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주년 … '철강·이차전지 소재' 투트랙 방점인도 일관제철소 건설로 철강업 위기 '정면돌파'아르헨 리튬 공장 준공 … 핵심 광물 공급망 강화내년까지 사업구조재편 지속, 2조 이상 현금확보'철강통'의 실용·진취적 경영철학 바탕 위기 돌파
  • ▲ 장인화 포스코홀딩스 회장. ⓒ포스코그룹
    ▲ 장인화 포스코홀딩스 회장. ⓒ포스코그룹
    장인화 포스코홀딩스 회장이 오는 21일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장 회장은 철강업 침체와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에 따른 이차전지 소재 부진 속 수장에 올라 그룹의 본원 경쟁력 강화와 수익성 위주 체질 개선에 집중해왔다. 40년 ‘철강통(通)’의 면모를 살려 실용적이고 진취적인 경영 스타일을 보여왔단 평가다.

    국내 철강업계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 부진과 중국산 저가 철강재 공세에 시름 중이다. 올해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부과까지 겹쳐 더욱 험난한 가시밭길이 펼쳐지고 있다. 2년 차에 접어든 장인화호(號)는 쇄신의 고삐를 단단히 죄고 경쟁력 강화를 위한 토대 마련에 주력할 전망이다.

    그룹 양대 축, 철강·이차전지 소재 '선택과 집중'

    장 회장은 지난해 3월 포스코그룹의 제10대 회장에 올라 “초격차 경쟁력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내면서 ▲철강 경쟁력 재건 ▲이차전지 소재 사업의 성장엔진화 ▲투명한 거버넌스와 윤리경영 ▲신뢰와 창의의 기업문화 구축을 약속했다.

    철강과 이차전지 소재라는 양대 사업을 중심으로 한 성장전략과 조직 내 신뢰 구축에 방점을 둔 메시지로 읽혔다. 그는 취임 초 기자간담회에서 “철강은 포스코의 기본이고, 이차전지 소재는 그룹의 쌍두마차”라며 부진한 이차전지 소재 사업의 성공을 다짐하기도 했다. 이후 장 회장은 지난 1년간 이 취임 일성을 실천으로 옮기는 데 주력했다.

    장 회장은 철강 사업의 경우 원가 혁신과 현지화 전략으로 경쟁력 강화를 꾀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발 저가 철강재 공습에 맞서 ‘인도 일관제철소 건설’이라는 승부수를 던지며 철강 전문가로서의 면모를 드러낸 것이 대표적이다.

    장 회장은 인구 14억명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 중인 인도 시장을 정조준했다. 포스코그룹은 지난해 10월 인도 뭄바이에서 인도 1위 철강사인 JSW그룹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연산 500만톤(t) 규모의 일관제철소 건설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인도의 2030년까지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6.7%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철강 수요 역시 연평균 7%씩 증가해 2030년이면 1억9000만t에 이를 전망이다. 저성장 국면에 빠진 포스코 철강 사업이 인도의 자동차, 건설 시장에서 발생할 신규 철강재 수요를 흡수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아울러 유럽 등 선진 시장의 환경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수소환원제철 공법인 하이렉스(HyREX) 기술개발에 속도를 내는 한편, 광양에 연산 250만t 규모의 전기로를 착공하는 등 생산 기반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그룹이 양대 사업으로 육성 중인 이차전지 소재는 장 회장 취임 후 밸류체인(가치사슬)이 한층 강화됐단 평가다. 전기차 캐즘 이후 다가올 기회에 대비하며 우량 자원 선점 등 필요한 투자는 과감하게 이어간 효과로 풀이된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해 10월 아르헨티나에 연산 2만5000t 규모의 수산화리튬 공장을 준공하며 공급망을 강화했다. 수산화리튬은 양극재 주원료로 ‘리튬-양극재-재활용’으로 이어지는 포스코그룹 이차전지 소재 사업 밸류체인 시작점이자 사업 경쟁력의 한 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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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 리튬 염호에서 이차전지 핵심 광물인 수산화리튬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준공한 것은 포스코홀딩스가 국내 첫 사례다. 포스코그룹은 해외 염호와 광산에 대한 소유권과 지분을 통해 염수·광석리튬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글로벌 규제 대응력을 높여 나가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아르헨티나 현지 염수리튬 공장 준공으로 전남 광양 율촌산단에 가동 중인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의 2만1500톤 규모 광석리튬 기반 수산화리튬 공장을 포함해 염수와 광석자원 모두에서 이차전지소재용 수산화리튬 총 4만6500톤 생산체제를 갖추게 됐다.

    철강산업 위기 지속 … 철강전문가 리더십 시험대

    포스코그룹은 철강과 이차전지 소재 사업에 집중하면서 장기간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에 대해서는 과감한 구조 개편을 진행 중이다. 장 회장은 그룹 회장 취임 이후 기업 밸류업(가치제고) 목표 하에 비핵심자산과 수익이 낮은 125개 프로젝트를 정리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그룹은 지난해까지 개편 대상 중 45개를 정리해 6625억원의 현금을 창출했다. 올해 안에 61개 프로젝트를 추가로 완료해 총 106개 프로젝트에서 2조1000억원 규모의 현금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내년까지 나머지 19개 사업을 모두 정리, 누적 2조6000억원 규모의 현금을 확보해 미래성장을 위한 투자에 나설 방침이다.

    올해 철강업은 중국산 저가 제품의 시장 잠식과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 등으로 인해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글로벌 철강 시장의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하락, 주요 수출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란 구조적 문제로 돌파구 마련이 묘연해 ‘최악의 상황’이란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정통 철강맨’ 장 회장의 리더십도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장 회장은 1998년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에 입사해 2011년 포스코 신사업실장, 2014년 재무투자본부 신사업관리실장, 2015년에는 철강솔루션마케팅 실장, 2017년 철강생산본부장을 거쳐 2018년 대표이사 및 사장을 역임하는 등 37년간 포스코에 몸담은 ‘철강통’이다.

    장 회장은 철강 수요가 건설, 조선 등 전통 산업에서 전기차, 재생에너지 등 신산업으로 이동하는 트렌드를 정확히 파악하고 포스코의 철강 제품 포트폴리오를 고강도 경량 강재 등 미래 수요에 맞춘 방향으로 조정 중이다. 철강업에 대한 깊은 이해와 실무 경험을 살린 실용적이고 실행 중심의 리더십이 위기 돌파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 철강 관세를 부과하면서 장 회장이 미국 내 상공정(고로 또는 전기로를 통해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과정) 투자를 결정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미국 내 상공정 투자비와 변동성 등을 다양한 옵션을 두고 포스코 내부에서 신중한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해진다.

    포스코그룹은 “2025년은 급변하는 글로벌 통상 환경 속에서 기업 경영을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러한 어려움에도 유연하게 대응하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견조한 이익 창출을 반드시 달성하고, 동시에 철강과 에너지소재 사업 등의 본질적 경쟁력 강화를 통해 장기 성장 구조를 구축하는 두 가지 목표에 그룹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