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8단체, 자본시장법 개정 논의 촉구 호소문이사 충실의무 대상 주주 확대시, 소송남발·경영권 우려민주당, 24일 법사위 통과 강행 방침경영계 "韓 기업들 벼량 끝 … 안정성에 큰 해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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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11월 21일 한국경제인협회와 국내 주요 기업 16곳의 사장단이 모여 '한국경제 재도약을 위한 주요 기업 사장단 긴급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는 24일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넓히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상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경제계가 실질적인 주주 권익 제고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 논의에 집중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제인협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한국상장회사협의회·코스닥협회 등 경제 8단체는 23일 ‘자본시장법 개정 논의 촉구를 위한 경제계 호소문’을 내고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와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사가 회사뿐만 아니라 주주 개인에 대해서도 충실해야 한다고 명확히 규정한 것이다. 기업들은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되면 소송 남발과 해외 투기 자본의 공격에 시달려서 이사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어려운 상황에 봉착할 것으로 보고 있다.민주당은 오는 24일 열리는 국회 법사위 법안소위에서 지난해부터 당론으로 추진해온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지난해부터 상법 개정을 추진했으나 계엄사태 이후 논의가 중단돼 계류 중이다. 지난달 22일 열린 법사위에서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처리가 미뤄졌다.경제 8단체는 “우리 기업들이 벼랑 끝에 서 있다”는 우려를 내놓으며, 주력산업의 경쟁력 약화와 미래 성장 동력 발굴 부진 속에, 미국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얼어붙은 내수 시장이 기업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그러면서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상법 개정을 통해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임 확대, 전자주주총회 의무화 등 여러 조치를 도입하는 것은 기업의 경영 안정성에 큰 해악을 끼칠 것”이라고 주장했다.이에 따라 기업 경영에 부작용이 큰 상법 개정 논의를 즉시 중단하고 실질적인 주주 권익 제고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 논의에 나서야 한다는 게 경영계의 주장이다.기업들은 상법 개정안이 이사에 대한 소송 남발, 경영권 위협, 그리고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한 투자와 인수·합병(M&A) 활동 위축 등 실질적인 기업 현장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실제 한경협이 한국상장사협회가 공동으로 시장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상위 600대 상장회사를 대상으로 한 상법 개정 질문에 따르면 상장사 과반(56.2%)은 이러한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기업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봤다. 반면,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응답은 3.6%에 불과했다.기업 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는 주요 이유는 ▲주주 간 이견시 의사결정 지연 및 경영 효율성 감소(34.0%) ▲주주대표소송, 배임죄 처벌 등 사법리스크 확대(26.4%) ▲투기자본 및 적대적 M&A 노출 등 경영권 위협 증가(20.8%) ▲투자결정 M&A, 구조조정 등 주요 경영전략·계획 차질(17.9%) 등으로 나타났다.이와 같은 부작용은 결국 국가 경제의 밸류다운으로 이어지며 그 피해는 국민과 기업 모두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실제 국회에서는 소수주주 보호를 위한 방안으로 무리한 상법 개정보다는 자본시장법의 개선을 통한 해결책 마련을 모색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와 상법 전문가들도 소수주주 피해 방지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에는 동의하는 반면, 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상법 개정에는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최근 한경협이 역대 한국상사법학회 회장과 전문가를 초청해 개최한 상법 개정 관련 긴급 좌담회에서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일각에서 주주권 보호와 증시 활성화를 위해 이사의 충실의무를 확대하는 것이 무슨 문제냐고 쉽게 말하지만, 이는 이사의 역할이나 이사회 기능을 전혀 모르는 주장”이라고 지적하며 통상적인 이사회 결의에 매번 모든 주주 이익을 보호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라고 밝힌 바 있다.한석훈 연세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주가는 기본적으로 기업의 성장 가능성, 영업이익, 매출 등의 펀더멘털과 이에 대한 예측에 연동해 결정된다”며 “명확한 근거도 없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을 기업 지배구조에서 찾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또한 경제계도 이미 작년 11월 ‘한국경제 재도약을 위한 주요 기업 사장단 긴급 성명’을 비롯해 상법 개정이 기업 경영 전반에 미칠 파장을 여러 차례 경고해 왔다.마지막으로 경제 8단체는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다면 자본시장법에 핀셋 규제를 도입하는 것이 적절하다”면서 “국회·정부·경제계 모두가 자본시장법 개정에 공감대가 있는 만큼, 상법 대신 자본시장법 논의에 집중해 달라”고 간곡히 호소했다.