는 글로벌 선박 시장에서 물량 공세를 앞세운 중국에 1위 자리를 내어준 지 오래다. 이번 기회에 패권을 되찾을지 귀추가 모아진다.

    26일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선박 발주량은 6737만CGT(2515척)로 2023년 대비 36.9% 늘었다. 국가별로 중국이 4744만CGT(1772척)를 수주해 70%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고 한국이 1104만CGT(254척)을 수주해 16%의 점유율로 2위를 기록했다.

    중국은 2009년 한국을 제치고 선박 건조량에서 세계 1위에 올랐고, 2010년 선박 수주량에서도 선두를 차지하며 글로벌 선박 시장의 패권을 쥐었다. 중국의 국영 조선소에 대한 적극적인 정책 지원과 2001년 WTO(세계무역기구) 가입 이후의 수출 활성화가 주효했다.

    중국이 낮은 인건비를 내세워 벌크선, 컨테이너선 등 대량 생산 선박 중심 덩치를 키우는 사이 기술 경쟁력을 앞세운 한국 조선은 LNG운반선을 비롯한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에 주력했다. 2018년에는 한국이 LNG선 수주 성과에 힘입어 중국을 제치고 1위를 탈환하기도 했지만, 이후 다시 컨테이너선 시장이 활성화하며 중국에 선두를 내주고 2위를 유지해오고 있다.

    최근 미국의 중국에 대한 견제가 구체화하며 국내 조선사의 반사이익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에너지, 철강 및 알루미늄, 제약 및 의료, 전기차와 배터리에 이어 자국 항구에 입항하는 중국 선사 및 중국산 선박도 최근 규제 대상에 포함하면서 무역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조선·해양·물류 부문을 부당하게 장악하고 있다며 자국 산업 구제책을 내놨다. 미국 항구에 입항하는 중국 선사에 선박당 100만 달러(약 14억원) 또는 선박 용적물에 톤당 최대 1000달러(약 144만원)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등의 내용이 골자다.

    아울러 중국산 선박을 포함한 복수의 선박을 운영하는 선사의 경우 미국 항구에 입항하는 중국산 선박 보유 비율에 따라 최대 150만 달러(약 21억원)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이는 다음 달 24일 미 국제무역위원회(USITC) 공청회를 거쳐 시행 시기 등이 확정될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의 선박 시장 장악률 확대가 미국의 안보와 경제에 위협이 된다고 보고 있다. 실제 중국 조선업계의 글로벌 선박 수주 점유율은 2021년 50% 돌파에 이어 지난해 70%까지 급증하며 조선업의 중국 의존도가 심화하고 있다. 이에 미국은 관세와 제재로 중국을 견제하면서 동맹국을 활용한 대안을 모색 중이다.

    미국의 중국 조선에 대한 규제책이 현실화할 시 글로벌 선사의 고심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글로벌 5대 선사 가운데 중국 선사인 COSCO 외 스위스 MSC, 덴마크 머스크, 프랑스 CAM CGM, 독일 하파그로이드가 보유한 중국산 선박은 20%에서 45% 수준으로 알려졌다. HMM의 중국 선박 비중이 2% 수준인 점에 비춰 이번 규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중국산 선박에 수수료가 부과되면 중국이 선박 시장의 우위를 점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 가격경쟁력이 약화하게 된다. 중국은 한국 조선소 대비 20% 가량 저렴한 가격에 글로벌 수주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선박의 평균 수명이 20~25년임을 고려하면 선주들이 초기 비용을 더 들이더라도 중국보다 한국에 선박 발주를 의뢰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고난도 설계, 정밀 건조, 친환경 기술에서 여전히 기술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중국도 빠른 속도로 기술력을 끌어올리며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며 “중국 선박에 대한 수수료 부과 시 선사들이 한국 조선사를 택할 가능성이 더 커질 수 있어 한국 조선업엔 기회”라고 전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LNG 프로젝트 재개와 해군력 강화 정책에 더해 중국 조선업에 대한 견제까지 구체화하며 K-조선은 겹호재를 만난 모양새다. 트럼프 정부의 화석연료 정책으로 LNG·LPG 운반선 발주 증가가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 조선사가 이 물량을 흡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해군 패권 장악을 위해 현재 295척 규모의 미국 해군 함정을 최소 350척, 최대 381척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미국의 조선업 쇠퇴에 따라 한국과 일본 등 우호국과 협력할 계획으로 군함 기술력을 갖춘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의 수혜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