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게릴라 파업 반복에 추정 손실액 수백억 원대사측 vs 노조 임단협 '강대강' 대립 … 갈등 최고조대내외 악재 산적 … 악순환 끊어낼 대타협 과제로
  • ▲ 서강현 현대제철 대표. ⓒ현대제철
    ▲ 서강현 현대제철 대표. ⓒ현대제철
    성과급과 임금인상 문제로 노조와 난항을 겪던 현대제철이 이번엔 경북 포항공장에서 희망퇴직을 시행하면서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장 구조조정에 나섰다.

    회사를 둘러싼 대내외 경영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취임 2년 차를 맞은 서강현 사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오는 14일까지 포항공장 기술직 1200명 전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현대제철이 희망퇴직을 받는 것은 지난 2022년 2월 이후 3년 1개월여 만이다.

    지난해 말부터 이미 축소 가동 중이었던 포항공장의 구조조정을 본격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희망퇴직은 자발적 신청을 받는 제도인 만큼 대상 인원보다 적은 인원이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철강 경기 둔화 및 수요 부진, 중국발 과잉 공급과 단가 하락 등에 트럼프 2기 관세 부과까지 겹치면서 복합적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탈출구 마련에 나서는 모습이다.

    회사 관계자는 "포항 2공장 정상 가동을 위해 노력했지만, 저가 수입 철강재 유입 등 어려운 철강 경기가 지속됐다"라며 "향후 노사 협의를 거쳐 희망퇴직과 전환배치를 동시에 진행하고, 고용 안정성 유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희망퇴직 신청과 별개로 노사 분규도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해 9월 시작한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을 아직도 이어가는 가운데 노조는 지난 1월 21일부터 총파업과 부분·일시 파업을 반복하고 있다. 지금까지도 노사 간의 뚜렷한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회사는 트럼프발 철강 관세 인상 등으로 올해 전망도 좋지 않아 기본급 10만 원 인상에 더해 ‘기본급 450%+1000만 원’의 성과급을 제시했다. 1인당 평균 약 2650만 원에 달하는 액수다. 

    하지만 노조는 현대차그룹 다른 계열사보다 낮은 수준이라며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현대차, 기아 수준인 ‘기본급 500%+1800만 원’의 성과급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간 상황이다. 1인당 4000만 원대의 성과급을 요구한 셈이다.

    사측은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사측 제시안대로 성과급을 지급해도 별도 기준 지난해 당기순이익 473억 원 흑자에서 650억 원 적자로 전환되는 만큼 그 이상의 양보는 어렵다는 주장이다.

    이에 사측은 파업에 대한 방어 차원에서 지난달 24일부터 당진제철소 냉연공장 일부 라인에 대해 부분 직장폐쇄를 단행하기도 했다. 현대제철이 직장폐쇄에 나선 건 창립 이래 처음이다. 

    지난달 노조의 부분 파업 이후 현대제철이 추정한 손실액은 최소 254억 원이다. 파업이 이달까지 이어진 만큼 현재 생산 손실 규모는 수십억 원가량 추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는 현대제철의 직장폐쇄가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될지 주목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는 재고 물량으로 버티는 상황이지만, 폐쇄 기간이 길어질 경우 현대제철의 냉연강판을 사용하는 자동차, 전자부품 등 한국 주력 산업에 공급 차질이 생길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현대제철을 이끄는 서강현 사장의 행보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노사 간 갈등이 갈수록 타결 국면보다는 강대강으로 대치하고 있는 가운데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 주목받는 상황이다.

    서 사장은 앞서 지난달 25일 담화문을 발표, 노조의 업무 복귀를 호소한 바 있다. 그는 담화문을 통해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은 매출 감소와 직결된다"라며 "이는 결국 회사의 재정적 어려움을 가중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노조는 사측의 입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요구안이 관철될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서 사장은 현대차그룹의 재무 전략을 총괄해 온 '재무통'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라며 "재무 건전성 강화에 집중하고 있는 그의 입장에서 이번 사태를 해결하는 데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